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수산시장 킹크랩 경매 현장, (선)왕게는 선어 킹크랩을 의미한다. 경락단가는 1kg당 중도매인이 매입하는 가격
[일요신문] 최근 노량진 수산시장 새벽 경매장이 일반인들로 북적인다. 이유는 유튜브(youtube)에서 유행하는 킹크랩 반값 영상들 때문이다. 이 영상은 노량진 수산시장의 킹크랩 경매가 열리는 새벽 4시, 중도매인이 경매를 통해 낙찰받은 킹크랩을 사면 소매가보다 매우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상에는 경매가 끝난 후 상인이 킹크랩을 1kg당 1만 원 전후에 팔고 있다. 킹크랩 1마리가 3kg 전후 중량이라는 걸 감안하면 1마리를 3만~4만 원에 살 수 있는 것이다. 시중가의 7분의 1 수준이다. 그런데 이 킹크랩은 ‘선어’다.
흔히 살아있는 생선을 ‘활어’, 죽어서 영하로 얼려 유통하면 ‘냉동’,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를 ‘선어’라고 표현하는데, 말 그대로 죽은 킹크랩이다. 영상에서는 죽은 지 얼마 안 된 선어 킹크랩을 사면 맛은 활어 킹크랩보다 크게 떨어지지 않으면서 가격은 훨씬 저렴하다고 설명한다.
최근 노량진 수산시장 킹크랩 활어 시세가 1kg에 7만~8만 원이고, 킹크랩 식당에서는 1kg에 10만 원을 호가하는 것과 비교하면 영상에 나온 선어 킹크랩은 매우 좋은 대안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정말 영상처럼 저렴하게 킹크랩을 구입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최근 노량진 수산시장의 선어 킹크랩은 영상처럼 저렴하지도 않고 신선도를 담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불과 3~4개월 전만 해도 경매장에는 일반인을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적게는 20~30명, 금요일이나 토요일에는 50명에 가까운 사람이 경매장을 찾고 있다. 수요가 늘어난 만큼 경매가(경락단가) 자체도 뛰었다.
영상의 상인은 1kg에 1만 원대에 선어 킹크랩을 팔았지만 지금은 최소 2만~3만 원, 특히 주말에는 드물게 4만 원을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오른 가격만이 아니다. 영상에서는 선어 킹크랩이 마치 살아있는 상태로 활어차를 통해 노량진으로 이동하다가 죽은 것처럼 표현하고 있지만 실제로 유통되는 선어 킹크랩의 상당수는 죽은 지 오래된 것들이 섞여있다.
일각에서는 수요가 늘어나자 물량을 대기 위해 출하 전 수조 등에서 죽은 킹크랩을 모아 납품하는 것은 아니냐는 의혹을 품고 있다. 실제로 선어 킹크랩 경매에 나오는 물건들 대부분은 스티로폼 박스에 담겨 운반되고 있었다. 방금 죽은 신선한 킹크랩이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광경이다. 영상을 보고 저렴한 킹크랩을 구매했다가 이상한 맛이 난다는 후기도 올라온다. 경매에서 몇천 원에 낙찰 받은 질 낮은 물건이 다른 선어들과 섞여 팔리기도 한다.
반값 킹크랩 영상으로 조회 수를 올려 수익을 내려는 목적을 가진 유튜브 제작자라면 ‘잘 고르면’ 이라는 단서를 달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반인이 죽은 킹크랩의 신선도를 제대로 파악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한 상인은 “지금은 경매장에서 구입해서는 안 되는 시기”라고 귀띔했다. “1~2월은 킹크랩의 가격이 가장 비싼 시기이기도 하고 지금은 일반인들이 너무 많이 몰려 가격도 덩달아 뛰었다”고 했다.
일요신문이 현장을 찾은 날도 경매사는 경매에 앞서 일반인들에게 “최근 유튜브를 보고 찾아오는 분들이 많아졌다”면서 “용도에 맞게 구매해야 한다, 잘못 사시고 나중에 민원을 넣는 분들이 있다”며 신중한 구매를 당부했다.
김창의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