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9월 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보험사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감원은 이번 조직개편에서 팀 통폐합을 통해 15개 팀을 감축하고 검사·조사부서 정원을 13명 늘렸다. 전문실무인력 비중을 제고해 역량을 강화했다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이르면 오는 3월 실시될 종합검사에 대한 대비로 읽힌다. 윤 원장은 앞서 임원인사에서 자살보험금 사태 해결사로 불리는 이성재 신임 보험담당 부원장보를 기용, 보험사에 대한 강력한 감독을 예고한 바 있다.
새 진용을 갖춘 금감원은 보험업계의 관행 개선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보험 불완전판매를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다”며 “여론이 형성된 까닭에 금감원이 보험사를 몰아붙인다 하더라도 뭐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즉시연금 과소 지급 건과 관련해 금감원은 보험사와 소송을 벌이는 소비자 지원에 직접 나섰다. 앞서 금감원은 보험사에 즉시연금 관련 미지급금 일괄 지급을 권고했으나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이를 거부하고 민원을 제기한 계약자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제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분쟁조정세칙에 따라 변호사 비용 및 자문 등 소송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사와 계약자 간 소송에 금감원이 등장하면서 보험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더욱이 해당 소송이 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두 보험사(삼성·한화생명)가 법의 판단을 받아보겠다고 밝혔던 때부터 금감원의 소송 지원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라면서도 “보험사 입장에서 금융당국을 상대하기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즉시연금 문제가 마무리되기도 전, 보험업계는 새로운 난관에 봉착했다. 금감원이 지난 11일 발표한 ‘금융소비자 중심의 실질수익률 제공방안’에 따라 변액보험이 이슈로 떠올랐다. 방안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오는 12월 31일부터 소비자가 금융상품의 운용 성과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기존 운용실적 보고서 첫 페이지에 표준 요약서를 추가해야 한다. 대상 상품은 펀드, 특정금전신탁, 투자일임, 저축성·보장성 변액보험, 연금저축 등이다.
특히 보장성 변액보험의 경우 특별계정(펀드) 수익률 이외 사업비 등 각종 비용을 반영한 실질수익률을 제공해야 한다. 당초 보험사는 해지환급금, 각종 비용 등을 계약자에게 매년 안내해왔으며 변액보험 특별계정(펀드)의 수익률을 안내해왔다. 그러나 금감원은 정보가 금융회사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제공되는 만큼 실제 소비자가 궁금한 정보를 적시에 확인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봤다. 변액보험이란 보험 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 가운데 일부를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해 운용 실적에 따라 계약자에게 투자 성과를 나눠주는 보험 상품을 말한다.
보험업계는 보장성 변액보험의 실질수익률 공개에 대해 반대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보험사들은 보장성 변액보험이 사망·질병 등에 대한 ‘보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수익률을 공개하면 소비자에게 혼란을 준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보증·운용수수료 등이 포함돼 사업비 비중이 높은 만큼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구조여서 만기까지 마이너스 수익률을 안내받는 소비자는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고, 이는 곧 민원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앞의 보험사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수익률이 중요한 연금·저축보험 등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의 소비자 보호 목적에 공감하고 실질수익률 공개에 동의하지만, 수익률이 목적이 아닌 보장성 변액보험에 대해서는 업계 의견을 고려해달라는 의견을 개진 중”이라고 밝혔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업황이 좋지 않은 데다 금융당국의 압박이 더해지면서 업계 우려가 크다”며 “최근 여러 이슈로 금융당국과 대결구도로 보이는 것도 난처하다”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키코 재조사 결과 발표 앞두고 은행들 ‘조용’ 키코(KIKO)란 기업과 은행이 환율 상하단을 정해놓고 그 범위 내에서 지정환율로 외화를 거래하는 환헤지 통화옵션 상품을 뜻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부터 중소기업을 상대로 많이 판매됐으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키코계약을 맺은 중소기업들이 원화약세로 큰 손실을 보고 파산지경에 이르렀다. 피해 기업들은 당시 은행으로부터 상품 위험성 등에 대해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한 데다 은행에 유리하게 설계된 불공정상품이어서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3년 불공정거래 행위가 아니라고 판결, 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2017년 12월 금융위원장 직속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키코 사태에 대한 재조사를 권고했다. 금융감독원은 피해 기업 가운데 대법원 판결이 나지 않은 기업에 대해 분쟁조정 신청을 받았고, 지난해 7월에는 원점 재검토 입장을 밝히고 재조사에 나섰다. 금감원은 오는 3월 키코 재조사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분쟁조정위원회는 상정된 재조사 결과를 토대로 은행의 배상 규모를 결정한다. 현재 금감원의 조사 결과 발표를 앞둔 기업은 4곳에 불과하다. 그러나 금감원은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 이후 아직 법원 판결을 받지 않은 700여 개 기업에 대해서도 처리할 방침이다. 내달 예정된 금감원의 발표가 은행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셈이다. 시중은행들은 아직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오래 전부터 진행된 사안인 데다 최근 다른 현안이 많은 탓에 내달 금감원 결과 발표 전까지 업계에서는 별다른 이야기가 없을 것”이라며 “괜히 언급해 해당 은행이 거론되면 상황이 더욱 곤란해지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여다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