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7일 오후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 참석해 스마트폰을 이용해 인터넷은행의 계좌 개설을 지켜보고 있다. 이후 인터넷은행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제3 인터넷은행 인가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권의 제3 인터넷은행 설립 인가 경쟁은 일단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의 양강구도가 될 것으로 점친다. 사업 참여가 유력하게 점쳐졌던 네이버와 인터파크, NHN엔터테인먼트 등이 불참 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농협금융은 아직 내부적으로 참여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금융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와, 하나금융은 SK텔레콤‧키움증권과 각각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다음 달로 예정된 예비인가 신청 준비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두 컨소시엄의 차별점은 뚜렷하다. 하나금융은 경륜을, 신한금융은 혁신을 내세우고 있다.
서울 중구 하나금융그룹 본사 전경. 하나금융은 SK텔레콤과 손잡고 제3 인터넷은행 진출 준비를 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토스를 대주주로 내세운 신한금융 컨소시엄은 규모보다 혁신성에 힘을 싣고 있다. 비바리퍼블리카가 운영하는 토스는 간편송금, 무료신용등급 조회, 계좌 통합 조회 등 기존 금융업계에서 제공하지 않았던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이며 종합플랫폼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현재 자산가치가 1조 원을 넘어서는 등 국내 핀테크 업계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신한금융도 8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모바일뱅킹 통합 앱 ‘쏠(SOL)’을 운영하는 등 플랫폼 강자다. 양사의 합종연횡 시너지를 통해 인터넷은행에 가장 요구되는 혁신성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겠다는 전략이다.
두 컨소시엄의 구성과 색깔은 선발주자인 케이뱅크‧카카오뱅크와 비슷하다. SK텔레콤이라는 대형 이통통신 사업자가 참여한 하나금융 컨소시엄은 KT가 주도한 케이뱅크와 닮았다. 토스를 내세운 신한금융 컨소시엄은 ‘카카오톡’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성장한 카카오뱅크를 벤치마킹한 느낌이 강하다.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 은행권에서 플랫폼 강자로 알려져 있는 신한금융 역시 인터넷은행 사업 준비에 한창이다. 임준선 기자
NH농협금융은 현재 제3 인터넷은행 진출 문제에 대해 신중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아직은 내부에서 함께 사업을 이끌어갈 만한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를 찾기 어렵다는 이유로 인터넷은행 도전에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고위층은 적극 검토 쪽으로 조금 더 기울어진 분위기다.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과 이대훈 농협은행장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신규 인터넷은행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농협금융은 지난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인터넷은행 인가심사 설명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이 잇달아 인터넷은행 도전을 공식화하면서 농협금융도 농협은행을 중심으로 인터넷은행 진출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쏟아졌다.
다만 내부의 회의적인 시각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변수다. 농협금융이 인터넷은행 진출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 이유는 사업 의지가 있더라도 마땅한 ICT 파트너를 구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네이버 등 대형 ICT 업체들이 인터넷은행 사업에 진출하지 않기로 하면서 농협금융의 사업 의지도 다소 식는 분위기라는 전언이다. 경쟁력 있는 업체와 손을 잡지 못한다면 굳이 인터넷은행에 도전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미 NH투자증권이 케이뱅크의 주주로 참여하고 있어 농협은행이 인터넷은행에 진출할 경우 계열사간 사업 중복에 대한 우려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농협금융은 케이뱅크와 차별화된 인터넷은행 사업 모델을 찾으려는 시도도 해봤지만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농협에서 인터넷은행 사업과 관련해 컨소시엄 구성 등 구체적인 논의는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듯 국내 5대(KB‧신한‧우리‧하나‧NH농협금융) 금융지주는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인터넷은행 시장에 발을 담그는 상황이 가시화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은행들이 예전 같은 흥행력을 보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새로운 경쟁력이 없으면 돌풍을 일으키기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ICT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선점하고 있는 시장에서 차별화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백화점식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기보다 특정분야에 특화된 은행으로 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