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삼각 트레이드로 삼성 라이온즈에 새 둥지를 튼 김동엽. 사진=삼성
[일요신문] “오히려 잘된 일이란 생각이 들기도 해요.”
2018년 12월 7일 KBO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삼각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초유의 삼각트레이드를 통해 SK 와이번스 우승멤버 김동엽이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했다. 키움 히어로즈 고종욱이 SK로 새 둥지를 텄고, 삼성 포수 이지영은 키움으로 이동했다.
지난해 정규시즌에서 27홈런을 터뜨리며 SK 한국시리즈 우승에 큰 힘을 보탠 김동엽. 그에게 삼각 트레이드는 갑작스러우면서도 당황스러울 법했다. 하지만 트레이드 이후 ‘일요신문’과 만난 김동엽은 “오히려 잘된 일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삼성 홈구장인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항상 타격감이 좋았던 것으로 기억해요. 그 기운을 삼성에서도 이어간다면, 이번 트레이드가 제게 새로운 기회로 작용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상 초유의 삼각 트레이드 당사자가 된 삼성 김동엽의 마음가짐이었다.
# 야구 관계자들의 이구동성 “김동엽과 삼성라이온즈파크의 궁합 상당히 좋을 것”
‘당겨치기’로 표현 가능한 김동엽의 타격 스타일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의 궁합이 어떨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삼성
김동엽의 말 그대로였다. 지난해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이하 라팍)에서 김동엽의 타격감은 나쁘지 않았다.
2018년 라팍에서 8경기를 치른 김동엽의 성적은 타율 0.357/ OPS(출루율+장타율) 0.952/ 1홈런/ 7타점이었다. 표본이 적긴 하지만 시즌 타율 0.252를 기록한 김동엽이 라팍에서 올린 타율과 OPS는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김동엽은 힘이 좋은 타자다. 국내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잠실야구장에서 장외 홈런을 때려냈을 정도로 김동엽의 힘은 가공할 만하다. 지난해 김동엽이 라팍에서 선보인 기록을 한 시즌 내내 유지한다면, 김동엽의 장타 개수 역시 늘어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대구에 새 둥지를 튼 김동엽이 마주한 호재는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극단적인 ‘풀 히터(pull hitter)’다. 우타자 기준 좌측으로 당겨치는 타구의 비율이 상당히 높다. 2018년 김동엽이 생산한 타구 가운데 47.6%가 당겨친 타구였다. 지난해 당겨친 타구 비율은 KBO리그 전체 타자 중 21위였다.
여기서 라팍의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라팍은 8각형 형태로 설계됐다. 구조 특성상 좌·우측 담장은 상당히 짧은 편이다. 홈플레이트에서 좌·우측 가장자리 펜스까지 거리는 99.5m에 불과하다.
좌타자든 우타자든 당겨치기 비율이 높은 파워히터에게 유리한 구조다. 다른 구장에서 외야 뜬공 처리될 만한 타구가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선 담장을 넘어가기 일쑤다.
야구 관계자들은 “김동엽과 라팍의 궁합은 상당히 좋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 가운데 한 야구 관계자는 “김동엽이 좋은 타구를 만들 때를 돌이켜보면, 방망이에 맞은 공이 좌측으로 빠르게 뻗어 나간다. 그런 의미에서 좌측 담장이 짧은 라팍은 김동엽에게 상당히 유리한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당겨치기가 특기인 파워 히터’ 김동엽과 좌·우측 담장이 짧은 라팍의 궁합에 대한 궁금증은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대구 야구팬들은 라팍에서 김동엽을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 ‘완성형 타자’로 비상 준비하는 김동엽, 특별 과외 선생 역할 자처한 김한수 감독
스프링캠프에서 순도 높은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는 김동엽. 사진=삼성
2018년 김동엽은 자신의 목표를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그 목표는 바로 30홈런이었다. 하지만 끝내 김동엽은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개인적인 아쉬움 역시 컸다. 김동엽은 시즌이 끝나고서야 “사실 시즌 목표가 30홈런이었다”고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아쉬움도 잠시, 김동엽은 “올 시즌 다시 한번 30홈런에 도전해 보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새로운 유니폼을 입고 새로운 마음가짐을 장착한 김동엽의 의지는 결연했다.
그는 “삼성이 나를 원했다. 그래서 유니폼을 갈아입게 됐다. 팀이 바라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30홈런 목표에도 묵묵히 도전을 이어갈 것”이란 포부를 밝혔다.
홈런도 홈런이지만 정확도와 선구안 향상에 대한 욕심도 충만한 김동엽이다. 2016년 KBO리그에 데뷔한 김동엽은 항상 ‘공갈포’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달아왔다. 홈런 수 대비 타율과 출루율이 낮았던 까닭이다.
김동엽은 스프링캠프에서 다시 한번 약점 극복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그는 삼성 김한수 감독으로부터 ‘특별 과외’를 받으면서 더 높은 단계로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김 감독의 특별 과외가 효과를 본 것일까. 스프링캠프에서 김동엽은 순도 높은 타격감을 뽐내며 정규시즌을 향한 기대감을 한껏 높이고 있다.
2월 16일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연습경기에 선발 출전한 김동엽은 비거리 130m 초대형 홈런을 비롯해 안타 하나를 추가로 터뜨리며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한 경기로 모든 것을 평가하긴 섣부르다. 하지만 김동엽의 성장세는 분명 눈에 띈다.
이제 정규시즌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과연 삼성맨이 된 김동엽이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며 ‘완성형 타자’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