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현송 강서구청장. 사진=연합뉴스
통상적으로 지방자치단체는 연하장 구매에 사무관리비를 사용한다. 인근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물론 서울시 대부분의 기초단체가 그렇다. 광역단체장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 역시 연하장 구매에 사무관리비를 사용한다. 연하장 구매를 담당하는 다른 지자체 공무원들은 강서구처럼 업무추진비로 연하장을 구매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그런데 업무추진비 집행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연하장 구매에 사용한 액수다. 노현송 강서구청장은 2016년 1,677만원, 2017년 1,669만원, 2018년 1,634만원을 연하장 제작, 구매에 사용했다. 모두 같은 업체에서 수의계약 한 것이다.
인근 양천구가 2018년 300만원 남짓한 예산을 사용한 것에 비하면 5배가 넘는 액수다. 특히 경기도 32개 시군을 관할하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해 연하장 제작, 구매에 700만원을 사용한 것에 비하면 광역단체장보다 2배 이상 많은 액수다.
이 때문에 예산 낭비가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서울 강서구청은 재정자립도가 2018년 기준 26.5%로 서울시 25개 구청 중 하위권에 머물렀다. 지방자치단체가 재량권을 가지고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의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인 재정자주도도 2018년 기준 서울시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연하장 구매에 과도한 예산을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요신문이 지난달 강서구청 행정지원과에 업무추진비로 연하장을 구매한 이유에 대해 묻자 행정지원과장은 대뜸 “궁금하면 정보공개 청구하라”며 답을 하지 않았다. 행정지원과 총무팀 담당자도 알아보고 연락을 주겠다더니 2주가 되도록 회신이 없었다.
11일 강서구청 행정지원과에 재차 전화를 걸자 담당 공무원은 그제 서야 업무추진비 사용은 “시정협조에 대한 감사의 의미”라면서 “업무추진비로 집행해도 법적으로 문제될게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본 결과 경기도 안양시도 업무추진비로 연하장을 사용한다고 나와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확인결과 지난해 안양시는 업무추진비로 연하장을 구매한 사실이 없었다.
김창의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