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뚝섬편 캡처
현재 가장 많은 인기를 끌고 있고, 막강한 파급력을 자랑하는 맛집 방송은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다. ‘식당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교본이 돼 줄 것’이라는 방송 의도를 감안해, 정확히 말하자면 ‘맛집 방송’은 아니다. 그러나 ‘백종원의 손을 거친 식당은 결국 맛집이 된다’는 다소 희한한 논리가 적용되면서 본의 아닌 맛집 소개 방송이 된 셈이다.
파급력이 강한 만큼 부정적인 영향 역시 컸다. 방송 출연진 가운데 이른바 ‘발암 빌런(Villain, 악당을 뜻하는 영어단어. 암을 일으킬 정도로 답답한 사람을 가리킴)’으로 꼽히는 일부 업주들이 대중들에게 도가 지나친 비난을 받게 되는 일도 그중 하나다.
골목식당을 거친 업주들 가운데 이런 ‘빌런’으로 꼽힌 업주들은 해방촌 원테이블, 대전 막걸리집, 인천 타코야키집, 성내동 피맥집, 뚝섬 경양식·장어집, 포방터 홍탁집, 청파동 고로케·피자집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뚝섬 경양식집과 장어집이 골목식당을 저격하고 나섰다. 자신들이 대중들에게 욕을 먹는 것은 골목식당 제작진의 ‘조작 방송’ 때문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뚝섬 경양식집 업주 정 아무개 씨는 유튜브에 ‘뚝경TV’라는 채널을 개설해 골목식당 제작진을 비판하는 영상을 게재하고 있다. 사진=뚝경TV 캡처
같은 편에서 똑같은 ‘빌런’ 취급을 당했던 경양식집 업주도 폭로에 동참했다. 유튜브 채널 ‘뚝경TV’를 개설한 업주 정 아무개 씨는 “오래된 고기를 사용한다고 방송이 조작됐는데 제가 사용한 고기는 48시간 이내의 고기”라며 “영수증까지 확인해 줬는데 제작진은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았고, 방송 후 저는 오래된 고기를 사용하는 사람이 돼 있었다”라고 토로했다.
또 마지막 회에서 백종원의 함박스테이크 솔루션을 거부한 상황과 관련해선 “실제 솔루션을 받았고 이 장면이 카메라에도 촬영됐으나 방송에서는 편집됐다”고 주장하며 “현재도 솔루션대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섞어 함박스테이크를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정 씨와 골목식당 제작진 간 촬영 후 카카오톡 대화에서 제작진 측이 솔루션 편집에 대해 “갑작스럽게 추가된 분량이다 보니 살리기 어려웠다”고 인정한 부분이 있다.
이렇게 업주들이 자신의 경험을 살려 폭로에 나선 가운데 대중들의 반응은 싸늘하기 이를 데 없다. 장어집의 경우는 백종원의 솔루션 후에도 고등어를 전자레인지에 데워 내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점, 포장마차를 새로 개설해 2호점을 내거나 수육집으로 바꾸는 등 초반 반짝 인지도 상승에 힘입어 솔루션을 따르지 않은 점 등이 지적됐다.
제작진의 조작 주장에 대해서도 대중들은 “방송에서는 백종원이 지적한 사안에 대해 전부 다 인정했으면서 왜 이제 와서 그것이 조작이었다고 주장하냐”고 꼬집었다.
경양식집은 ‘오래된 고기’와 관련한 해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었다. 구입 후 48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보관 상태에 따라 고기가 변질될 가능성이 있음에도 이에 대해선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솔루션 거부와 관련해서는 제작진과의 의견이 갈리기도 한다. 제작진은 정 씨의 주장에 대해 “솔루션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정 씨의 의지였기 때문에 ‘안 바꿀 거면 안 바꿔도 된다. 존중하겠다’고 했을 뿐이고 마지막 촬영까지 정 씨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받아쳤다. 정 씨의 주장과 제작진의 주장을 종합하면 마지막 촬영까지 솔루션을 거부한 정 씨가 추가로 이뤄진 촬영에서야 고집을 꺾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미 편집이 끝난 방영분에 해당 장면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네티즌들이 만든 이른바 ‘골목식당 서열표’의 일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이들의 연이은 폭로에도 대중들의 외면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대중들은 “맛집 방송 조작이 드문 일은 아니다”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앞서 맛집 방송으로 유명세를 탄 VJ특공대, 생생정보, 생방송투데이, 찾아라 맛있는 TV 등이 조작 논란에 휘말려 왔던 탓이다.
이와 관련해 2011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트루맛쇼’는 맛집 프로그램의 허상을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당시 조작 프로그램으로 지목됐던 각 공중파 방송사 가운데 MBC가 대표로 상영금지가처분신청을 냈으나 기각당하고 오히려 방송의 내용이 진실에 가깝다는 결론만 얻었다.
맛집 소개가 아니라 오히려 고발하는 방송이었던 채널 A의 ‘먹거리X파일’도 조작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여러 먹거리 주제 가운데 특히 ‘식용유 범벅 대왕 카스테라’에 대해 다소 부풀려졌던 방송은 대중들의 폭발적인 공분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처럼 요식업을 다루는 방송의 대다수가 조작 의혹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은 대중들도 이미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번 골목식당 조작 논란에서 제작진보다 업주들에게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이에 대해 한 시사교양 프로그램 제작 관계자는 “백종원이나 제작진이 악의적으로 조작까지 해서 얻을 메리트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적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프로그램이 ‘백종원 선생님의 식당 운영 과외’처럼 진행돼서 착각하는 것 같은데 결국 이 방송은 예능이다. 대본이나 만들어진 상황이 없는 예능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특히 골목식당의 경우는 방송의 기승전결이 똑같다. 각 편마다 문제가 있는 출연자들이 짠 듯이 존재하지만 결국 마지막은 백종원의 솔루션을 받아들여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대중들은 그것에 환호한다. 마지막의 반전을 위해 문제 식당들의 변화 전 모습이 더 부각되는 건 당연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상황 속에서 업주들이 말하는 것처럼 사람을 인간쓰레기로 몰 정도로 허용 범위를 넘어선 심각한 조작이 있었다면, 오히려 제작진이 그것으로 무슨 메리트를 얻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며 “앞서 문제가 있던 대부분의 맛집 방송은 방송 초기에 업주들의 즉각적인 해명이나 정정보도 요구가 있어 왔다. 지난해 8월 방송을 마치고 6개월 가까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폭로가 이어진 것에 대중들이 의구심을 가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골목식당 제작진 측은 뚝섬 장어집과 경양식집의 폭로에 대해 별 다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