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이동통신 시장점유율은 SK텔레콤(41.61%)이 LG유플러스(20.12%)를 압도하지만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지난해 6월 기준)은 SK브로드밴드(13.97%)와 LG유플러스(11.41%)가 큰 차이가 없다. CJ헬로의 유료 방송 점유율은 13.02%로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를 마치면 KT 계열(KT 20.67%, KT스카이라이프 10.19%)에 이어 2위 자리에 오르게 된다. SK텔레콤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일이다.
과거 공정위는 SK텔레콤의 CJ헬로 합병을 불허한 이유에 대해 “방송·통신시장에서의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SK텔레콤은 입장자료를 통해 “공정위의 결정을 매우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유료방송 시장 도약에 일조하고자 했던 계획이 좌절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한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따라서 이번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가 SK텔레콤 입장에선 억울하게 보일 법 하지만 공식적인 언급은 자제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동통신사들의 유료방송사 인수가 하나의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는 것”이라며 “유료방송 시장과 소비자들이 혜택을 많이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서울시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SK텔레콤 본사 전경. 사진=박정훈 기자
일각에서는 SK텔레콤이 LG유플러스에 대항하기 위해 다른 유료방송 업체를 인수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올해 1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2019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 인사회’에서 “유료방송사 인수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언급되는 곳은 티브로드와 딜라이브다. 지난해 6월 기준 티브로드의 시장점유율은 9.86%, 딜라이브는 6.45%로 이중 한 곳을 인수하면 LG유플러스와 경쟁이 가능하다.
다른 라이벌 통신사인 KT는 최근 딜라이브 인수를 중단하겠다는 뜻을 국회에 전달했다. 국회가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을 논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합산규제란 계열사의 총 점유율이 30%가 넘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으로 KT의 경우 KT스카이라이프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30%가 넘어간다. 다만 신은정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이에 대해 “합산규제 재도입 불발이 확실시 된다면 다시 KT를 통한 인수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LG유플러스 건물. 사진=박정훈 기자
KT가 딜라이브 인수를 중단하면서 SK텔레콤의 인수·합병(M&A) 선택지는 넓어졌다. 다만, SK텔레콤이 M&A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박정호 사장은 지난 1월 ‘CES 2019’에서 “올해 안에 중간지주사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거론되는 유력한 방안은 SK텔레콤을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분할한 후 SK텔레콤 투자회사가 SK텔레콤 사업회사, SK하이닉스, SK플래닛 등을 지배하는 방식이다.
현행법상 신규 지주사는 자회사의 지분을 30% 이상 보유해야 한다. 현재 SK텔레콤이 보유한 SK하이닉스의 지분은 20.07%다. 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는 SK하이닉스 지분 9.93%를 추가로 매입해야 한다. 주당 7만 원이 넘는 SK하이닉스의 주가를 감안하면 최소 5조 원 이상이 필요하다. 이처럼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기에 M&A에 필요한 자금을 추가로 투입하기는 부담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과거 CJ헬로 합병을 추진하면서 CJ헬로 지분 8.61%를 매입했다. 현행법상 3%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으면 주주제안권, 임시총회소집 요구권, 이사 해임 청구, 회계장부 열람권 등의 권한이 있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 지분 50%+1주를 매입할 계획이기에 SK텔레콤의 직접적인 CJ헬로 경영 참여는 어렵지만 전략적인 활용은 가능하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CJ헬로 지분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게 없다”며 “M&A 관련해서도 내부 검토 중이지만 결정된 건 없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인수대금 8000억 원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나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대금은 8000억 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LG유플러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139억 원이다. 현금 자산을 전액 투입해도 8000억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외부 조달이 불가피하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매출 12조 1251억 원, 영업이익 7309억 원을 기록했다. 수십조 원의 매출을 거뒀지만 2017년 매출 12조 2794억 원, 영업이익 8263억 원과 비교하면 기분 좋은 실적은 아니다. CJ헬로를 인수하면 사업 시너지를 통한 실적 확대가 예상되지만 당장 8000억 원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LG유플러스 측은 자금 조달에 대한 계획은 아직 밝히지 않았다. 반면, CJ ENM은 CJ헬로 매각을 통해 8000억 원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된다. CJ ENM은 “지분 매각을 통해 프리미엄 IP(지식재산권) 확대 등 콘텐츠 사업 강화, 디지털 및 미디어 커머스 사업 확대, 글로벌 성장 동력 확보 등 미래성장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게 됐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