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국가대표팀 목진석 감독.
최근 목 감독은 국가대표팀을 대상으로 중국어스터디를 운영한다. 일요신문과 만난 날도 중국어 강의를 마친 오후 무렵이었다. 칠판에 빼곡하게 적힌 단어를 보니 ‘웨이션머, 쩐더마’ 등 아직 기초 중국어 수준이다. 목 감독은 “아직은 초보 수준이지만, 중국기사들과 교류하면서 간단한 복기 정도를 할 수 있는 실력을 쌓는 게 목표다”라고 말한다. 한국바둑 국가대표팀 수장에게 2019년 국가대표 운영과 최근 쟁점으로 떠오른 사건들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현재 한국 국가대표팀 조직과 구성은 어떠한가.
“운영진은 감독이 한 명, 코치가 네 명, 총무 한 명이다. 선수는 남자 대표팀, 여자대표팀, 육성군, 영재반으로 나뉜다. 평일 월요일 10시부터 저녁 5시까지 훈련하는데 구체적으로 박정상·홍민표 9단이 함께 남녀 대표팀을 맡고, 조인선 4단이 영재반을 전담한다. 이영구 9단도 코치진에 있다. 남자 국가대표팀 인원은 1조가 8명, 2조가 8명이다. 1, 2조는 리그전 결과에 따라 두 명씩 승강급한다. 여자 대표팀과 육성군(만 19세 미만)도 각 8명 정도로 인원을 맞췄다. 나이제한이 만 15세 이하인 영재반은 현재 6명이 있다. 일 년에 두 번, 2월 말과 8월 말에 선발전을 치르고 3월과 9월마다 새 국대팀이 출범한다. 이 기간에 남자, 여자 대표팀과 육성군에서 성적 하위 두 명씩 나가고, 선발전을 통과한 두 명이 새로 국대에 들어온다. 국내대회나 세계대회 타이틀보유자는 선발전을 거치지 않고 이 기간에 합류할 수 있다. 2월 기준으로 코치진과 대표선수 모두 합해 43명이다.”
―국가대표가 되면 훈련 외에 어떤 혜택이 있나.
“중국은 국가대표팀 소속만 세계대회에 출전할 자격을 준다. 한국은 세계대회 시드 배정 시에 국가대표팀 리그 성적상위자에게 혜택을 주는 정도다. 혼자서 공부하는 게 더 유익하면 그렇게 해도 된다. 강제성은 없지만, 요즘은 젊은 기사들 실력이 큰 차이가 없어 같이 훈련하는 게 더 도움이 된다. 상위 랭커 중에는 매일 훈련하지 않고, 기술위원으로 도움을 주며 같이 연구하는 기사들도 많다. 박정환 9단도 작년까지 기술위원으로 빠졌다가 올해 3월부터 다시 국가대표 훈련에 참여한다. 감독에 오르면서 가장 큰 목표는 영재기사 육성이었다. 이 부분은 이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 누구라고 밝히면 편애하는 모양새가 되어 말할 수는 없지만 주목할 만한 어린 기사들이 있다. 한국바둑 장래는 밝다.”
목진석 감독이 국가대표를 대상으로 바둑중국어를 강의하고 있다.
―2월 초 열린 하세배 결승에서 커제가 다 이긴 바둑을 착각하면서 TV생중계 중에 자기 뺨을 때리고, 바둑돌을 뿌린 영상이 각종 SNS에서 화제가 되었다.
“승부를 넘어 바둑의 가치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이번 사건을 아주 심각하게 봤다. 커제 선수가 자기 뺨을 때린 건 상관없지만, 바둑돌을 뿌린 건 용납할 수 없다. 커제 정도 위치에 있는 기사라면 자기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이번 사건을 보고 국가대표팀 선수들에게도 ‘바둑뿐만 아니라 인품이나 다른 면에서 인정받는 기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라’고 주문했다. 승부도 중요하지만, 프로기사라면 바둑을 대하는 바른 마음가짐이 일반인과 달라야 한다. 바둑의 가치를 높이고 유지하는 일도 프로기사가 해야 할 역할이다.”
―이창호, 김지석, 박영훈, 조한승 9단 등 일류기사 20명이 국가대표팀 기술위원에 등록되어 있다. 이들의 역할은?
“최근엔 인공지능 수법에 대한 연구가 주류다. 이제 바둑기술에선 수를 보는 것보다 의도와 방향을 파악하고, 체화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런 면에서 경험 많은 기사들의 해석능력이 필요하다. 기술위원은 돌아가면서 목요일 오전에 열리는 연구회에 참가한다. 또 국가대표와 실전대국도 일주일 한 번 정도 진행한다. 참고로 기술위원은 보수를 주고 모신다.”
―최근 프로기사들이 유튜브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원래 유튜브 바둑부문은 조연우 초단·진동규 7단과 박영진·한문덕 등 아마추어 두세 명이 이끌어 왔는데 작년엔 제명당한 김성룡이 가세해 판을 흔들었고, 얼마 전엔 박창명 2단, 이현욱 8단, 김광식 7단에 이세돌 9단까지 발을 담갔다. 국가대표팀도 전용 유튜브 개설 가능성이 있나?
“바둑팬들과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좋은 현상이다. 진동규 7단은 이미 10년 전부터 블로그 등을 통해 이런 방면에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세돌 9단은 본인이 유튜브를 개설했다기보단 김광식 7단을 도와주기 위해 잠시 출연했다고 추측한다. 국가대표팀도 유튜브 운영을 생각해 봤지만, 훈련일정과 연계해 운영하기가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예전에 연구회에서 검토한 내용을 기반으로 ‘국가대표 연구회 리포트’, ‘국가대표가 해부한 알파고’ 등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제 바둑기술적인 면은 인공지능을 보면 되기에 책출간도 계획이 없다. 앞으로 자주 자원봉사나 바둑보급 등 외부 활동을 하며 팬들과 직접 대면할 생각이다.”
박주성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