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왼쪽)와 현대차. 일요신문DB
벤츠는 브레이크 디스크와 패드의 경우 평균 22%와 26%, 오일필터는 평균 19%가량 싸게 책정했다. 특히 3세대 C-클래스(W204), 4세대 E-클래스(W212) 등 보증기간이 만료된 일부 차종에서 교체 빈도가 잦은 주요 소모품과 범퍼 등 외장 부품의 소비자 가격도 내려 관심을 모았다.
이에 따라 벤츠 차량 이용자의 편의가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김지섭 벤츠코리아 고객서비스 부문 총괄 부사장은 “2010년부터 지속해온 부품 가격 인하 노력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순정부품과 서비스를 보다 합리적인 비용으로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고의 서비스와 품질로 올해도 신뢰받는 브랜드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벤츠의 결정은 다른 수입차 브랜드의 국내 정책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벤츠는 2016년부터 3년째 국내 판매량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벤츠는 지난 1월에도 5796대를 판매, 2위 BMW(2726대)와 2배 넘게 차이를 냈다. 한 수입차업체 관계자는 “다른 업체들도 상시적으로 AS 점검 캠페인을 하면서 부품 교체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긴 하다”면서도 “벤츠의 부품 가격 인하가 고객들의 호응을 받고 차량 매출에도 영향을 준다면, 다른 업체들도 부품 가격 인하를 검토하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수입차업체들의 국내 정책 변화는 수익률을 개선해야 하는 국내 자동차업체를 더 힘들게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BMW ‘화재 게이트’ 악재에도 불구하고 수입차 판매는 역대급 기록을 갱신했다. 10년 전 6만여 대에 불과하던 국내 수입차의 연간 판매량은 지난해 26만여 대로 5배가량 늘었다.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도 지난해 16.73%까지 높아졌다.
반면 현대차는 지난해 최악의 영업실적을 보였다. 현대차는 2018년 경영실적에서 458만 9199대를 판매해 2017년 대비 0.9% 증가한 97조 2516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조 4222억 원으로 47% 줄었다. 이는 2010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최저치였다. 영업이익률 역시 2.5%로 2017년(4.7%)보다 2.2%포인트 낮아졌다. 2010년 이후 최저치인 동시에 영업이익률이 처음으로 2%대로 내려앉은 것이다.
벤츠의 부품 가격 인하 결정이 현대차에는 큰 영항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국산차 수요층과 수입차 수요층은 시장에서 어느 정도 구분돼 있다“며 ”국산차 이용자가 부품 가격이 낮아졌다고 수입차로 갈아타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또 “메르세데스-벤츠가 수입차업계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기 위해 진행한 마케팅의 일환이라고 본다”며 “국산차보다 다른 수입차업체의 판매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