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 대표. 임준선 기자
업계에서는 김 대표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NXC 지분에 넥슨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김 대표가 내놓은 NXC 지분가치는 무려 10조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추산한다. 국내에서는 이 규모를 감당할 만한 업체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 매각과 관련해 ‘국부 유출’ 논란이 나온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넥슨이 해외자본에 매각되면 게임 지식재산권(IP)과 개발 인력 등이 몽땅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
중국 최대 ICT기업 텐센트가 유력 인수 후보로 떠오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더욱이 텐센트는 넥슨 자회사 네오플의 게임 ‘던전앤파이터’를 서비스하면서 연간 1조 원 이상의 로열티를 넥슨에 지급하고 있어 넥슨을 인수해 직접 운영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국내 1위 게임사인 넥슨이 해외자본, 특히 중국 자본에 매각되면 국내 게임 산업의 중국 시장 종속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넥슨이 해외자본에 매각된다는 것은 결국 국내 게임 산업 전반이 해외자본에 먹히는 꼴”이라고 말했다. 게임업계 다른 관계자는 “가뜩이나 최근 중국의 투자와 물량공세로 국내 게임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넥슨 같은 대기업이 중국 자본에 매각되면 남은 중소 게임사들의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이 아예 넥슨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카카오는 지난 1월 29일 공식입장을 통해 “내부적으로 넥슨 인수 여부를 다각도로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넥슨 인수를 통해 올해 IPO(기업공개)를 앞둔 카카오게임즈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의지를 보이는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카카오의 지난해 3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 5000억 원으로, 넥슨 인수대금을 혼자 감당하기는 어렵다.
지난 1월 31일 넥슨 인수전 참여 의사를 밝힌 넷마블의 상황도 비슷하다. 넷마블은 넥슨이 보유한 다양한 IP를 활용해 게임을 개발하고 글로벌 시장 공략하는 데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지만, 역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지난해 3분기 기준 1조 6000억 원 규모로, 단독 인수는 어렵다.
카카오와 넷마블 중 누가 넥슨을 인수하더라도 텐센트의 그림자를 피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텐센트가 카카오와 넷마블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어 간접 지배가 가능한 탓이다. 텐센트는 자회사인 막시모(MAXIMO)를 통해 카카오 지분 6.7%를, 자회사 HAN RIVER INVESTMENT를 통해 넷마블 지분 17.71%를 보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와 넷마블이 뒤늦게 넥슨 인수 의지를 밝힌 배경에 텐센트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난 8일 넷마블의 컨소시엄 구성 소식이 알려지면서 ‘텐센트 그림자’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넷마블은 텐센트, MBK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오는 21일로 예정된 넥슨 예비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전해진다. 넷마블은 넥슨 인수전 참여를 선언한 직후 공식 입장을 통해 “넥슨의 유무형 가치는 한국의 주요 자산”이라며 “해외 매각 시 대한민국 게임업계 생태계 훼손과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바, 국내 자본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형성해 인수전에 참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실제 컨소시엄 구성에 텐센트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자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은 “텐센트가 넷마블 컨소시엄에 참여한 것은 조금 더 노골적으로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텐센트 입장에서는 매년 1조 원의 로열티 지불이라는 국부 유출을 막겠다는 이유로 중국 정부를 설득할 수 있었을 것이고, ‘던전앤파이터’를 보유한 네오플만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컨소시엄에 참여해 얻는 이익이 크다”고 전했다. 넷마블 측은 컨소시엄 구성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답을 회피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