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 CJ 엔터테인먼트
# ‘4000만 배우’의 탄생
‘극한직업’의 1000만 달성이 갖는 또 다른 의미는 ‘류승룡의 부활’이다. 류승룡은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과 ‘7번방의 선물’이 연이어 ‘대박’을 터뜨리며 위상이 달라졌다. 하지만 이후 침체기를 겪던 류승룡은 정평이 나 있는 코믹 연기를 꺼내들며 다시 대중의 호응을 얻는 데 성공했다.
류승룡은 그동안 ‘명량’(1761만 명), ‘7번방의 선물’(1281만 명), ‘광해, 왕이 된 남자’(1232만 명) 등 10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영화 3편의 주연 배우였다. 이는 ‘괴물’을 시작으로 ‘변호인’, ‘택시운전사’를 통해 ‘3000만 배우’로 기억되는 송강호와 같은 수치였다. 하지만 ‘극한직업’으로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1000만 영화 1편을 더 보태며 대한민국 영화사 최초로 ‘4000만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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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류승룡은 최근 넷플릭스가 선보인 퓨전 사극인 ‘킹덤’으로 전세계 팬들과 만났다. 주지훈과 호흡을 맞춘 이 작품은 탄탄한 만듦새로 이미 호평을 받고 있고 2월 중순부터 시즌2 촬영이 시작된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류승룡의 하락세가 꽤 길었는데 두 작품을 통해서 완벽하게 턴어라운드하게 됐다”며 “전혀 다른 플랫폼에서 유통된 ‘킹덤’을 통해 그의 팬덤까지 확산됐기 때문에 당분간 류승룡을 찾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가성비 높은 ‘극한직업’, 얼마나 벌까?
7일까지 ‘극한직업’은 1098만 9960명을 모아 누적 매출 951억 8786만8223원을 기록했다. 편의상 952억 원을 기준으로 수익을 체크해보면 먼저 부가가치세 10%와 영화발전기금 3%를 먼저 제해야 한다. 그 후 남은 829억 원을 ‘극한직업’을 상영한 극장과 투자배급사와 반반씩 나눈다. 결국 투자배급사의 몫은 414억 원 정도다. 여기서 배급수수료 10%(41억 원)를 더 빼고 남은 373억 원 중 제작비 85억 원(순제작비 65억 원+현재까지 마케팅 비용 20억 원)을 제한 288억 원 정도를 투자사와 제작사가 계약을 통해 약속된 비율로 나눈다. 예를 들어 6 대 4였다고 한다면 제작사로 돌아가는 몫은 112억 원가량 된다.
이제 ‘극한직업’의 목표는 ‘7번방의 선물’이 갖고 있는 역대 한국 영화 최고 수익률이다. ‘7번방의 선물’은 제작비 61억 원을 들여 1281만 관객을 모았다. 누적 매출액은 약 914억 원. 매출만 따졌을 때는 ‘극한직업’이 이미 ‘7번방의 선물’을 넘어섰다. 7년 전과 비교해 영화 관람료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손익분기점이 230만 명이었던 ‘극한직업’은 7일까지 이미 1098만여 명을 동원해 500%에 육박하는 수익률을 거뒀다. 이 영화가 향후 200만 명 정도만 더 모으면 ‘7번방의 선물’을 넘어 역대 최고 수익률을 올린 영화 1위에 등극할 수 있다.
# 코미디 영화의 부활?
한동안 코미디 영화는 찬밥 신세였다. 과거 ‘투캅스’를 비롯해 ‘가문의 영광’ ‘조폭마누라’ ‘두사부일체’ ‘색즉시공’ 등이 연이어 시리즈물로 제작되며 코미디 영화는 충무로 전성시대의 중추적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폭력과 욕설이 난무하는 ‘조폭 코미디’ 일색으로 흐르며 관객들에게 외면받기 시작했다.
이런 물꼬를 다시 돌린 주인공은 ‘과속 스캔들’과 ‘써니’로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안겼던 강형철 감독이었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의 각색자로 참여했던 이병헌 감독은 ‘스물’과 ‘바람바람바람’에 이어 뚝심 있게 코미디 영화를 연출하며 ‘극한직업’으로 꽃을 피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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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영화의 성공 공식 중 하나는 ‘신파’였다. 웃음 끝에 눈물을 빼며 관객의 마음을 흔들었다. ‘7번방의 선물’이 전형적으로 이 공식을 따랐다. 하지만 ‘극한직업’은 과감히 신파를 버렸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코미디 정서를 유지하며 ‘깔끔하고 세련된 코미디 영화가 나왔다’는 평을 받았다.
또 다른 영화계 관계자는 “한동안 충무로는 덩치만 키워왔다. 100억 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되는 영화가 즐비한데 정작 수익을 내는 영화는 20% 미만이었다”며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낮은 코미디 영화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극한직업’의 성공을 롤모델 삼아 향후 충무로 내부에서 기획 자체를 새로 하는 영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