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남편 박 씨의 이혼소송을 둘러싼 각종 폭로전이 벌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박 씨는 지난 2월 19일 서울 수서경찰서에 조 전 부사장이 자신과 자녀들에게 잦은 욕설과 폭행을 일삼았다며 조 전 부사장을 특수상해, 아동복지법 위반상 아동학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으로 고소했다. 지난해 이혼소송을 제기하면서 조 전 부사장의 폭언과 폭행을 이혼 청구 사유로 든 데 이어 사법 처벌까지 요구한 것이다.
2월 20일에는 박 씨가 경찰과 재판부에 증거자료로 제출한 동영상 일부가 언론에 공개돼 큰 파장을 불렀다. 해당 영상에는 조 전 부사장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이 부순 건 다 뭐야?) 네가 딴 소리를 하니까 그렇지, 네가 딴 소리를 하니까! 네가 쓸데없는 소리를 하니까!” “죽어! 죽어! 죽어! 죽어버려!”라고 날카롭게 소리치는 장면이 담겼다.
또 공개된 자료에는 박 씨의 목과 엄지발가락의 상처를 나타내는 사진도 포함됐다. 박 씨는 이를 근거로 조 전 부사장이 자신의 목을 조르고, 태블릿PC 등을 던져 발가락의 살점이 떨어져 나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마음에 안 들거나 술을 마시면 이 같은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조 전 부사장의 폭행이 ‘땅콩회항’ 사건 이후 상습적으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박 씨는 고소장을 통해 조 전 부사장이 쌍둥이 아들을 학대하고 장모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함께 필리핀 가사도우미에게 갑질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원태·현아·현민 삼남매가 가진 그룹 내 가족회사 지분이 전량 특정업체에 무상으로 넘어간 점을 들어 재산을 빼돌렸을 때 적용할 수 있는 강제집행면탈죄 또는 배임죄가 의심된다는 내용도 고소장에 포함됐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남편 박 씨가 경찰에 제출한 동영상. KBS 뉴스 캡처.
이어 “오히려 박 씨의 알코올 및 약물 중독 문제, 아이들에 대한 무관심과 방치 등으로 결혼생활이 파탄된 것”이라고 강조하며 “박 씨가 알코올과 약물에 빠져 있지 않을 때는 다툰 적이 없으며, 직접적으로 폭력을 행사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조 전 부사장 변호인 측은 공식 입장자료에서 박 씨의 아동학대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를뿐더러 상대방이 알코올 중독 증세로 인하여 잘못 기억한 내용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허위로 주장한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조 전 부사장 변호인 측은 박 씨가 혼인 생활 이후에 알코올 중독 증세가 심각해 3회에 걸쳐 입원치료를 하고, 조 전 부사장이 술을 못 먹게 하자 집 앞 복도에 있는 소화전에 몰래 소주 7~8병 정도를 숨겨두고 마신 점, 집 앞에 쓰러져 경찰서나 119구급대에 수차례 신고된 점, 박 씨가 운영하는 성형외과 병원 근무 중에도 술을 마셔 운전기사들이 근무하던 병원 근처 편의점과 마트를 돌아다니면서 박 씨에게 술을 팔지 말아달라고 부탁한 점 등을 설명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남편 박 씨가 경찰에 제출한 사진. JTBC 뉴스룸 캡처.
또 박 씨가 강제집행면탈을 주장하는 해당 재산처분은 조 전 부사장이 관여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적받은 일감 몰아주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대한항공, 한진칼, 유니컨버스의 각 법인의 기관(이사회, 주주총회)이 결정한 것으로 조 전 부사장의 특유재산으로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 전 부사장 변호인 측은 박 씨의 폭로가 이혼 위자료나 재산분할에 있어 우위를 점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보고 명예훼손 등 형사적 대응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조 전 부사장과 박 씨의 이혼소송은 형사사건으로 확전되며 양측의 첨예한 폭로전 등 진흙탕 싸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위자료와 재산분할, 양육자 지정 청구 소송까지 들어가는 기간과 비용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인들도 조 전 부사장의 소송전에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있다. 법조인들은 대체적으로 아이들의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양육자 지정에 있어 법적 다툼이 가장 크게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점친다. 서로에게 혼인파탄 책임이 있다고 보는 것과 양육에 대한 주장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이혼전문 변호사는 “박 씨가 이혼 소송과 별개로 고소한 것은 양육권을 가져오기 위한 전략으로 예상되지만 양측 모두 신체적 정신적 위협과 술 의존도 등 양육권 지정에 있어 매우 민감한 문제를 내세우고 있어 사실관계 확인이 관건”이라고 전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
“땅콩회항뿐이 아니었다” 결혼생활 내내 논란 한진일가의 장녀 조 전 부사장과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성형외과 의사 박 씨는 서울 경기초등학교 동창생이다. 재계 인사들의 ‘혼맥’ 풍토에서 벗어난 커플이라 2010년 10월 결혼 당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은 결혼생활 내내 논란이 이어지기도 했다. 2013년 조 전 부사장은 미국 하와이에서 쌍둥이 아들을 낳으며 원정 출산 의혹에 휩싸였다. 2014년에는 조 전 부사장이 이른바 땅콩회항(실제론 ‘마카다미아’로 알려짐)으로 사회적 물의와 공분을 일으키며 2015년 1심 실형을 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받고 풀려났다. 이 과정에서 조 전 부사장이 박 씨 병원에 직원 건강검진, 조종사 항공 신체검사 등 대다수의 업무를 일괄 위임하며 주주회사인 대한항공의 막대한 금전을 지불하는 등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위법성은 없을지라도 당시 오너일가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남편 병원 홍보가 적절하지 않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후 조 전 사장은 대한항공 부사장직 등 한진그룹 내 직책을 모두 내려놓았으며 박 씨는 한진그룹 등이 380억 원을 투자한 인하국제의료센터에서 근무했다. 결국 재벌가 로맨스로 관심을 모았던 이 두 사람은 2017년 5월께부터 별거에 들어갔으며 현재는 이혼 소송과 형사 소송 등에 휘말리고 말았다. 서동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