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신에너지차 판매 규모는 지난해 순수 전기차(BEV)를 포함해 120만 대를 넘겼다. 그러나 현대차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해 1200여 대를 판매한 데 그쳤다. 지난해 현대차 전체 판매량의 0.15% 수준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올해 신에너지차 생산 비중을 10%로 채우도록 하는 강제 규정까지 시행하면서 벌금 부담까지 지게 됐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中汽協)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시장 신에너지차(NEV) 판매규모는 2017년과 비교해 61.7% 증가한 125만 6000대에 달했다. 이 중 현대차의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는 B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 각각 379대, 831대를 판매, 시장점유율 0.01%에 그쳤다. 한국산 배터리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제한으로 쏘나타 PHEV 판매가 지난해 8월부터 이뤄진 점을 고려해도 신에너지차 판매 부진은 심각한 상황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현재 쏘나타 PHEV 배터리는 중국 현지 업체가 납품하고 있다.
서울시 양재동에 있는 현대자동차 사옥. 연합뉴스
업계에선 현대차의 NEV 경쟁력이 중국 현지 완성차 업체에 밀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BEV 경쟁력으로 꼽히는 1회 충전시 주행 가능 거리가 유사할 경우 현대차의 전기차는 중국 현지 업체의 전기차보다 2배 넘게 비싸다”면서 “중국 현지에서 현대차 브랜드는 ‘조금 비싸도 사야지’라고 생각하는 차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중국 현지 완성차 업체 장화이자동차의 BEV IEV6E는 1회 충전시 주행 가능 거리가 300㎞로 베이징현대 위에둥EV와 비슷하지만 가격은 훨씬 저렴해 위에둥EV보다 114배 많이 팔렸다.
더 큰 문제는 중국 정부가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시행한 ‘NEV 더블포인트 제도’에 현대차가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NEV 더블포인트 제도는 중국 내 승용차 생산 업체의 총 생산량 평균 연비와 NEV 자동차 생산 현황을 검토해 각 차량별 점수(credit)를 부여, 전체 점수의 10%를 NEV 생산으로 채우도록 하는 정책이다.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는 지난해 1월 중국이 PHEV는 1대 생산에 각 2점, BEV와 수소전기차(FCEV)는 최대 5점을 받는 만큼 2019년 중국 내 완성차 업체는 전체 생산량의 약 5%를 NEV로 생산해야 한다는 결과를 내놨다.
현재 현대차가 베이징현대를 통해 중국에 판매하는 NEV는 위에둥EV와 쏘나타 PHEV, 두 종이다. 지난해 두 차종은 각각 379대, 831대, 총 1210대가 팔렸다. 같은 기간 베이징현대가 전체 18개 차종 79만 177대를 중국 시장에서 판매한 것으로 고려하면 NEV 비중은 0.15%에 불과했다. ICCT 분석 기준 NEV 생산량이 4.85%포인트 부족한 셈이다. 더욱이 현대차는 올해 중국 시장 86만 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결국 올해 현대차가 중국 정부의 NEV 더블포인트 제도에 부합하기 위해선 지난해보다 36배 많은 BEV·PHEV 등 NEV를 팔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NEV 더블포인트 제도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 상황에서 현대차가 전기차 등 신차를 투입한다고 해도 전체 점수의 10%를 NEV 생산으로 채우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정해진 비율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NEV 포인트를 다른 기업한테 구매해야 하는 사실상 벌금 규정을 따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업계 다른 관계자는 “품질과 가격에서 현대차의 중국 내 NEV 경쟁력은 상당히 떨어진 상태”라며 “NEV 물량을 마냥 늘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 정부는 NEV 더블포인트 제도에 따라 정해진 비율을 충족하지 못하는 완성차 업체들의 경우 NEV 점수를 다른 기업으로 구매하도록 규정했다. 친환경차 생산 비중이 낮은 기업에 일종의 벌금을 부과하고, 전기차 생산이 많은 중국 현지 완성차 업체를 지원하겠다는 복안이다. 문은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난징무역관 부관장은 “중국은 올해 10% 내년 12%로 NEV 의무 생산 비중을 강제한다는 방침을 정해둔 상태”라며 “2025년 NEV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로 확대될 때까지 중국의 전기차 전환 드라이브는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현대차는 NEV 신차종을 투입하고 BEV 택시 물량을 늘려 NEV 생산 의무화에 대응할 예정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현대차는 올해 중국 NEV 생산 계획에 링동 PHEV 1만 5000대를 추가하는 방안만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폭스바겐·테슬라·포드·GM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중국 내 NEV 대량 생산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의 전기차 경쟁력은 크게 뒤지지 않는다”면서 “중국 시장 NEV 신차 투입이 예정돼 있다”고 강조했다.
배동주 기자 j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