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부 경남 FC 감독. 임준선 기자
[일요신문] 지난해 K리그 최고 히트상품은 경남 FC였다. 2부리그에서 막 승격했던 경남은 개막과 동시에 간판 공격수 말컹의 해트트릭으로 승리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시즌 후반까지 선전이 이어지며 리그 최종 2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연말 시상식장에서 쏟아진 각종 상(MVP, 득점왕, 베스트11) 등은 자연스런 수순이었다. 화려한 시즌을 뒤로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는 김종부 경남 감독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연고지인 경남 지역의 남해군 전지훈련지에서 이뤄졌다.
#‘빅리그 출신 선수’의 합류
지난 2018년 가장 큰 화제를 낳았던 경남은 비시즌 기간에도 많은 시선이 쏠렸다. 영광을 만든 주축들이 빠져 나가며 새로운 선수들이 다수 합류했다. 시도민구단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가 타 구단으로 팔려나가는 것은 오랜 기간 반복돼 온 일이다. 하지만 경남은 기존 전력 못지않은 탄탄한 보강으로 흥미를 유발했다. 유럽 빅리그 경력의 조던 머치(영국), 룩 카스타이노스가 영입됐기 때문이다. 김종부 감독은 “뛰어난 선수들”이라면서도 “영입이 잘 마무리 됐지만 우리가 좀 더 미리 움직였어야 했는데 결과가 빨리 나오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아무래도 빨리 했으면 하는 욕심이 있었다. 말컹이 나가는 것은 작년부터 이야기가 많이 나왔기 때문에 빠르게 움직였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합류 시기는 아쉬워했지만 선수들의 기량에는 만족감을 표한 김 감독이다. 그는 “조던은 원체 가지고 있는 게 많은 선수다. 경기를 읽을 줄 아니까 바로 팀에 녹아든다. 우리나라는 ‘조직력을 갖춰야 하고, 발을 맞춰야 하고’ 이런 부분을 많이 강조하지 않나. 그런데 조던은 실력이 있으니까 몸만 만들어주고 분위기만 조성해 주면 되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경남 FC 구단은 20일 룩 카스타이노스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사진=경남 FC
2명의 외국인 선수 이외에도 경남은 새얼굴이 다수 합류했다. 지난 시즌 26골로 득점왕에 오른 말컹을 비롯해 최영준, 박지수 등 주축 선수들이 이탈했지만 신인들을 포함해 20여 명의 선수들이 들어왔다. 김 감독은 팀의 스쿼드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선수 이탈로 팀워크나 조직력이 깨졌다고도 볼 수 있다. 중심적 역할을 맡던 선수들이었다. 척추가 빠져나갔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나간 것보다 오히려 보강이 됐다고 본다. 우리는 지난 3년간 계속 업그레이드 돼왔다. 공격, 미드필드, 수비 골고루 준비가 잘 돼가고 있다. 앞으로 3~4경기 정도 연습경기를 치르면서 다듬어갈 계획이다.”
#진화 선보일 2019 경남축구
지난해 경남은 2부리그에서 갓 승격한 도전자의 입장이었다.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지난해 2위에 오르며 위상이 급상승했다. 새얼굴이 다수 합류한 2019년 경남은 운동장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까. 김 감독은 “작년에 하던 축구에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조던을 활용할 때는 변화를 줄 수도 있다”며 힌트를 줬다.
지난해 경남은 4-4-2 포메이션을 주로 활용했다. 김 감독은 “우리는 ‘투 볼란치’(두 명의 선수를 수비형 미드필더에 배치)가 중심인 전술을 사용해 왔다”면서 “올해는 조던이 들어가면 원 볼란치를 쓰는 4-3-3 형태로도 설 수 있다. 그러면 윙어 활용도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또한 “작년에는 간결한 과정으로 많이 했다. 기술도 있고 드리블도 되는 등 능력 있는 미드필더가 있으면 안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조던은 그게 된다”며 새 외국인 선수에 대한 강한 믿음을 드러냈다.
최근 연습경기에서 조던의 능력을 실감하기도 했다. 그는 “내셔널리그 팀이랑 경기를 하는데 상대가 압박을 굉장히 강하게 걸었다. 그런데 후반에 조던을 투입하니 상대가 내려서기 시작했다. 기술로 툭툭 치고 나가면서 압박을 벗겨내 버리니까. 조던 영입 전에 우리가 원했던 아길라르보다도 더 좋은 선수인 것 같다”고 전했다. 겨울 이적시장 초기 경남은 지난해 인천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엘리아스 아길라르를 노리기도 했다. 김 감독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했다”며 치열했던 영입전에 대해서도 귀띔했다.
김 감독은 경남 축구의 강점으로 ‘수비 뒤 공간으로 향하는 날카로운 크로스 공격’을 직접 꼽았다. 그는 “이게 우리의 무기다. 정말 세밀한 연습을 많이 한다”며 “(경쟁자들에게)감출 것도 없다. 이미 다 알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컨트롤, 크로스, 공격수 움직임 등 세밀한 조율이 필요하다. 세계 축구에서도 가장 많이 활용되는 무기다.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등 다들 그 장면에서 골이 많이 나온다. 독일이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아시안컵에서 실패했던 것도 그런 그림을 많이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독일은 크로스가 30년 전부터 해오던 전매특허였는데 장점을 버리고 다른데 치중하다 실패했다.”
날카로운 크로스와 관련해 새롭게 발을 맞추게 된 이광선과의 일화도 공개했다. 시즌 말미인 지난해 11월 제주와의 경기, 전반전 왼쪽 측면에서 네게바의 크로스가 올라갔고 말컹이 골문으로 쇄도했다. 당시 제주 수비수 이광선은 이를 막으려다 자책골을 기록했다. 김 감독은 “우리가 2위로 올라서는데 중요한 경기였다. (이)광선이가 이적해 왔을 때 ‘고맙다. 상금 나눠줄게’라고 말해줬다”며 웃었다. 이어 “광선이가 잘못한 것은 아니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조재철(3골)이도 그렇고 김효기(7골)도 그걸로 골 넣은 거다. 효기는 그전까지 골이 많지 않았는데(웃음)”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도전, 챔피언스리그
지난 시즌 1부리그 무대에 화려한 복귀전을 치렀던 경남은 올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그간 상대적 약체로 평가 받아온 시도민구단으로선 흔치 않은 일이다. 경남은 K리그 성적에 따라 ACL에 진출한 최초의 도민구단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외부에서 우리가 ACL과 리그를 병행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실제 ACL에 처음 나서는 팀들이 어려움을 겪기도 했고”라면서도 “그래도 기대가 된다. 선수들이 잘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사진=경남 FC
일각에서 지적하는 ‘경험 부족’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그는 “이미 선수들에게 ‘우리가 ACL이 처음이라고 해서 주눅들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경남이라고 해서 안 될 것 없다. 나갈 만 해서 나가는 대회다. 한 팀이 ACL 경험이 많다고 해서 몇 년간 똑같은 선수단이 계속 나가는 것은 아니지 않나. 우리는 K리그 2위이다. 아시아 무대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만 많은 경기를 치르면서 드러낼 체력 문제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김 감독은 “모든 경기를 다 잡을 수는 없다. 결국엔 어느 정도 선택을 해야 한다”며 때론 힘을 뺄 것을 예고했다.
큰 도전을 앞두고 있지만 부담감은 없다. 김 감독은 “우리는 계속 도전을 해온 팀이다. 징계(승점삭감)를 안고 있었고(2016년) 승격에 도전했다(2017년). 작년에는 1부리그 첫 시즌이었다. 오히려 2년, 3년 전 부담이 더 컸다. 아시아에 K리그가 강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빌게이츠도 천재가 아니었다” 김종부 감독이 동기부여를 하는 법 훈련 시작에 앞서 선수단과 이야기를 나누는 김종부 감독. 지난해 경남 FC를 K리그1 2위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는 김종부 감독은 ‘어떻게 하면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시킬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많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스스로 축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프로뿐만 아니라 한국 축구 전체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학원축구도 변해야한다”며 “학교에 가서 지켜보면 감독이 지시를 내리고 선수들이 자신 있게 ‘예! 예!’하면서 대답한다. 가서 선수들에게 ‘뭐라드노’라고 물어보면 ‘모르겠는데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프로까지 그런 모습이 이어진다. 욕 안 먹으려고 대답만 열심히 하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요즘 애들은 자기들이 볼 때 합리적이지 않으면 안하려 한다. 선수를 이해시키고 스스로 동기부여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일요신문’과 인터뷰가 진행된 날, 김 감독은 훈련에 앞서 선수들에게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의 일화를 소개했다.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위해서였다. “지인이 메시지를 보내줬는데 빌 게이츠가 ‘나는 힘이 세지도 않고 천재도 아니다. 하루하루 새롭게 변화했을 뿐이다’라고 했다더라. 그걸 보고 감동 받아서 선수들에게도 말했다. 축구선수로서도 타고나지 않아도 대기만성형으로 성장한 선수가 더 대단한 것이다. 선수들이 달려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그런데 단순히 ‘열심히 해라’라는 말로는 동기부여가 어렵지 않나.” ‘천재가 아니다’라는 말에 감동을 받은 김 감독은 정작 선수시절 ‘천재’ 소리를 듣던 선수였다. 그는 1983 멕시코 청소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축이었고, 1986년 월드컵에서는 대한민국에 월드컵 역사상 첫 승점을 안긴 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본인은 천재가 아니었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김 감독은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그때는 마냥 열심히 뛰기만 했다. 열심히 하면 다 되는 줄 알고 몸이 아파도, 두들겨 맞아도 참고했다. 외국처럼 자유롭고 선수들이 스스로 하는 분위기를 꿈꿨다. 실제로 지도자를 해보니 그런 분위기가 선수들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느낀다.” 프로 무대에서는 외국인 선수를 다루며 지도자로서 또 다른 점을 배우고 있다. 그는 “말컹이 지금 중국에서 힘들어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감독한테 욕을 엄청 먹었다더라. 걔(말컹)는 훈련만 열심히 했으면 브라질 대표가 돼도 충분히 됐을 것이다. 그런데 열심히 안하고 뒤에서 요령 피우고 그런다. 우리는 달래기도 하고 타이르기도 하며 뛰게 했다”라며 웃었다. 이어 “그런 게 참 어려운 부분이다. 외국인 선수라고 너무 오냐오냐해도 국내 선수들이 불만을 가질 수 있다. 그렇다고 다그치기만 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지난해 경남 돌풍의 비결을 이야기하며 선수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바깥에선 별 탈 없어 보였지만 쿠니모토도 그렇고 말컹도 사고 많이 치고 그랬다. 지금 쿠니는 잘하고 있지만(웃음)”이라면서 “그런 걸 극복하고 여기까지 왔다. 팀에서 중심을 잡아준 배기종, 최재수 같은 고참 선수들에게 고마운 부분이다”라고 전했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