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말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일반대 160곳을 대상으로 자체진단보고서를 받았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각 대학이 제출한 자체진단보고서를 토대로 일반대학 160곳을 정상대학 분류 대상인 ‘예비 자율개선대학’ 120곳과 부실대학 분류 대상인 ‘2단계 진단 대상’ 40곳으로 나눈다. 2단계 진단 대상은 2차 평가 뒤 최종적으로 역량강화대학, 재정지원제한대학 유형 1과 유형 2, 한계대학으로 분류됐다. 역량강화대학이나 재정지원제한대학이 되면 정원감축을 권고 받고 조건부로 재정이 지원되며 국가장학금 및 학자금대출 일부가 제한된다.
배재대는 2017년 12월 말부터 2018년 3월 말까지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통보한 2018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용 자체진단보고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김한수 건양대 교수를 영입했다. 김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의 손아래 동서다. 3녀 2남 가운데 둘째로 태어난 영부인 김정숙 여사는 여동생 하나를 뒀다. 그 여동생의 남편이 김 교수다.
2018년 6월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예비 자율개선대학 120곳과 2단계 진단 대상 40곳을 발표했다. 배재대는 부실대학 분류 대상인 2단계 진단 대상으로 선정됐다. 곧 반전이 일어났다. 2개월 뒤인 2018년 8월 최종 평가에서 배재대는 정상대학 급인 자율개선대학으로 승격됐다. 2단계 평가 대상으로 분류됐던 학교 40곳 가운데 배재대, 영산대, 우송대 등 3곳만 정상대학 급으로 재평가됐다.
이를 두고 교육계 일각에서는 배재대가 ‘부적’ 용도로 김한수 교수를 영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교수의 이직을 두고 보인 건양대와 배재대의 반응은 이런 의혹을 더욱 증폭시켰다. 건양대 스포츠의학과는 김 교수의 사임 이유를 정확히 공개하지 않았고 배재대는 김 교수의 임용 이유와 시점을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익명을 원한 건양대 내부 관계자는 “김한수 교수가 배재대로 ‘스카우트’ 됐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게 배재대는 2012년 한 차례 부실대학 명단에 포함된 바 있어 대학 평가 때마다 살얼음판을 걷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거기에 김한수 교수의 이직 배경 자체가 평범치 않고 배재대에서 하는 업무량도 적어 의혹은 계속되고 있다. 24년 한 대학에 근무하며 입학처장과 학과장까지 했던 교수가 59세에 타 대학 교양과목 담당 교수로 이직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배재대 주시경교양대학 소속 교수가 된 김 교수에게 2019학년도 1학기 주어진 책임은 교양과목인 ‘스포츠와 건강’ 한 과목이 전부다. 2년 전부터 대학가의 뇌관으로 떠오른 전임 교수의 책임 강의 시간과 정반대 행보다. 대학가는 대학구조개혁과 재정난, 강사법 시행에 맞춰 시간제 강사에게 강의를 맡기기보다 전임 교수의 강의 시간을 늘리도록 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에 대해 김한수 교수는 “건양대 내부 상황이 좋지 않았던 터라 지난해 교수 여럿이 자리를 옮겼다. 나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내가 대전에 사는데 논산에 있는 건양대보다 배재대가 출퇴근이 편하기도 하다. 부족한 강의수는 3년 안에 채우면 된다“며 ”대학 평가는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 배재대는 1차 평가 때 121위에서 122위 정도였다. 1차 때 정상대학으로 분류된 대학 120곳 가운데 몇몇 대학이 비리대학으로 드러나 배재대가 후순위로 들어간 거다. 만약 내가 영향력을 끼쳤다면 배재대가 애초 정상대학으로 분류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수 교수의 영향력 관련 시비가 붙기 시작하자 최근 있었던 김 교수와 안용규 제7대 한체대 총장 당선인과의 식사 자리 부적절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안 당선인은 14일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월 한체대를 방문한 김 교수를 만나 육조영 한체대 교수, 이종영 대덕대 교수와 함께 저녁을 먹은 적은 있다”고 밝혔다. 한체대 일부 교수진은 이 식사 자리를 안 당선인의 ‘청와대 줄대기’라고 봤다.
안용규 당선인의 해명 때문이었다. 안 당선인은 “과거 제6대 총장 선거 때 교육부로 들어간 투서 때문에 교육부 조사와 감사원 감사를 받은 바 있었다. 각각 ‘문제 없음’, ‘해당 없음’, ‘증거 없음’으로 처분된 검증결과서를 내가 직접 봤다. 그런데도 총장이 안 됐다”고 해명하는 동시에 “당시 나를 향한 의혹을 모두 소명했는데 문고리 3인방 등 청와대 쪽 인사와 인연이 없어서 총장이 못된 건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한 바 있었다. 문고리 3인방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청와대 소속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정호성 전 제1부속비서관을 가리킨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의 소통책으로 꼽혔다.
교육계 일각에서도 김한수 교수와 안용규 당선인의 만남이 ‘로비성’이었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안 당선인은 제6대 총장 선거 때 자신에게 제기된 모든 의혹을 깨끗하게 소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청와대 쪽과 부족했던 교감을 당시 실패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 말은 곧 ‘청와대의 정무적 판단이 이뤄져야 총장이 될 수 있다’고 스스로 판단한 거다. 그렇다면 김한수 교수와의 만남은 그저 동기와의 순수한 만남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국립대 총장은 학교 내부에서 투표로 당선이 돼도 몇 가지 절차를 더 거쳐야 한다. 투표로 선출된 뒤에도 교육부 임명 제청과 국무회의 의결, 대통령 승인이 필요하다. 2018년 11월 한체대 총장후보추천위원회는 안용규 교수를 한체대 제7대 총장으로 선출했다.
안용규 당선인은 2012년 제6대 총장 선거 때도 당선된 바 있었다. 하지만 교육부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2013년 4월 교육부는 교육공무원인사위원회를 열어 인준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투서 등을 기초로 안 교수의 도덕성 등을 문제 삼아 임용제청을 하지 않았다. 한체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안 교수의 개인적인 추문과 교수진을 향한 향응 및 접대, 아들 편입 문제 등이 투서에 적혔다. (관련 기사: 안용규 한체대 총장 당선인이 말하는 아들 편입학 입시 비리 의혹)
이와 관련 안용규 당선인은 “김한수 교수는 나와 동기다. 입시 외부 감독관으로 온 동기와 개인적으로 밥을 먹은 게 문제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식사 자리에서 총장 임용 관련 이야기는 전혀 한 바 없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 역시 “안용규 당선자와 나는 4년 동안 기숙사 생활까지 같이 한 친구다. 박사 과정도 함께했다. 한체대 외부 감독으로 갔다가 친구가 밥 한 끼 하자고 해서 만났을 뿐이다. 단독으로 만나면 말이 나올까 봐 후배와 함께 만났고 총장 승인 관련 이야기 역시 나오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김 교수는 한체대 2회 졸업생으로 석사와 박사 모두 한체대에서 취득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