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MBC ‘사람이 좋다’ 캡쳐
19일 방송되는 MBC ‘휴먼 다큐 사람이 좋다’는 80녀 인기 혼혈 가수 박일준 편으로 꾸며진다.
인순이, 윤수일에 이어 혼혈 가수로 잘 알려진 가수 박일준(66). 그는 17살 때부터 미 8군에서 그룹 활동을 했고 원로가수 고 김상범 씨의 눈에 띄어 1977년 ‘오 진아’라는 곡으로 데뷔했다.
이듬해 10대 가수상을 받는 등 8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노래뿐 아니라 영화와 TV 활동 등으로 꽃미남 스타 반열에 올랐던 자타공인 만능 엔터테이너기도 했다.
그러나 화려했던 모습 이면엔 나모를 아픈 사연이 있었다.
박일준은 “까만 피부 때문에 친구들이 놀려도 제가 혼혈아일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어요. 왜냐면 양부모님이 제 곱슬머리를 감추려고 싹 깎아버리거나 모자를 씌워줬었거든요”라고 말했다.
6.25 전쟁이 끝난 직후 태어난 박일준. 미군이었던 아버지는 그의 존재도 모른 채 미국으로 돌아갔고 친어머니는 혼혈이라는 이유로 세 살이었던 박일준을 고아원에 맡겼다.
이후 양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유일한 가족이었던 그들마저 박일준이 가수로 성공할 무렵인 70년대 후반에 세상을 떠났다.
유명인이 된 뒤에도 편견과 차별은 끝없이 이어졌고 결혼도 어려웠다. 늘 이방인처럼 살아온 인생길의 유일한 친구는 술뿐이었다.
어렵게 가정을 꾸렸지만 출생으로 빚어진 고통은 고스란히 이어졌다.
돈만 벌아다 주면 되는 줄 알았던 박일준은 가족을 챙기기 보다는 밖에서 술과 함께 하는 시간이 더 길었다.
박일준의 상처는 그를 똑 닮은 아들 형우, 딸 혜나에게 대물림됐다. 자녀들도 놀림감의 대상이 된 것.
결국 박일준은 어린 아들 형우를 친척이 사는 볼리비아로 유학을 보냈는데 아들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원망으로 유학 시절을 보내야 했다.
시련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02년 박일준이 간 경화로 인한 식도정맥출혈로 쓰러졌다. 여섯 번의 대수술 끝에 가족들에게 돌아올 수 있었는데 그는 뒤늦게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았고 한다.
이젠 아침 일찍 손녀를 등교시키고 아내를 따라 장 보는 나날이 즐겁기만 하다.
가족들은 변한 박일준의 모습이 놀랍기만 하다.
박이준은 “나한테도 이런 가족이 있다는 게 되게 고맙다. 내가 살아있어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