롯데그룹이 매각에 나선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 롯데손해보험(롯데손보)은 각 분야에서 만만치 않은 입지를 자랑하는 알짜 회사들이다. 특히 지난 1월 30일 마감된 롯데카드와 롯데손보 예비입찰에는 총 15곳 안팎의 인수후보가 참여했을 정도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 남대문로 소재 롯데손해보험․롯데카드 건물. 롯데그룹이 내놓은 두 회사의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우선 롯데카드 예비입찰에는 한화그룹과 하나금융지주가 참여해 눈길을 끈다. 롯데카드는 약 10조 원(2018년 3분기 기준) 규모의 카드 자산을 보유해 전업 7개 카드사 가운데 5위에 올라 있다. 하지만 롯데카드의 진짜 자산은 따로 있다. 수십 년간 롯데백화점과 마트 등 유통계열사를 통해 쌓아둔 고객 데이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다.
인수에 나선 한화그룹이 가장 탐내는 부분이다. 한화그룹은 기존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 등에 카드사를 더하면 명실상부한 금융그룹을 만들 수 있다는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더욱이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차남 김동원 상무가 지난해 말 한화생명 미래혁신과 해외 총괄 부문을 맡은 이후 금융그룹 성장에 주력하고 있다. 김 상무는 앞서 한화그룹 내 디지털혁신실을 맡아와 일찍이 데이터 관련 사업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으로 파악된다. 또 김 상무는 해외사업 총괄도 맡고 있다. 이미 베트남 현지법인 ‘롯데파이낸스 베트남’을 출범한 롯데카드를 품으면 한화 금융그룹 전체의 시너지 효과도 노릴 수 있어 여러모로 매력적인 선택이다.
하나금융지주는 770만 명에 달하는 롯데카드의 몸집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업계 꼴찌 수준에 머물러 있는 하나카드에 롯데카드를 더하면 단숨에 ‘빅3’로 도약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들 외에도 롯데카드 예비입찰에는 대형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롯데손험 예비입찰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손보는 손보업계 중하위권인 때문인지 롯데카드에는 미치는 못하는 흥행성적을 냈다. 귀한 자산인 자동차보험 면허를 보유하고 있는데다 퇴직연금 규모 업계 2위라는 대목이 롯데손보의 강점이다. 이 때문에 손해보험사가 없는 금융지주사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의외로 금융지주사는 한 곳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당초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진 BNK금융지주도 발을 뺐다. BNK금융 측은 인수 불참 이유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따른 자본 확충 부담과 지역경제 불황 등을 들었다. 한화그룹 역시 롯데카드와 함께 동시 입찰이 예상됐지만, 자본 확충과 기존 한화손해보험과 통합 문제 등을 이유로 불참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롯데손보는 지난해 9월 기준 지급여력(RBC)비율 157%를 기록했다. 이는 업계 평균(240%)보다 낮고,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하지만 MBK파트너스, 오릭스PE 등 5곳의 업체가 참여해 나름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시장점유율이 약 3%로 낮아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의 예측이 빗나간 셈. 매각 흥행 이유는 롯데손보가 경쟁사들과 달리 퇴직연금 강자라는 점이 부각된 덕분이다. 본입찰은 이르면 오는 4월, 늦어도 2분기 내에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캐피탈은 오는 12일께 예비입찰이 진행된다. 롯데캐피탈은 앞선 카드와 손해보험보다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캐피탈사는 카드와 보험과 달리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필요 없다. 또 롯데캐피탈은 2017년 기준 당기순이익 1180억 원 규모고, 소비자금융과 리스, 할부, 기업금융 등 포트폴리오가 다양해 장기 전망도 밝다.
이에 카드와 손해보험사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던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의 참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신한과 KB 모두 롯데캐피탈을 인수하면 금융그룹 1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어 예비입찰 이후 최종 낙찰까지 맞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KB금융의 경우 롯데카드·롯데손해보험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는 윤종규 회장이 롯데캐피탈에 집중하라는 특명을 내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올 정도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도 현재 롯데캐피탈 인수를 위해 자문사 선정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카드업황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신한카드와 협업 기회가 커질뿐 아니라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쪽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가는 롯데그룹과 이 국가들을 공략 국가로 점찍은 신한과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는 장점도 있다.
이밖에도 롯데캐피탈은 사모펀드(PEF)를 비롯한 재무적 투자자(FI)에도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이번에 매물로 나온 롯데그룹 금융계열사들은 하나같이 알짜로 꼽히는 회사들”이라면서 “관심이 있는 인수 후보들이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는 만큼 막판 깜짝카드가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