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아이돌 그룹의 외모지상주의를 지적했다 논란에 휩싸였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박은숙 기자.
여성가족부가 아이돌 그룹의 외모지상주의를 지적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여가부는 최근 배포한 ‘성평등 방송프로그램 제작 안내서’가 방송 출연자들의 외모까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일자 19일 “일부 오해소지가 있어 수정삭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여가부는 2017년 펴낸 ‘성평등 방송프로그램 제작 안내서’를 보완한 개정판을 지난 12일 방송국과 프로그램 제작사 등에 배포했다. 개정판에는 ‘방송프로그램의 다양한 외모 재현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부록으로 추가됐다.
‘방송프로그램의 다양한 외모 재현을 위한 가이드라인’은 외모지상주의를 지양하고 다른 외모에 동등한 가치를 부여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인데, ‘비슷한 외모의 출연자가 과도한 비율로 출연하지 않도록 한다’는 부분이 논란이 됐다.
특히, 안내서는 ‘음악방송 출연 가수들은 모두 쌍둥이?’라는 제목의 사례에서 “음악방송 출연자들의 외모 획일성은 심각하다. 대부분의 출연자가 아이돌 그룹으로, 음악적 다양성뿐만 아니라 출연자들의 외모 또한 다양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부분의 아이돌 그룹의 외모는 마른 몸매, 하얀 피부, 비슷한 헤어스타일, 몸매가 드러나는 복장과 비슷한 메이크업을 하고 있다. 외모의 획일성은 남녀 모두 같이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정부가 방송 출연자의 외모까지 간섭하려는 시대착오적 규제에 나섰다는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정치권에서도 정부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자신의 SNS ”군사독재 시대 때 두발 단속, 스커트 단속과 뭐가 다르냐“며 여가부의 외모 가이드라인 논란을 ‘외모 검열’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여가부는 “방송에서 보이는 과도한 외모지상주의는 일반 성인뿐만 아니라 아동·청소년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프로그램 제작할 때 이런 요소들을 고려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하는 차원에서 부록을 보완했다”고 설명자료를 통해 해명했다.
하지만 여가부는 “제안을 검열, 단속, 규제로 해석하는 것은 안내서의 취지를 왜곡하는 것이다. 방송 제작을 규제할 의도가 없으며 그럴 권한도, 강제성도 갖고 있지 않다”고 정치권 등의 비판은 지나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번 논란에 대해 프로그램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논란이 된 안내서는 방송사, 제작진들이 방송현장에서 자율적으로 반영하라는 취지가 맞다”면서도 “여가부의 가이드라인 등 정부의 의지가 나타나는 이상 이를 무시하며 자율적으로 반영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조심스레 밝혔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