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준 한체대 소속 교육부 파견 인사만 차장 이상급으로 5명이라고 알려졌다. 이 가운데 한 사무관의 남편은 현재 교육부 서기관이다. 이 서기관은 감사관실에 근무했던 이력도 있던 터라 한체대 개혁을 외치는 이들은 이들 사무관과 서기관 부부의 관계를 경계하고 있다.
국회 및 지자체와 한체대 구성원은 더욱 촘촘하게 연결돼 있다. 전명규 한체대 교수를 비호하기로 유명한 생활체육대학 소속 A 교수가 중심이 된다. A 교수의 남편은 전명규 교수가 총괄하는 한체대 빙상장 관리업체 대표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같은 시기에 단국대를 다닌 이 대표는 박 시장과 같은 불교 동아리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이 대표에 따르면 A 교수는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친척 관계다. 안 의원의 교육계 영향력은 아직까지도 적지 않다고 전해진다. 국회에서 오래도록 교육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활동을 해 온 까닭이다.
A 교수는 여당 인사와만 맞닿는 게 아니다. 대구경북 지역의 화려한 인맥을 자랑한다. 경북 김천 출신인 이철우 경북도지사와는 어릴 때부터 매우 가까운 사이로 지역에서 유명했다. 이 둘의 관계를 잘 아는 한 김천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둘은 고등학교 때부터 선후배 관계로 지냈다”며 “사석에서 오빠 동생이라고 서로 칭할 정도”라고 했다. 경북 구미 출신인 김성조 전 한체대 총장은 최근 도덕성 시비와 전문성 결여를 지적 받는 가운데에서도 이 지사의 승인을 받고 경북도문화관광공사로 임명됐다. 이 배경에는 구미 출신이자 한체대 총장을 했었던 이정무 전 건설교통부 장관과 A 교수, 김 전 총장을 연결하는 튼튼한 대구경북 연줄이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반응이었다.
청와대도 닿는다. 한체대로 출강하는 교원 B 씨의 남편은 청와대 비서관으로 알려졌다. 문화통이었다고 전해지는 이 비서관은 임종석 전 비서실장 라인으로 박원순 선거대책위원회 정책자문단으로도 활동했었다. B 씨는 안용규 총장 당선인과 마찬가지로 한국체육철학회 출신이고 학술지 2편을 함께 작성한 이력도 있다. 안 총장 당선인은 문재인 대통령의 손아래 동서 김한수 배재대 교수와 한체대 2회 졸업 동기생으로 최근 총장 선출 뒤 만나 식사를 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관련 기사: 대통령 동서 행보에 시끄러운 교육계…한체대 총장 인준에 쏠리는 눈)
이렇다 보니 감사원이 두 차례나 한체대를 감사하고도 아무런 결과를 내놓지 않았던 2013년 상황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많다. 익명을 원한 한 한체대 관계자는 “감사 전후만 되면 국회의원 등을 대상으로 로비가 난무했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랬을까. 감사원은 2013년 6월 한체대를 포함 국립 특수목적대 7곳을 상대로 특정감사를 벌였다. 한국해양대 교직원을 해임 처분하는 등 감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유독 한체대에 대해서는 아무런 지적을 내놓지 않았다. 4개월 뒤 감사원은 경기도 분당 LH공사에 감사장을 마련하고 특별조사국 산하 교육비리 TF까지 가동했지만 감사결과를 내지 않았다.
2014년 교육부는 9월과 10월 4명을 투입해 연구과제 지원사업 운영 실태 전반을 감사해 교수와 조교 등 116명의 연구윤리 위반과 연구비 횡령 혐의를 잡아냈다.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체대 교수 65명은 제자의 학위 논문을 베껴 학회지에 발표하고 연구비 2억 7000만여 원을 부당 수령했다. 한체대 교수 83명은 제자의 석·박사 학위 논문에 자신의 이름을 넣어 학술지에 게재했다. 유 아무개 교수 등 교원 19명은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채 이름만 올려 연구비 9000만 원을 부당 수령했다.
대외적으로는 교육부가 한체대 감사를 성공리에 수행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한체대의 임용 비리는 대충 손만 봤다. 특정인을 선발하려 전임교원 임용규정을 완화하는 방식을 사용한 김종욱 전 총장 등 관련자 3명은 주의만 받는 게 다였다. 특히 학위 논문 표절로 임용된 여러 사례가 전혀 지적되지 않았다.
원 논문(왼쪽)과 새 논문(오른쪽). 원 논문에는 표절한 실험 결과가 실렸고 5년 뒤 등록된 새 논문에는 새로운 실험 결과가 실렸다.
교육부는 11일부터 시작한 감사를 22일까지 하겠다고 밝힌 바 있었다. 하지만 종료 하루를 앞두고 26일까지 감사가 연장됐다. 초유의 ‘논문 갈이’ 사태가 터진 직후 일이다. 한체대 출신 한 교수가 자신의 한체대 석사 논문이 2007년 학위 받은 직후 표절 논란에 휩싸이자 5년 뒤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에 비치됐던 원 논문을 새 논문으로 교체했다고 드러났다.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은 아무런 심의 과정 없이 원 논문과 새 논문을 교체해줬다. 더 큰 문제는 표절 시비가 붙은 논문 2개의 실험 표본 자체가 똑같았는데 한체대가 2007년 연구윤리위원회를 열어 ‘표절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점이다. (관련 기사: [단독] 한체대 석사생, 표절 논란된 논문 5년 뒤 교체... ‘논문 갈이’의 실체)
교육계에서는 이번 감사에서 교육부가 반드시 임용 문제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위조된 서류로 교수가 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연구 윤리가 명백한데도 한체대 내부에서 임용한 인사 관련 문제가 여럿 제기되는 실정인 까닭이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교육부가 손대야 할 ‘한체대 적폐’ # 빙상장의 성폭력 및 폭력 ‘일요신문’이 1월 18일 밤 11시 30분쯤 서울 모처에서 만난 전직 빙상 선수 C 씨는 2016년 초부터 2017년 하반기까지 약 2년 가까이 한체대에서 스케이트 사설 강습을 받으며 당했던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한체대 빙상장의 사설 강사 D 코치는 지속적으로 C 씨를 한체대 빙상장 지하에 위치한 작은 방으로 불러 껴안거나 강제로 입을 맞췄다. C 씨에 따르면 D 코치는 C 씨만 따로 불러다가 호텔방에서 장비를 봐주겠다며 성추행을 멈추지 않았다. “사랑한다”거나 “영화를 보자”고 메시지까지 계속 보냈다고 했다. (관련 기사: “돼지 같은 x, 폭언하며 강제키스” 빙상계 두번째 미투 피해자 단독 인터뷰) 교육부는 지난해 전명규 한체대 교수의 갑질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C 씨 관련 제보를 받았다. 하지만 무시했다. C 씨는 얼마 뒤 빙판을 떠났다. C 씨는 인터뷰 내내 자신 말고도 한체대 빙상장에서 폭행을 당했던 동료 이야기를 끊임 없이 털어놓은 바 있었다. (관련 기사: 빙상 성폭력 제보받고도 무시…교육부는 왜 한체대 앞에서 작아졌을까) # 매년 ‘현금’ 매출만 6억 원 육박... 한체대 빙상장 현금 흐름과 세금 탈루 의혹 한체대는 한체대 소속 빙상단 외 초중고생 선수반 약 70여 명을 대상으로 사설 강습을 했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이어졌다. 월 강습비는 최근 기준 70여만 원 수준이었다. 월 5000만 원 가까운 강습비가 모였다. 15년 영업 기간을 단순 계산하면 100억 원에 가까워진다. 강습비는 모두 현금으로만 거래됐다. 사설 강습을 듣는 선수의 학부모로 구성된 총무와 부총무가 현금을 모아 강사에게 주는 식으로 거래가 진행됐다. 복수 이상의 빙상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제껏 총무와 부총무를 담당했던 사람은 김성한, 조경태, 안진수, 이창근, 황대헌, 김동준, 이주호, 안세정, 김시언, 정재우 등의 학부모다. 이들은 현금을 강사에게 송금하거나 직접 현금을 찾아 건넸다. 일부 한체대 사설 강사가 세금을 탈루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옛 한체대 사설 강사 E 씨의 2012년 차명 계좌 내역을 보면 E 씨는 현금 수백만 원을 자신이 사용하는 차명 계좌에 현금 입금한 뒤 자신의 아버지와 누나, 또 다른 지인 명의의 차명 계좌 등으로 쪼개서 분산 관리했다. 이런 현금 흐름은 현금 매출이 많은 이들이 세무 당국의 눈을 피하려는 전형적 사례와 유사하다. 실제 조재범 코치는 한체대 빙상장에서 벌어들인 현금 관련 세금 문제로 벌금형을 받고 세금 추징을 당한 적 있었다. 빙상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체대 사설 강사를 맡았던 인물로는 김동준 코치, 박세우 전북도청 감독, 백국군 전 국가대표 코치, 안중현 코치, 여준형 전 국가대표 코치, 유지훈 코치, 이성훈 코치, 장권옥 전 러시아 국가대표 감독, 전재목 전 국가대표 코치,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 조항민 전 국가대표 코치, 최광복 전 국가대표 코치, 최종열 코치, 한일청 코치 등이 거론된다. (관련 기사: [단독] 한체대 빙상장 자금 흐름 포착, 핵심은 총무와 사설 강사 현금 거래) # 출결은 교수 마음대로 전명규 한체대 교수는 자신의 제자 출결 현황을 자신의 마음대로 운영했다는 의혹에 빠졌다. 빙속 선수 이승훈은 2010년 3월 15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어쩌다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하게 되었냐”는 질문에 “올림픽을 목표로 훈련을 했는데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해 앞이 캄캄했다. 다음 올림픽까지 4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운동을 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그래서 운동을 중단하고 3개월 동안 학교 수업만 참석하며 휴식을 취했다. 그렇게 방황을 하고 있는데 전명규 교수님이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환하면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고 해서 스피드 스케이팅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한체대 특기생은 학기마다 4학점 짜리 전문실기 수업을 모두 이수해야 졸업을 할 수 있다. 전문실기란 교수의 지도 아래 자신의 종목을 훈련하는 실기 수업을 말한다. 보통 평일 오후 2시 30분부터 5시 20분까지, 토요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12시 20분까지 한체대 빙상장에서 진행된다. A부터 F까지 있는 학점제 수업이다. 인터뷰에 따르면 이승훈은 2009년 1학기 때 4학점 짜리 전문실기 시간에 운동을 하지 않았다. 당시 이승훈 동기였던 두 선수는 “이승훈은 그해 4월부터 7월 방학 때까지 교양과 전공 수업 등은 받았지만 전문실기 수업 때는 날마다 조퇴하며 운동을 하지 않았다”고 지난해 5월 29일 ‘일요신문’에 말했다. 그럼에도 이승훈은 2011년 2월 입학한지 만 4년 만에 정상 졸업했다. (관련 기사: ‘3개월 수업 빠진 이승훈, 정상 졸업?’ 교육부의 한체대 조사 8대 쟁점) 2009년 2학기 때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조항민 코치. 사진=조항민 소셜 미디어 조항민 전 국가대표 코치도 이런 의혹에 휩싸였다. 조 코치는 2006년 한체대에 입학해 2010년 ‘칼졸업’했다. 문제는 2009년 2학기를 통째로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조 코치는 당시 프랑스 국가대표팀 코치로 활동했다. [훈] |
‘두루뭉술 처분으로 여론 뭇매’ 교육부 지난해 조사 살펴보니… 지난해 교육부는 전명규 교수의 갑질을 조사하며 제대로 된 조사를 수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교육부는 파면, 해임 등 특정 징계를 내리지 않고 ‘중징계 요구’라는 두루뭉술한 처분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발전기금 강요와 골프채 상납 강요, 휴대전화 요금 대납 의혹 등은 대충 조사해 경찰로 넘겨 버렸다. 골프채 상납 강요와 휴대전화 요금 대납 의혹은 수사력이 필요하다고 해도 발전기금 강요는 교육부 직권으로 충분히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과거 한체대에서 근무했던 한 사설 강사 F 씨에 따르면 2012년 말 전명규 교수는 당시 유망주로 손꼽혔던 고등학생 선수를 한체대로 영입하라고 지시했다. 그 선수를 영입하려면 장학금을 줘야 했다. 이 사실을 전하자 전 교수는 F 씨에게 “네가 알아서 해결해”라고 했다. 그 선수를 영입하려면 다른 학교가 그 선수에게 제시했던 장학금 이상을 보장해 줘야 했다. 결국 F 씨는 2년간 매달 50만 원씩 총 1200만 원을 그 선수에게 지원키로 하고 영입에 성공했다. 장학금은 F 씨 사비에서 나갔다. F 씨는 2013년부터 2014년까지 2년에 걸쳐 한체대에 1200만 원을 ‘학교 발전기금’ 명목으로 냈고 이 돈은 선수의 장학금이 됐다. 한체대는 현재 이 돈이 정상적인 발전기금이었다는 입장을 냈다. [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