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사람이 모인 이곳에 최근 갈등이 폭발하고 있다. 갈등을 넘어 법적 소송도 끊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해참 전우회 회장이 두 명이라는 점이다. 한 명이어야 할 회장이 왜 두 명일까. 진짜 회장은 누구일까.
안태훈 중앙회장(왼쪽)과 조성태 중앙회장.
이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2017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안태훈 해참전우회 중앙회장이 협심증으로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거동이 불편했던 안 중앙회장은 “당시 부회장이었던 조성태 당시 부회장에게 이사회를 1회 개최하라고 했다”고 설명한다. 조 부회장은 “모든 권한을 위임받은 직무대행이었다”고 말했다. 어쨌건 이에 임시총회가 개최됐고 이때 개최된 총회에서부터 양 측의 주장이 극명히 엇갈린다.
조성태 당시 부회장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임시총회에 참석한 임원들이 안태훈 중앙회장이 거동이 불편한 데다, 언제 나을지 몰라 직무대행에서 대행을 빼고 회장으로 나를 추대하는 투표를 했고 반대표 2표 이외에는 모두 찬성해 회장이 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안 중앙회장 측은 “임시총회에서 회장을 교체하려면 총회를 열어야 하고 총회 한 달 전에 임원들에게 개최 여부를 알려야 하지만 이에 대해 알린 사실이 없다”며 “적법한 절차로 선출되지도 않았는데 자신이 회장이라고 따로 사무실을 차려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회장이 건강을 회복하고 사무실에 다시 나오면서 회장은 두 명이 됐다. 두 회장은 각기 다른 곳에 사무실을 두고 활동한다. 그럼에도 등록된 회장은 한 명일 수밖에 없다. 국방부와 등기부등본 법인 설립 허가증에 등록된 대표는 안태훈 중앙회장이다. 이에 대해 조 중앙회장은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조 중앙회장은 “총회에서 회장으로 추대되자 안태훈 중앙회장이 회장직을 이어받는 데 1억 원을 요구했다”며 “안 중앙회장을 민형사상으로 고소했고 그 결과에 따라 국방부에 대표 변경을 요구할 예정이다”라고 반박했다. 안 중앙회장 측은 “대표로 누가 등록돼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법인 허가증을 보고 누가 대표인지 국방부에 물어보라”고 답했다.
이에 두 회장이 소송전에 돌입했다. 누가 진짜 회장인지 법정에서 가려달라는 것이다. 안 중앙회장이 먼저 조 중앙회장을 법인 도장을 도용한 혐의로 고소했다. 2018년 10월 수원지방검찰청은 이 사건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도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국방부에 등록된 해참전우회 도장으로 판단하려 했다. 이 도장은 조 중앙회장의 도장과 달랐고 심지어 안 중앙회장 도장과도 달라 판단할 수가 없었다. 검찰은 국방부, 안 중앙회장, 조 중앙회장이 각기 다른 도장을 갖고 있어 증거 부족으로 도용이라 판단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검찰은 정관 역시 국방부, 안 중앙회장, 조 중앙회장이 제출한 게 모두 달라 판단하긴 어렵지만 국방부 자료를 기준으로 봤을 때는 중앙회장을 자격 모용(사칭)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 결국 검찰은 회장 선출 정당성 여부는 민사에서 밝히라고 했다.
안 중앙회장은 이에 항고했다. 안 회장은 증거를 추가하고 도장 도용이 아니라 자격이 없는 사람이 사칭한다는 모용죄를 추가했다.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항고가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런데 서울고등검찰청은 이 사건을 두고 재수사 지시를 내린다. 혐의없음으로 종결될 줄 알았던 사건이 기소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안 중앙회장과 조 중앙회장 모두 각 지부 임명장을 주고 있어 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누가 안 중앙회장 사람인지, 조 중앙회장 사람인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안 중앙회장 측은 조 회장이 발급한 임명장도 문제로 삼고 있다. 조 회장이 취임한 이후 조 회장 측이 발급한 임명장에는 원유철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명예총재로, 박희도 전 육군참모총장이 명예회장으로 적혀 있다. 하지만 원 전 원내대표는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주장이다.
해참전우회 명예회장이 맞냐는 질문에 원 전 원내대표 측은 “전혀 모르는 조직이다. 명예총재직에 동의한 적이 없어 당황스럽다. 이름을 빼달라고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조 회장은 “원 전 원내대표가 2017년 임원을 수락하셨고, 내가 회장이 되면서 명예총재직을 부탁해 명예총재로 기재했다”며 “임명장을 보여줄 수도 있다”며 당시 임명장을 보여줬다. 임명장은 있지만 정작 명예총재인 당사자는 모른다고 부인해 역시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조 회장이 법인 설립 명목으로 돈을 받아갔다는 혐의로 고소한다는 사람도 나오면서 전우회는 더욱 혼탁해져만 가고 있다. 1월 이 아무개 씨가 ‘2018년 1월 조 회장이 20~30명을 모아 법인 이사비, 지회 설립비 등이 필요한데 곧 설립허가가 나오면 국가에서 나오는 돈이 있다며 돈을 요구했다’면서 ‘그 말을 믿고 입금했지만, 자격 결격 사유로 반려가 됐는데도 6월, 8월에 설립 허가가 나온다고 거짓말을 했다며 안 중앙회장 측으로 고소장을 보냈다. 조 중앙회장 은행 계좌를 보면 피해자가 더 많을 것’이라고 고소 사유를 밝혔다.
또 문 아무개 씨도 비슷한 사유를 대며 ‘개소식 비용으로 400만 원 이상 경비, 지부 사무실 임대료 및 유지 등 도합 1500만 원 이상을 썼다’고 고소했다. 조 중앙회장은 “그분들은 안 중앙회장 측 사람이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두 명 모두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경찰서에 접수는 안했다”며 “안태훈 회장에게 고소장을 대신 접수해 달라며 전달했다”고 말했다. 고소장을 접수하지 않은 배경으로 이 씨는 “세상물정에 어두워 소송 방법을 잘 모른다”며 “더 많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작성한 고소장이다”고 설명했다.
결국 사건은 법원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최근 조 중앙회장도 안 중앙회장을 고소했고 안 중앙회장이 조 중앙회장을 고소한 사건은 검찰이 수사 중이다. 앞서 언급했듯 조 중앙회장을 향한 고소도 두 건이 걸려 있다.
조 중앙회장의 ‘정관에 따라 적법한 절차로 임명됐다’는 주장과 안 중앙회장의 ‘국방부와 법인 등기된 대표를 보라. 조 중앙회장은 그 어디에도 등록된 곳이 없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양쪽 다 법원이 자신을 진짜 중앙회장으로 가려주리라 자신하고 있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