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그리스의 프로 복서인 바겔리 차치스(31)는 세계 유일의 외팔이 프로 복서다. 양손으로 펀치를 날려도 모자랄 판에 어떻게 외팔로 싸운다는 걸까. 하지만 링 위에서 싸우는 그의 모습을 보면 이런 편견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금세 깨닫게 된다.
그가 이렇게 외팔이 된 것은 생후 3개월 때였다. 태어날 때부터 오른팔에 종양이 있었던 그는 암세포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하는 수 없이 팔의 일부를 절단해야 했고, 그렇게 평생을 한 손으로 살았다.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생긴 장애 때문에 그는 힘겨운 유년 시절을 보냈다.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 놀림을 당했고, 보철로 끼운 갈고리 손 때문에 ‘후크 선장’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곤 했다. 결국 분노에 휩싸였던 그는 사고뭉치로 자랐다. 불량배들과 어울리면서 밤새도록 술을 마시거나 파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고, 하루가 멀다 하고 패싸움을 했다.
이렇게 구렁텅이에 빠져있던 그를 구한 것은 바로 권투였다. 10여 년 전 권투를 시작함과 동시에 권투와 사랑에 빠졌다. 그는 “어느 날 아름다운 여자를 보고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지는 것과 같다”라며 권투를 처음 접했을 때를 표현했다.
비록 외팔이였지만 그는 권투에 놀라운 재능을 갖고 있었다. 그의 타고난 의지와 결합돼 실력은 나날이 늘어갔다. 물론 특수 제작한 글러브를 오른팔에 끼웠기 때문에 실제로는 양팔을 다 사용했다. 그리고 지난 2015년, 마침내 그는 가족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아테네에서 프로 선수로 데뷔했다. 당시 그는 만장일치로 판정승을 거뒀고, 그렇게 복싱의 역사를 새로 썼다.
하지만 시련도 있었다. 두 번째 시합에서 패했던 그는 중상을 입고 2년 반 동안 링 위에 오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2018년 12월, 오래 기다렸던 컴백 무대에 올라 다시 한 번 승리의 기쁨을 맛봤던 그는 35세까지 계속 선수생활을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장애를 가진 모든 사람에게 귀감이 되고 있는 차치스는 “스스로 한계를 만드는 것도 우리요, 그 한계를 깨뜨리는 것 역시 우리다”라고 말했다. 출처 ‘아더티센트럴’.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