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투수 류현진. 사진=일요신문
[일요신문] 한층 여유가 있어 보인다. 어느새 메이저리그 7년 차. LA 다저스 류현진(32)은 14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 캐멀백 랜치 글렌데일에서 이뤄진 첫 공식 불펜피칭에서 35개의 공을 던지며 구위 점검에 나섰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구단의 퀄리파잉 오퍼를 수락한 류현진은 어느 때보다 일찍 시즌을 준비했다. LG 트윈스 구단의 허락을 받고 잠실야구장에서 개인 훈련을 소화했고, 한화 이글스 후배들(장민재, 이태양)과 일본 오키나와에서 몸을 만든 후 귀국했다가 미국으로 출국했다. 준비한 시간이 길었던 만큼 류현진의 첫 공식 불펜피칭은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한국에서부터 시작한 불펜피칭을 계산하면 이번이 여섯 번째다.
최근 MLB.com은 2019시즌 LA 다저스의 전력을 분석하는 내용 중 마운드 강화 요인으로 다음과 같은 설명을 곁들였다. 두 명의 좌완 선발인 클레이튼 커쇼와 류현진, 그리고 신인 우완 워커 뷸러의 성장이 다저스 마운드를 단단하게 형성했다는 것. 커쇼는 시즌을 마치고 옵트 아웃을 선언했고, 류현진도 FA 자격을 갖췄지만 두 선발 투수는 모두 다저스에 남았다. 커쇼는 다저스와 연장 계약을 했고, 류현진은 1790만 달러(약 200억 원)에 퀄리파잉 오퍼를 수락했다. 커쇼와 류현진의 잔류는 아무리 워커 뷸러의 성장세가 돋보인다고 해도 전체적인 선발 마운드에 안정감과 깊이를 더해준다.
다저스의 마운드를 이끌 선발 투수들은 13일 커쇼부터 불펜에 올랐다. 커쇼-류현진(14일)-워커 뷸러(15일) 순으로 불펜이 이뤄졌는데 14일 이뤄진 류현진의 불펜 투구는 성공적이었다. 직구 위주로 35개의 공을 던졌고, 불펜피칭을 마친 후에는 데이터 분석팀으로부터 피칭 관련된 의견을 전달받은 다음 견제 훈련과 러닝으로 훈련을 마쳤다.
시즌마다 중요한 이유들이 있었지만 이번 스프링캠프는 류현진에게 남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올 시즌을 마치면 다시 FA 시장에 나가는 터라 류현진은 건강한 몸으로 생산적인 투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마운드에서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인지 그는 불펜피칭을 마친 다음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출국할 당시 올 시즌 목표를 20승으로 잡은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20승을 하려면 아프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20승을 거론한 것이지 꼭 20승을 올리겠다는 건 아니다. 그 정도의 숫자가 나오려면 부상이 있으면 안 되고 모든 선발 로테이션을 잘 돌아야 가능하기 때문에 20승을 언급한 것이다.”
2013·14년 14승을 올렸던 류현진은 2015년 왼쪽 어깨와 팔꿈치 수술을 받고 2년간 제대로 활약하지 못했다. 2016년엔 1경기만 소화했고, 2017년 5승(9패)을 올렸다. 그리고 지난 시즌에 7승(3패), 평균자책점 1.97이라는 호성적을 내며 부활을 알렸다. 왼쪽 허벅지 내전근 부상으로 16경기에 등판하는 등 류현진은 그동안 크고 작은 부상이 잦았다. 그래서 그를 얘기할 때마다 내구성이 약점으로 지적됐던 것도 사실이다. 누구보다 선수 자신이 그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류현진은 “데뷔 첫 시즌을 제외하면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고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면서 “그래서 (퀄리파잉 오퍼가 왔을 때) 바로 수락했다”고 대답했다. 거취가 빠르게 정해지면서 류현진은 비시즌 동안 훈련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류현진은 올 시즌부터 팀을 떠난 야스마니 그랜달(밀워키 브루어스) 대신 영입된 러셀 마틴과 새로운 호흡을 맞춘다. 러셀 마틴은 9년 전 다저스의 ‘안방마님’으로 활약했던 인물. 36세의 베테랑 포수인 러셀 마틴 관련해서 류현진은 남다른 기대감을 드높였다.
“누구보다 투수들이 러셀 마틴의 영입을 반가워하는 것 같다. 좋은 포수이고 다저스로 다시 돌아온 선수다. 다른 팀에 있을 때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올 시즌 류현진은 자신의 천적으로 꼽히던 선수들이 대거 다른 지구로 이적하거나 다저스에 입단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맞이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헌터 펜스는 텍사스 레인저스로, 폴 골드슈미트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 외야수 A.J. 폴락은 다저스로 팀을 옮겨 류현진과 동료를 이뤘다. 류현진으로서는 절로 웃음이 나오는 상황. 그 감정을 숨기지도 못한다.
“나를 상대했을 때 성적이 좋았던 타자들이 다른 리그로 이적한다는 건 굉장히 기분 좋은 일이다. A.J. 폴락과는 직접 인사를 나눴다. ‘잘 왔다’는 내용의 인사였다(웃음).”
한편 류현진의 공식 첫 불펜피칭에서 호흡을 맞췄던 포수 로키 게일은 류현진의 구위와 관련된 질문에 “모든 공이 내 글러브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굉장히 프로다운 피칭을 선보였다”고 흥분된 목소리를 들려줬다. 그는 류현진이 던진 35개의 공 중 “직구 29개, 커브 3개, 체인지업 3개였다”면서 “불펜피칭은 간단히 몸을 푸는 훈련인데 투수들은 포수의 미트 안으로 원하는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감이 잡히면 투구를 멈추기 때문에 몇 개의 공을 던진 건 중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류현진한테는 현재 두 명의 코치가 잠시 자리를 비웠다. 평소 그를 살뜰히 챙기는 릭 허니컷 투수코치가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은 탓에 캠프 초반 2주가량 마크 프라이어 코치가 대신 투수들을 이끈다. 또한 류현진의 개인 트레이너로 합류할 예정이었던 김용일 전 LG 트레이닝 코치도 비자 발급이 늦어지면서 미국으로 오지 못한 상태다. 류현진은 “2월 말이나 3월 초에는 김용일 코치가 애리조나로 오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애리조나=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류현진과 양의지의 깜짝 해후 LA 다저스 류현진과 NC 다이노스 양의지가 애리조나에서 해후했다. 사진=일요신문 지난 12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포츠데일 솔트리버필드에서는 NC 다이노스와 니혼햄 파이터스의 연습 경기가 열렸다(NC 3-5패). 이날 경기장에는 깜짝 손님이 나타나 눈길을 끌었는데 다름 아닌 LA 다저스의 류현진이었다. 다저스에서 오전 훈련을 마친 류현진이 오후 1시부터 열리는 NC의 연습 경기를 관전하려고 지인들과 함께 경기장을 방문한 것이다. 류현진은 NC 더그아웃 그물망 뒤에서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경기를 지켜보면서도 계속 누군가를 찾으며 선수들이 나오는 원정 클럽하우스로 시선을 보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가 기다린 선수는 87년생 동갑내기 양의지였다. 양의지는 더그아웃 쪽으로 나오다 팬들한테 둘러싸여 사인과 사진 촬영을 해주는 등 바쁜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류현진이 한마디 한다. “역시 FA 대박 친 선수의 포스는 달라.” 류현진은 멀리서 걸어오는 양의지에게 계속 손을 흔들어댔다. 양의지도 류현진을 발견하고 미소를 지으며 더그아웃 쪽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해후한 두 사람. 그 대화가 여간 재미있지 않다. 류현진(류): 여기(애리조나) 날씨 너무 춥지 않냐? 여태껏 가장 추운 날씨 같아. 양의지(양): 난 겨울인 줄 알았다. 류: 너,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도대체 방망이를 몇 시간 씩 치는 거야(이날 양의지는 선발 명단에서 제외된 터라 따로 타격 훈련을 했다) 양: ‘밥값’ 하려면 더 쳐야 해. 피닉스에서 뭐 하냐? (투산으로) 넘어와. 피칭 한 번 하게(피닉스에서 NC 훈련장이 있는 투산까지는 차로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류: 열심히 받아주려고? 양: 내가 ‘파이팅’ 쩔잖아. 류: 너 훈련 영상 봤는데 두산에 있을 때보다 ‘파이팅’ 목소리가 안 크더라? 양: 야, 말도 마. 여기선 네 명씩 받아(투수를 의미). 두산에선 한 명씩 받았는데. 류: 선수들이랑은 잘 지내고? 양: 서른 살 밑으로는 대화를 나누려 하질 않아. 류: 우리도 그만큼 나이를 먹었다는 거야. 한국 선수들 보면 우리 나이의 선수들이 많지 않아. 우리도 이제 ‘노땅’ 됐어. 류현진이 씁쓸한 표정을 짓자 양의지가 폭소를 터트린다. 메이저리그의 한국 투수와 KBO리그 포수를 대표하는 절친의 짧은 대화였다. [영] |
오승환에게 물었다! 한국 복귀 발언의 속내는? 콜로라도 로키스 투수 오승환. 사진=일요신문 류현진이 다저스 캠프에서 첫 공식 불펜피칭을 하던 날, 콜로라도 로키스의 오승환도 처음으로 스프링캠프에서 불펜피칭을 소화했다. 15일(한국시간)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솔트 리버 필즈 앳 토킹 스틱에서 만난 오승환은 전날 불펜피칭에 대해 “직구랑 체인지업 위주로 던졌다”고 설명했다. “투수 코치가 캠프 초반에는 슬라이더, 커브 등 변화구를 던지지 말라고 조언했다. 투구 매커니즘 자체가 슬라이더, 커브는 몸에 무리를 가한다는 생각 때문인데 나름 일리 있는 말씀이었다. 지금까지 캠프 시작하면서 그런 조언을 해준 코치는 처음이었다.” 메이저리그의 시작점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였던 오승환은 이후 토론토 블루제이스 유니폼을 입을 때만 해도 스프링캠프 장소가 플로리다주였다. 애리조나에서 스프링 캠프를 소화하는 건 콜로라도 입단하면서 이뤄진 일. 그 차이를 묻자, 오승환은 날씨를 거론했다. “플로리다에 비해 애리조나가 훨씬 추운 것 같다. 투수한테는 온도 차이가 제일 크게 와 닿는 것 같다.” 오승환은 콜로라도 캠프 합류하기 전 애리조나 투산에서 전지훈련을 갖고 있는 KT 선수단과 합동 훈련에 참가했다. KT 캠프에 가지 않고 미리 콜로라도 캠프에 합류할 수도 있었지만 오승환은 한국 선수들과의 훈련을 먼저 선택했다. 그 이유를 물었다. “작년에 LG 선수단과 애리조나에서 함께 훈련하며 좋은 느낌을 받았다. 후배들과 한국어로 대화하고 같이 캐치볼하면서 투구 연습을 하니 심적 안정감을 갖게 됐고 여러 가지 면에서 도움을 받았다. 그래서 이번에도 한국팀과의 훈련을 알아봤고 KT에서 허락해준 덕분에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오승환은 지난 10월, 시즌을 마치고 귀국한 자리에서 기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복귀를 거론했다. ‘5년 동안 일본과 미국 생활을 하며 조금 지친 상태라 한국에 복귀하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오승환은 당시 자신의 발언을 떠올리며 “그 얘기를 꺼낸 데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정리했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한마디 했을 뿐이다. 삼성에 아쉬움과 실망이 컸다. 그런 배경이 (귀국시 발언에) 작용한 것 같다. 중요한 건 과거가 아닌 지금이다. 시즌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다른 데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올 시즌을 잘 치르는 게 더 중요하다.” 삼성 구단에 어떤 점이 아쉬웠느냐고 재차 물었다. 오승환은 잠시 생각에 잠기다 “그 부분은 민감한 내용이라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 짓고 싶다”면서 “그러나 나중에는 할 얘기가 많을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지금 내 나이가 미국에서 1, 2년 더 한다고 해서 미래를 보고 갈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류)현진이처럼 올 시즌 잘해서 FA를 목표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한국으로 돌아간다면 건강한 몸으로 좋은 공을 던질 수 있을 때 가고 싶다. 그래야 후배들에게 경험담을 들려줄 때 말의 힘이 담기지 않을까 싶다. 말만 앞세우는 선배는 되고 싶지 않았다.” 오승환은 개인 훈련으로 진행한 일본 오키나와에서 총 100km 이상은 달렸다고 말한다. 하루에 무조건 5,6km를 뛰었다고 말하는 그는 올 시즌에도 여전히 ‘돌부처’의 위력을 보여주며 존재감을 확인시켜줄 예정이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