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서 나오고 있는 당내 유력 의원의 입각설을 두고 최근 만난 야당 관계자가 하는 말이다. 이 관계자가 말한 ‘중진 입각설’은 박영선 의원과 우상호 의원이 곧 발표될 중폭 개각에 포함될 예정이라는 이야기다. 청와대는 우상호, 박영선 의원 검증 과정을 거치고 있는지 알려줄 수 없다는 분위기지만 정치권에서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오는 3월 예정된 개각은 중폭 개각 이상이 예상된다. 내년 총선 출마가 예정된 현역 의원들인 김부겸 행정안전부, 김영춘 해양수산부, 김현미 국토교통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현역은 아니지만 출마가 확실시되는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교체가 유력하다. 내년 총선까지 시간이 너무나 부족하기 때문에 총선 출마를 생각한다면 지역구 관리에 시간을 더 쏟을 때다.
그래서 이번 개각에 4선의 박영선 의원과 3선의 우상호 의원이 포함된 것에 놀라는 시각이 많다. 이미 청와대 관계자도 “이번 개각에는 총선 출마자 배제 원칙이 적용돼 주로 관료, 교수 출신들이 검토되고, 정치인 입각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즉 이번 개각에 포함된다면 다음 총선에 사실상 불출마를 선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입각설이 돌고 있는 우상호, 박영선 두 의원은 2018년 서울시장에 출마했다가 박원순 현 시장에 밀려 경선에서 탈락한 바 있다. 2018년 4월 17일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토론회에 참석한 우상호, 박영선, 박원순 후보(왼쪽부터). 사진=한겨레 제공
일단 두 의원 모두 입각에 대해서는 ‘청와대로부터 들은 바 없다’, ‘개각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다’는 입장이다. 반면 우 의원이 입각하리라 예상되는 문화체육관광부를 담당하는 국회 문체위 관계자는 “이번에는 확실하다고 들었다. 이미 청문회를 슬슬 준비해야 하지 않겠냐’라고 하기도 했다.
박영선 의원은 입각이 유력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나 행선지는 안개에 싸여 있다는 평가다. 박 의원은 행정안전부, 법무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부처 장관 후보로 올라 있다. 박 의원은 19대 대선에서 비문 의원들과 같이 국민의당으로 이동하지 않고 꿋꿋하게 문재인 당시 후보를 지지해 대선에서 큰 공을 세운 바 있다. 이를 고려한 입각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의원을 입각시키는 것은 청문회 통과가 쉽다는 장점이 있고 정무적 훈련이 돼 있기 때문에 다른 직군보다 말이나 행동으로 ‘사고’를 치는 경우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며 “그럼에도 의원내각제에서 흔히 하는 의원 입각을 대통령제 하에서는 좋게 볼 수 없다. 안 그래도 대통령에 힘이 엄청나게 쏠리는데 견제할 수 있는 입법기관마저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여당 소식에 밝은 한 관계자는 “우상호 의원, 박영선 의원 모두 이번에 장관을 경험한 뒤 총선 1년 뒤 열리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을 준비할 생각이라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이미 두 의원 모두 지난 2018년 서울시장에 출마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에 밀려 경선에서 탈락한 바 있다.
박원순 시장은 3선에 성공했기 때문에 2022년에는 출마할 수 없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두 의원이 출마를 준비 중이라는 얘기다. 즉, 이미 두 의원 모두 국회의원을 3선 이상 한 만큼 더 이상의 총선 출마보다는 입각이 도움이 되리라는 판단을 했다는 분석이다.
이후 포석을 두고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만약 정말 입각이 성사됐을 때 서울 요지 두 곳에서 출마할 사람이 누군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를 두고 앞서의 야당 관계자는 “국회에서는 서대문구에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출마하리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나리오 전체를 보면 이렇다. 우상호 의원이 일단 입각하며 서대문갑 지역구를 임종석 전 실장에게 물려준다. 우 의원은 전대협 1기 부의장, 임 전 실장은 전대협 3기 의장으로 전대협 선후배 사이다. 이후 우 의원은 서울시장으로 출마하리라는 얘기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교통정리’라고 표현한 셈이다. 이렇게 되면 차기 주자로 인식되고 있는 임 전 실장이 서울에서 당선되며 몸집도 키울 수 있다는 근거도 덧붙는다.
신율 교수는 “아마 이번에 입각되면 다음 총선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며 “만약 불출마 선언을 하지 않으면 엄청난 비판에 직면할 것 같다”고 말했다. 어쨌건 두 명의 중진 의원 입각만으로도 연쇄 이동 효과가 나오는 셈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만약 임 전 실장이 출마한다면 이성헌 전 의원이 가장 좋아할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이 전 의원은 우상호 의원과 2000년 16대 총선부터 20대 총선까지 16년간 5번 맞붙어 2승 3패를 기록한 바 있다. 18대까지는 2승 1패였지만 최근 19, 20대 총선에서 연속으로 지면서 역전을 허용한 바 있다.
구로에서 내리 4선을 따낸 박영선 의원 지역구도 만약 공백이 생긴다면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다른 여당 관계자는 “구로가 험지와는 거리가 멀지만 그래도 예전과는 다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조금씩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구로을에 청와대 근무 경력이 있는 인사가 가지 않을까 추측이 나오기도 한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