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 연장을 결정한 SBS드라마 ‘황후의 품격’이 주연 배우의 하차와 드라마 팬덤 갈등 등으로 논란을 빚었다. 사진=SBS 제공
애초에 예정되지 않은 연장 촬영이었던 만큼, 최진혁의 촬영 불참을 프로답지 못하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드라마의 방향이다. 배우의 출연 불발로 극중 러브라인의 중심에 서야 할 남주인공 한 명이 증발하면서 스토리의 전개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황후의 품격’이 2인 남주인공 체제를 밀고 있는 탓이기도 하다. 앞서 ‘응답하라 시리즈’가 그랬듯, 여주인공의 마지막 선택이 있기까지 시청자들은 과연 어느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의 선택을 받을지 긴장을 늦추지 않아 왔다. ‘황후의 품격’의 팬덤은 나왕식(최진혁 분)과 이혁(신성록 분)의 팬으로 양분돼 서로를 견제하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견제에서 비롯된 애청자들 간 기류가 단순한 갈등을 넘어서 상대 배우의 배척으로까지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황후의 품격’ 종방연 서포트를 진행하고 있는 모 온라인 커뮤니티는 서포트에서 황후인 오써니(장나라 분)와 황제 이혁만을 중심으로 나왕식을 배제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던 바 있다.
논란이 불거지자 해당 커뮤니티의 한 회원은“애초부터 오이(오써니-이혁)커플을 좋아하는 팬들이 모여 진행한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이들이 주목될 수밖에 없었다”며 “드라마 흐름상 오이 커플로 진행되고 있어 이 커플의 인기가 압도적이어서 이들을 미는 팬들이 많은 것일 뿐이고 투표를 통해 결정된 사안”이라고 논란을 일축했다.
이런 논란은 상대 배우, 즉 최진혁의 팬덤이 촉발시킨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대중들은 당초 드라마 초기부터 장나라와 최진혁이 메인 커플을 담당하고, 신성록이 서브 남주인공으로 극을 이끌어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최진혁의 하차 소식이 전달된 후 “남주인공은 사라지고 서브 남주인공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고 보도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러나 신성록을 지지하는 팬덤은 “애초에 드라마는 ‘장나라 원톱’ 여주인공에 2명의 남주인공과 인간군상들이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이를 두고 최진혁이 진정한 남주인공인데 자리를 빼앗겼다는 것은 해당 팬덤 측에서만 주장하고 있는 내용이다”고 반박했다.
최진혁 측 팬덤도 이에 맞섰다. 이들은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복수라는 큰 틀에서 함께 움직여야 할 나왕식과 오써니의 활약은 축소되고 악역이었던 이혁에게 서사가 집중되는 결과가 나왔다”라며 “오히려 2명의 남주인공이란 말이 맞는다면 복수에 집중해야 할 오써니와 함께 하는 나왕식이 당연히 높은 비중을 차지해야 하는 게 아닌가. 제작진의 스토리텔링 부족이 배우의 책임으로 떠넘겨지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최진혁은 ‘황후의 품격’ 종방연에 참여하지 않고, 종방연을 위한 팬덤의 서포트는 각자 진행되는 것으로 일단락이 난 것으로 보인다.
극중 남주인공 나왕식(천우빈) 역의 최진혁은 연장 촬영과 종방연에 불참한다. 사진=SBS제공
스토리는 ‘어차피 남편은 최택’이라는 ‘어남택’과 ‘어차피 남편은 류준열’이라는 ‘어남류’의 대결이었다. 러브라인이 부각되는 주요 시점이 대부분 정환(류준열 분)의 시선으로 전개됐기에 초기에는 ‘어남류’가 우세했다. 그러나 6화 이후부터 치고 올라온 최택(박보검 분)이 급부상하면서 엔딩에서 ‘어남택’이 폭발한 것이다.
박보검의 인기와는 별개로 이 당시 어남택 결말이 비판을 받은 것은 ‘러브라인의 개연성’ 탓이었다. 여주인공인 덕선(혜리 분)을 짝사랑하는 듯한 모습이나 서로를 이성으로 자각하는 모습을 보인 정환과는 달리, 최택의 경우는 ‘친구 이상 연인 미만’의 모습만이 부각되다 막판에서야 부인과 남편으로 시청자들 앞에 섰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의 예상을 깨는 뒤통수치기 엔딩에 집착해서 팬덤 싸움에는 기름을 붓고 찝찝한 결말을 낳았다”는 것이 당시 비판의 중론이었다. 이런 ‘응8’의 팬덤 싸움은 선택받지 못한 어남류의 팬덤이 제작진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거나, 드라마의 평점 테러 등 집단행동에 나서면서 또 다른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유사한 전철을 밟다가 남주인공 1명의 하차로까지 이어진 ‘황후의 품격’을 놓고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드라마제작사 소속 PD는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아예 서브 남주로 굳혀진 조연을 놓고 ‘차라리 남주인공 말고 얘랑 이어 달라’는 요청도 들어온다. 하물며 남주인공이 두 명인 상황에서의 시청자들 반응은 어땠겠나”라며 “사전제작드라마가 아닌 이상에야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며 스토리에 큰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반응이 좋은 쪽으로 수정할 가능성은 당연히 있다. 다만 그것이 일반적인 대중을 만족시킬만한 결말이 될지, 일부 팬덤만이 만족하는 결과가 될지는 전적으로 제작진의 역량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