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제작진은 연이어 불거진 논란을 애써 잠재우고 촬영에 집중하지만 논란의 여파는 말끔히 잦아들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드라마가 그리 인기를 얻지 못한다는 사실. 몇 차례 부침을 겪은 뒤 시청률 반등을 노리고 있지만 반응은 크지 않다. 무엇보다 방송 편성을 내준 KBS가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벌어지는 ‘리스크 관리’에 지나치게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신양·고현정 주연의 KBS 2TV 월화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2:죄와 벌’이 각종 잡음으로 시끄럽다. 사진 출처=‘동네변호사 조들호2’ 홈페이지
# 방송 2주 만에 돌연 2주 결방…초반부터 잡음
‘동네변호사 조들호2:죄와 벌(조들호2)’은 잘나가는 검사 조들호가 검찰의 비리를 고발해 나락으로 떨어진 후 인생의 2막을 여는 이야기다. 2016년 KBS 2TV가 방송한 ‘동네변호사 조들호’를 잇는 후속편이다. 박신양이 1편과 마찬가지로 타이틀롤을 맡은 가운데 고현정이 상대역으로 새롭게 합류했다. 사회악에 맞선 주인공이 정의를 찾아가는 과정이 주된 내용이다. 시청률이 16~17%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얻은 1편에 비해 3년 만에 나온 ‘조들호2’의 성적은 신통치 않다. 2월 19일 방송에서도 5.7%(닐슨코리아) 시청률에 그쳤다. 방송을 시작한 이후 5~6%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저조한 성적만이 아니다. 2주간 방송되고 난 직후인 1월 16일 연출을 맡은 한상우 PD가 제작에서 빠질 수 있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오면서 드라마를 향한 우려가 촉발됐다. 방송가 한쪽에서는 ‘연출자가 출연 배우와 갈등을 빚어 하차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왔다. 이에 제작진은 “사실이 아니다”고 즉각 부인했다. 제작 관계자는 “갈등설은 잘못 알려진 내용”이라며 “한상우 PD가 변함없이 연출을 맡는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제작진의 설명처럼 한상우 PD는 자리를 지켰지만 그 직후 또 다른 논란이 불거졌다. 주인공 박신양이 돌연 허리 디스크를 이유로 촬영 소화가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결국 제작진은 2주 동안의 결방을 결정했다. ‘2주 방송 뒤 2주 결방’ 탓에 시청자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박신양 측은 평소 고질적으로 갖고 있던 허리 디스크가 악화돼 왼쪽 다리의 마비 증상이 나타나 긴급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알렸다. 문제는 드라마에서 박신양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사실. 그를 빼놓고 다른 촬영을 진행할 수 없던 제작진은 설 연휴를 포함해 2주 동안 ‘조들호2’는 방송을 멈췄다.
지상파 드라마가 주연배우의 부상 탓에 결방된 사례는 종종 있다. 박신양의 경우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반응이다. 하지만 한 차례 드라마를 둘러싼 논란이 터진 탓에 결방 결정을 두고 여러 추측이 제기됐다. 실제로 논란은 또 나왔다. 드라마가 방송 재개를 앞둔 상황에서 이번에는 출연 배우들의 하차 소식이 잇따라 터졌다. 작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변희봉을 비롯해 조달환, 이미도가 연이어 드라마에서 하차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결방 전까지 드라마에서 상당한 역할을 해왔던 이들 배우의 중도 하차 소식은 작품을 향한 논란이 촉발된 또 다른 계기가 됐다.
작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조달환, 이미도가 하차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사진 출처=‘동네변호사 조들호2’ 홈페이지
심지어 이들 배우는 제작진으로부터 충분한 설명 없이 ‘일방적인 하차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조들호2’가 매회 에피소드 형식으로 이뤄지는 드라마인 만큼 출연진의 하차와 투입이 비교적 자유로운 구조라고 해도 배우들은 촬영을 시작하기 전 충분한 설명이나 협의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부에서는 비판의 여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제작진은 이런 분위기와 선을 그은 뒤 “극 흐름상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면서 배우들과 상반된 입장을 내놔 혼란을 키웠다.
# 대본 쓰는 작가, 누구인지 특정하기도 어려워
의혹을 키우는 더 심각한 대목은 ‘조들호2’의 극본을 쓰는 작가를 특정하기 사실상 어렵다는 데 있다. 제작진은 드라마가 시작하기 전 공식홈페이지는 물론 작품을 소개하는 포털사이트 관련 페이지에도 집필 작가를 명시하지 않아 의구심을 키웠다. 작가는 드라마가 기획되고 편성이 확정된 뒤 제작에 돌입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존재다. 아무리 신인작가라도 해도 타이틀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 ‘조들호2’ 제작진의 선택을 두고 방송가 안팎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또 다른 이유다.
현재 ‘조들호2’는 김서연 작가를 중심으로 손세동, 이정필, 김영찬, 조혜빈 작가가 투입되고 빠지는 방식으로 대본 집필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회 방송에 작가의 이름이 거론되긴 하지만 자주 바뀌는 탓에 누가 메인 집필을 맡고 있는지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제작진 역시 “공동으로 집필한다”고 설명할 뿐 유독 작가진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여러 작가가 공동으로 대본을 쓰는 방식은 ‘조들호1’에서도 이뤄진 바 있다. 당시 이향희 작가를 필두로 김영찬, 유영선, 최승호, 유미경 작가들이 각각의 에피소드를 맡아 집필하면서 대본에 이름을 올렸다. 비교적 유기적으로 공동 작업이 이뤄진 덕분에 1편은 매회 1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화제를 뿌렸지만 이번 ‘조들호2’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SBS 드라마 ‘리턴’에 출연하다 논란을 빚고 중도 하차했던 고현정은 1년여의 절치부심 끝에 이번 ‘조들호2’를 통해 활동을 재개했다. 사진 출처=‘동네변호사 조들호2’ 홈페이지
‘조들호2’는 박신양의 역할이 상당하다. 타이틀롤로서 극을 이끄는 책임만 있는 건 아니다. 이번 드라마의 기획과 제작에 있어서 박신양의 의지는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성공한 드라마가 시리즈가 될 수 있느냐는 주연배우의 출연 여부가 결정한다는 점에서 박신양의 확고한 선택은 제작을 가능케 한 출발이다. 때문에 ‘조들호2’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박신양의 ‘역할론’에 대한 아쉬움도 제기되는 게 사실이다.
박신양과 더불어 드라마의 또 다른 주인공인 고현정 입장에서도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초 SBS 드라마 ‘리턴’에 출연하다 논란을 빚고 중도 하차했던 고현정은 1년여의 절치부심 끝에 이번 ‘조들호2’를 통해 활동 재개를 노렸다. 하지만 의지와 달리 제작 전반에서 연이어 터지는 논란 탓에 만족스러운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