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경기를 지켜보는 박동혁 아산 무궁화 감독
[일요신문] 박동혁 아산 무궁화 감독은 지난 2018 시즌 K리그 22개 구단을 통틀어 최연소 감독이었다. 현역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이동국, 김용대와 동기생(1979년생)이다. 하지만 감독 경력 1년 만에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할 일들을 겪었다. 의경 선수들로 운영되는 아산이라는 특별한 팀을 맡아 우승을 이뤘지만 1부리그 승격에는 실패했다. 경찰청의 선수 선발 중단을 선언하며 해체 위기를 겪었기 때문이다. 팀 존속을 위한 결의대회에 나서 청와대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 새출발을 앞두고 있는 박동혁 감독을 전지훈련지 경남 남해에서 만나봤다.
박 감독은 다사다난했던 지난해를 떠올리며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라며 웃었다. 그는 “평생 해보지 못할 경험을 다 해보지 않았나. 구단 폐지 문제, 청와대 시위, 승부조작 제의(은퇴 선수 장학영이 아산 소속 이한샘에게 승부조작 제의를 했던 사건. 이한샘과 박 감독 등 관계자들의 신속한 대처로 마무리됐다.), 우승을 했는데 승격도 못하고(웃음). 가장 아쉬운 점은 승격을 하지 못한 것과 경찰청 인원 충원이 중단됐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앞 집회에도 나섰던 박동혁 감독(마이크 앞).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팬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그는 “절대적인 수치는 적을지 몰라도 우리가 인구대비 관중은 1위일 것이다. 우승을 하려면 선수, 코칭스태프, 구단, 팬 등 모두가 하나가 돼야한다고 말하지 않나. 지난시즌 우리는 정말 그랬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도 팬들이 많은 역할을 해줬다”고 했다.
2017년 수석코치로 아산과 인연을 맺은 그는 이듬해 감독직에 올랐다. 감독 생활 첫 시즌에 리그 최연소 감독으로 우승까지 경험했다. 그는 팀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실 지난해에 다른 곳에서 제의도 있었다. 중국에서 2팀, 국내에서 2팀으로부터 각각 제의가 왔다. 그땐 아산이 계속 잘될 줄 알고 남았는데 중간에 일이 생겨서 큰일 날 뻔 했다(웃음). 하지만 이 팀에서 비전이 있다고 생각했다. 시민구단을 창단 시켜서 지역의 많은 분들에게 더 큰 즐거움을 드리고 싶다.”
이번 시즌 K리그 참가가 결정된 아산은 경찰과 민간인 신분 선수들이 혼재된 형태로 운영된다. 새로운 선수들이 대거 영입되며 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특히 새로 영입된 선수들은 몇몇을 제외하면 신인급 선수들이다. 박 감독은 새로운 팀 분위기에 대해 “지금 전지훈련 중인데 이번 시즌이 제일 열심히 하는 것 같다. 감독으로서 뿌듯한 마음이다”라며 “의경 선수들과 새로운 선수들의 기량 차이가 어느 정도 존재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새로 들어온 친구들도 가능성이 보인다. (오)세훈이나 (김)레오, 경험이 있는 (최)진호 등은 기대가 크다. 이들 모두 공격수다보니 기대가 더 된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주장을 맡은 미드필더 이명주 또한 같은 의견을 전했다. 그는 “많은 선수들이 다 능력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다”라면서도 “세훈이와 레오에 대한 기대가 크다. 특히 세훈이는 신장(193cm)도 크고 기술도 좋다. 대한민국 대표팀이 필요로 하는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즌 구상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영입을 언급하기도 했다. 14명의 경찰 신분 선수들은 오는 8월 전역을 앞두고 있다. 전반기와 후반기는 완전히 다른 팀으로 탈바꿈 해야하는 상황이다. 박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당분간은 경찰 신분 선수들이 더 많이 출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22명을 선발할 계획인데 현재 21명이 새로 들어와잇다. 1~2명을 더 뽑을 생각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 선수들 전역에 맞춰 8~9명을 추가로 영입할 예정이다. 아직 확정이 된 것은 아니지만 시민구단이 된다는 가정하에 운영을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박동혁 감독. 사진=아산 무궁화
자신감을 보인 그였지만 올 시즌 성적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K리그2의 경우 우승을 하면 자동적으로 K리그1로 승격을 했기에 그간 ‘디펜딩 챔피언’이 K리그2에 남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아산은 최초로 K리그2 2연패에 도전할 흔치 않은 자격이 주어졌다. 박 감독은 “2연패에 대한 욕심은 있다(웃음). 작년에 어려운 환경 속에서 우승을 했지만 ‘멤버가 좋아서 우승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었다”면서 “경찰 친구들이 시즌 끝까지 함께한다면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자신있게 말하겠지만 그 친구들 전역 이후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일단은 플레이오프 진출선(4위 이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2부리그는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감독 커리어 2년차를 앞두고 있는 박동혁 감독의 머릿속에는 성적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성적을 넘어서 ‘아산 지역의 축구 붐‘을 이야기했다.
“이번 시즌 정말 어렵게 참가하게 됐다. 선수들도 그렇고 팬분들도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다시 좋은 일이 생겼으니까 올해 좋은 성적을 내야만 한다. 좋은 성적과 함께 아산에 축구 붐을 일으키고 싶다. 우리 구단이 사회공헌 활동을 굉장히 열심히 한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청만 있다면 나도 얼마든지 직접 나설 것이다. 작년에도 열심히 했지만 올해는 축구든 다양한 활동이든 더 열심히 하겠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