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진리의 상아탑’이라 불리는 대학교 교수 중에는 박 씨에게 직접 투자하고 ‘김영란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는 고액의 이자율을 약속받은 경우도 있었다. 지휘관급 군인은 연병장 사진을 찍어 보내며 ‘풍경이 멋있다’는 말을 하거나 부대 훈련 내용을 대수롭지 않게 얘기하기도 했다.
박 씨에게 투자한 경북대학교 교수들은 박 씨가 자인한 것만 최소 10명 이상이다. 대구 주변 고등학교 교장들도 2명 투자했다. 교육계 인사들은 피해가 컸지만 명예를 생각해 고소·고발을 꺼렸다. 심지어 박 씨가 기부금을 낸 장학재단과 시민단체에 재직 중인 직원이 역으로 박 씨에게 투자했다가 돈을 떼인 경우도 많았다.
박철상 씨의 문자 메시지 발췌.
이 중 박 아무개 경북대 교수는 2016년 5000만 원, 2017년 1억 8000만 원을 두 차례에 걸쳐 입금해 총 2억 3000만 원을 투자했다. 박 교수는 20% 이상의 수익률을 약속 받았다. 박 교수는 20%를 받으면 10%를 경북대 장학기금에 입금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교수는 2017년 입금이 되자 ‘감사하다’고 거듭 말하며 ‘내가 은혜를 입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박철상 씨는 박 교수의 돈을 2억 2400만 원 갚았다고 한다. 박 교수는 “계산해보면 원금도 다 받지 못했다. 나도 피해자다”라고 말했다.
하 아무개 경북대 교수는 50% 수익을 받기도 했다. 하 교수는 2000만 원을 투자하고 3000만 원으로 받았다. 2017년 8월 박 씨는 하 교수에게 ‘주식투자로 도움드렸던 수익을 보내달라.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문자를 보냈다. 박 씨가 갑작스레 수익을 돌려달라고 한 이유는 알 수 없다. 다만 이 같은 사례가 ‘김영란법’ 위반이 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강용 변호사는 “아직 김영란법 판례가 많지 않아 확신하긴 어렵지만 법에 저촉될 수도 있다. 법 조항에는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 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아니 된다’는 내용이 있다”며 “약속 받은 50% 이익 중 합리적 투자 이익을 초과하는 부분이 1년에 30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김영란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합리적 투자 이익을 훨씬 초과한 50% 이율로 1년에 1000만 원이나 수익을 받은 부분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이 아무개 경북대 교수는 투자는 하지 않았지만 적극적으로 기부처를 알선해주었다. 특히 자신과 친분이 있는 교수들의 연락처를 주면서 기부를 독려했다. 또한 박철상 씨는 이 교수의 가족이 이사장으로 재직했던 장학기금에 거액을 기부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2017년 박 씨 폭로가 터졌을 때도 ‘박 군, 뉴스에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마음에 상처가 크겠군. 윤 아무개 씨와 셋이서 식사하며 위로모임 갖고 싶네’라며 제자를 꾸짖기보다는 위로했다. 이 교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박철상 씨가 사기꾼이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경북대 교수들 중에서는 제자인 박 씨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꽤 있었다. 권 아무개 경북대 교수는 “박철상 선생님 덕분에 최대 합격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더위에 건강 챙기세요”, “선생님 천천히 오세요” 등의 문자를 보냈다. 또 다른 교수인 임 아무개 교수는 박 씨가 400억 자산가가 아님이 드러나자 위로 문자를 보냈다. 임 교수는 “박 선생. 힘내시길 바랍니다. 칭찬받아 마땅한 일을 이미 충분히 많이 하였습니다. 기자들 다 상대하지 마시고 시간적 여유를 가지시기 바랍니다. 시간이 허여되면 식사대접 한 번 하지요”라고 말했다.
박 씨가 ‘청년 기부왕’으로 알려지면서 외부 인사와의 만남도 많아졌다. 공군 대대장인 이 아무개 씨도 그런 경우다. 이 씨는 자신의 부대로 박 씨를 초청해 몇 차례 강연을 열기도 했다. 직접 박 씨 집 앞까지 선탑자를 보내 부대로 초청했다. 이 씨는 박 씨에게 ‘사람들이 비트코인에 관심이 많은데 박철상 씨 생각은 어떻냐’고 투자처를 묻기도 했다.
이 씨는 부대 정상에서 찍은 사진이라며 부대 사진을 보내기도 하고, 눈이 쌓였다며 연병장 사진을 찍어 보내기도 했다. 무더운 여름에는 더위 때문에 교육을 실내에서 진행한다는 얘기도 했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사진상으로는 명확한 보안상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부대 연병장은 군사기지로서 촬영이 제한돼 법에 저촉된다”고 설명했다.
박철상 씨와 친분이 있는 언론인도 부적절해 보이는 행동을 드러내기도 했다. 권 아무개 기자는 박 씨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알면서도 두둔하는 듯한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권 기자는 “철상아. 투자자들이 문제를 제기하면 주변 투자자들 돈을 받아 투자를 대신하고 이자 지급한 게 유사수신 가능성도 있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철상아 힘내라. 그래도 몇백만 원 기부하기도 힘든데 수억을 기부한 게 대단하지 않냐고 많이들 그런다. 법적인 문제는 내가 친한 경찰에게 물어봐줄게”라고 말했다. 이어 권 기자는 “괜찮다. 7명에 5억 원이면 큰 돈 아니라서. 쫄지 말자 철상아”라고 덧붙였다. 권 기자는 “지인으로서 알아봐준 것이고 윤리 의식, 직업 의식과는 전혀 관계 없는 일이다. 별로 친하지도 않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언론인 박 아무개 기자는 박철상 씨를 만나 투자를 하겠다고 계좌번호를 묻기도 했다. 박 기자는 박철상 씨 기사를 작성한 바도 있다. 박 기자는 투자 직전 박 씨 사건을 알게 된 건지 계좌번호를 알려준 박 씨 문자에 ‘생각 좀 해보겠다’고 짧게 답변을 보냈다.
경북대 한 교수는 “400억 자산가라고 작정하고 속이면 계좌를 공개하라고 할 수도 없고 속수무책 속을 수밖에 없다. 다만 기부를 받기 전 최소한의 돈의 출처를 알아보고 신중하게 받을 필요는 있어 보인다”며 “언론도 보도됐을 때 그 파급력이 큰 만큼 특정 인물을 부풀리기 전에 검증 절차를 강화해야할 이유가 충분하다. 박철상 씨 같은 무모한 시도가 다시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무엇이 문제인지 밝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구성모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