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이 유튜브 채널 ‘광파고TV’에 고정출연하고 있다.
일요신문과 전화인터뷰에서 김광식 7단은 “예전부터 방송에 관심이 있었다. 유튜브 채널을 준비하던 차에 이세돌 9단에게 말했더니 선뜻 도와주겠다고 해서 같이 시작했다. 정식 채널명칭은 ‘광파고TV’다. 이세돌 9단과 함께 찍은 영상에는 ‘이세돌&광파고 TV’라고 쓰고 있다. 바둑 외에도 토크나 게임, 스포츠 등을 주제로 다양한 콘텐츠 제작을 구상중이다. 이세돌 9단은 우선 6개월 정도 출연할 예정이고, 이후 일정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방송 준비는 도와주는 지인이 따로 있다. 우린 바둑만 좀 두지 별로 아는 게 없다.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재미로 봐 달라”라면서 웃었다.
김광식 프로는 천재들과 인연이 깊은 기사다. 스승 조치훈 9단에 대해선 “나는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조치훈 9단은 ‘광식이’라고 친근하게 이름을 불러주신다. 내가 초등학교 6학년 시절 조치훈 후원회에서 개최하는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인연이 되었다. 내제자 시절 조치훈 선생님은 당시 카리스마가 압도적이라 쉽게 다가가지 못했지만, 이세돌 9단은 어릴 때부터 같이 놀던 추억이 많아 아주 친한 사이다”라고 회상했다.
이세돌과 김광식은 1999년 충암연구실에서 처음 만났다. 김광식이 네 살 형이지만, 둘 다 어린 나이에 타지에서 외롭게 생활한 경험이 있어 쉽게 친해졌다. 김광식은 “같이 만화방에 가면 나는 만화책을 보고, 세돌이는 무협지를 읽었다. 무협지 읽는 속도가 너무 빨라 놀랐던 기억이 있다”라고 말한다.
유튜브 ‘이세돌&광파고 TV’ 방송 캡처.
이 둘이 합작한 첫 방송은 이세돌이 출전한 월드바둑챔피언십 예선 현장을 일본까지 가서 직접 촬영한 동영상으로 2월 4일 공개했다. 이후 함께 해설하는 방식으로 백령배 결승 1, 2국(신진서-커제), 하세배 결승(박정환-커제)을 녹화 방송했다. 18일 열린 농심신라면배 3차전 박정환-이야마 유타 대국은 처음으로 실시간 스트리밍 해설했다.
이세돌은 이번 농심신라면배엔 4번째 선수로 출전했고, 작년 11월 27일 판팅위의 6번째 연승제물이 되었다. 유튜브 방송에선 “한동안 대표인지도 잊어먹고 있었다. 나도 관련이 있었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서 “농심신라면배는 예전에 4장으로 나가 최종전까지 2연승을 거둬 우승한 기억이 있다. 그때는 뒤에 이창호 사범님이 계셔서 부담 없이 싸운 면이 있다. 세계대회 우승은 몇 번 했는데 농심배 5연승이 더 어렵게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4시간 가까이 진행한 실시간 방송에선 팬들의 질문에 아주 솔직담백하게 답했다. 이세돌은 주로 바둑내용 해설에 집중했고, 김광식은 채팅창을 보며 바둑팬들 질문을 전달하는 분업 체제(?)였다. 그 와중에 이세돌 ‘썰’이 폭포수처럼 터졌다. 김광식은 “연승이 계속되면 매일 생방송을 이어가겠다”라고 말했지만, 3차전 두 번째 판에서 박정환이 당이페이에게 패하면서 라이브방송은 2회로 마감했다.
박주성 객원기자
이세돌 ‘말말말’ “집에 AI 깔았는데…역시 사람과 둬야 제맛” 2016년 3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모습. ―AI와 인간의 치수는 몇 점일까.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해도 프로기사를 석 점 이상 접기는 어렵다. 프로기사도 사람이니 어쩌다 실수로 한판은 질 수 있다. 그러나 만약 10번기 정도면 일류 프로기사에게 석 점으로 여섯 판을 이기는 인공지능이 있을까? AI가 아니라 ‘신’이 와도 불가능하다고 본다.”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시각은. “집에도 성능 좋은 컴퓨터를 구비해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깔았는데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몇 판 두어봤는데 잘 이기지 못하니 점점 멀리하게 되었다. 포석을 따라 하는 건 취향이 아니고, 대국은 역시 사람과 두는 게 더 맛이 난다. 프로 입장에서는 그렇게 좋은 느낌은 아니다. 바둑을 전문적으로 배우는 친구들이 인공지능만 파는 건 좋지 않다. 승률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걸 이해하지만, 인공지능도 적당히 봐야 한다. 전문기사가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면 자신만의 바둑을 둬야 한다. 물론 인공지능에게 배워야 할 감각이 있다. 하지만 너무 그쪽으로 가다보면 자기 바둑이 사라질 우려가 있다.” ―승부처에서 전투력이 세서 ‘중반 13단’이라 불렸다. “중반에 운영 능력은 실력이 아니라 집중력 때문에 차이가 난다. 누구나 바둑을 두다 보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압박감을 느끼거나 실수하는 시간대가 온다. 나는 그 시점이 다른 기사들보다 약간 뒤에 왔다. 조금 더 버텼다고 해야 하나? 바둑뿐 아니라 모든 승부가 집중력 싸움이다. 그리고 제한시간 4시간 이상 바둑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초읽기까지 있으면 서로 대략 10시간 동안 바둑을 두어야 하는데 보통 사람이라면 집중력을 받쳐줄 체력에서 한계가 온다.” ―좋아하는 음식과 취미는? “음식은 얼큰한 탕이나 매콤한 국물류를 즐긴다. 예전에 등산이 취미였던 적도 있었다. 지금은 아니다. 인터넷바둑은 전혀 두지 않는다. 모니터로 보면 바둑판이 세워져 있는 느낌이라 어색하다.” |
바둑계 인물을 보는 이세돌의 시선 “구리 9단, 당연히 형인 줄 ㅋ” 이세돌 9단(왼쪽)과 구리 9단의 10번기 대국 모습. △이창호 9단=이창호 사범님이 등장하면서 형세판단과 끝내기라는 단어가 제대로 대접을 받았다. 오청원 9단의 ‘신포석’처럼 바둑에서 패러다임을 바꾼 점을 높이 평가한다. △구리 9단=처음 봤을 때 나와 동갑이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당연히 구리 ‘형’인 줄 알았다. 술도 좋아하는데 맥주는 거의 무제한으로 마신다. 친하게 지냈는데 10번기 이후는 좀 뜸해졌다. △커제 9단=처음부터 귀여웠다. 어려선 약간 경솔한 언동이 있었는데 그것도 나쁘게 보진 않았다. △신진서 9단=최근 세계대회 결승에서 연달아 패했다. 그러나 지금 나이에 세계대회 결승에 오른 자체가 대단하다. 물론 우승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아직 나이가 어리니 앞으로 기회는 많다. △알파고=당시는 완성형이 아니어서 내가 잘 준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당시 컴퓨터 수준이 인간을 많이 따라잡았다는 건 알았지만, 아직 테스트 버전이라 내가 이길 줄 알았다. 구글이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미리 공개한 판후이-알파고 기보를 보고 방심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