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식 감독(가운데)은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고 안정적으로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일요신문] KBL 휴식기가 진행되고 있는 현재 농구팬들의 시선은 세계무대를 향하고 있다. 2019 FIBA 농구월드컵의 예선 마지막 일정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농구 국가대표팀은 시리아(22일), 레바논(24일)과의 아시아지역예선 마지막 일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대표팀은 앞서 지난 연말 부산에서 열린 요르단, 시리아와의 2연전에서의 연승으로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미 확정지은 바 있다.
오는 8월 31일 중국 8개 도시에서 열리는 농구월드컵은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대회다. 32개국이 참가하는 본선은 역대 최대 규모다. 한 지역에 모여 단기 대회를 치렀던 과거와 달리 FIFA 월드컵과 같은 홈앤어웨이 방식으로 예선 방식을 바꾸기도 했다. 이에 따라 2017년 11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아시아 예선이 펼쳐지며 KBL에는 ‘A매치 휴식기’가 도입되기도 했다. 농구팬들은 오랜만에 국내에서 대표팀 경기를 접하기도 했다.
대회의 변화와 함께 대한민국 대표팀 또한 이번 대회를 앞두고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과거 KBL 우승팀 감독이 국가대표 감독을 맡는 등 주먹구구식 운영을 해왔던 대표팀은 2016년부터 허재 감독을 선임, 염원이던 전임감독제를 도입했다. 월드컵 예선이 홈앤어웨이 방식으로 KBL 시즌 중에도 치러지는 것에 대비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대한민국 농구 국가대표팀 일원으로 평양에서 열렸던 통일농구대회에도 참가했던 귀화선수 라건아(20번). 사진공동취재단
2017년 11월부터 시작된 월드컵 지역예선 1라운드에서 허재 감독이 이끌었던 대표팀은 같은 조에 편성된 강호 뉴질랜드, 중국을 상대로도 1승씩을 따내며 선전했다. 홍콩에는 전승을 거두며 조 2위를 기록, 2라운드로 진출했다.
하지만 대표팀을 순조롭게 이끄는 듯 했던 허재 감독은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서 일어난 선수기용 논란에 휩싸이며 자진사퇴했다. 2차 예선을 눈앞에 둔 상황이었기에 일부에선 사퇴 시점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김상식 코치가 감독대행 자격으로 지휘봉을 이어 받았다. 이후 요르단과 시리아를 상대로 2연승을 이끌어냈고, 긍정적인 평가 속에서 정식 감독으로 임명됐다. 김 감독은 이어지는 일정 속에서도 연승행진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마지막 2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상황에서 김상식 감독은 새로운 시도를 선택했다. 12인 로스터에 그간 예선과정에 나서지 않았거나 기회가 적었던 젊은 선수들을 합류시킨 것이다. 이번 2연전에는 안영준, 양홍석, 이정현(연세대)이 선발됐다. 김 감독이 추구한 변화 방향은 세대교체와 장신화였다.
프로 2시즌차 안영준과 양홍석, 대학생 이정현 등 ‘영건 3인방’의 합류로 대표팀은 지난해 12월에 비해 평균연령이 2세 가까이 어려지고 평균 신장은 0.34cm 커졌다. 김 감독의 세대교체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경기를 앞두고 “젊은 선수들을 점검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서 특히 이정현에 대해서는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이 배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 본다. 이런 경험을 통해 한 단계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농구 최고 가드로 꼽히는 이정현은 U-17 대표팀 시절 세계선수권 8강 진출을 달성한 바 있다.
본선으로 가는 길을 착실히 밟아온 대표팀이지만 이들에게도 아쉬운 점은 존재한다. 대표팀에 꾸준히 지적돼 온 ‘지원’ 문제다. 선수들이 대회 기간 중 직접 손빨래를 하며 논란이 됐던 과거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대표팀 일정은 레바논 원정으로 치러진다. 국내에서 선수들을 소집, 짧은 훈련 이후 레바논으로 향하는 일정이다. 김 감독은 훈련 장소로 수원에 위치한 KT 올레빅토리움을 선택했다. 별도의 훈련 시설이 없는 대표팀은 그간 진천선수촌을 이용해 왔다. 이번 일정이 원정인 만큼 이동시간 등 선수촌 입소는 불편함이 있었다. 김 감독과 절친한 관계인 서동철 KT 감독의 협조로 ‘셋방살이’가 가능했다.
이외에도 대표팀에는 상시 전력분석원이 없다.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임성준 전력분석원의 원 소속팀은 서울 삼성이다. 삼성은 지난해 11월 소집부터 대표팀에 전력분석원을 지원하고 있다. 대표팀에는 분석 장비가 없어 임 전력분석원이 직접 장비를 챙기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개막 D- 6개월’ 농구월드컵은 어떤 대회? 2014 스페인 FIBA 농구월드컵 금메달을 나란히 목에 건 ‘스플래시 브라더스’ 스테판 커리(왼쪽)와 클레이 탐슨(오른쪽)은 이 대회 직후 시즌 NBA 파이널 우승을 달성했다. 연합뉴스 2019 FIBA 농구월드컵이 개막까지 약 6개월을 앞두고 있다. 18회 째를 맞은 이번 대회는 오는 8월 31일 중국에서 열린다. 지난 2014년 대회부터 기존 ‘세계 선수권’이라는 이름 대신 ‘월드컵’으로 이름을 바꿔달게 됐다. 또한 본선 진출국을 32개국으로 확대했고, 대회 개최를 홀수년도로 변경했다. 농구월드컵은 지난 1970년부터 4년 주기로 대회를 치러왔다. 이번 이동으로 FIFA 월드컵 개최 시기를 피하게 됐다. FIBA 월드컵은 농구 단일 종목으로 세계에서 열리는 가장 큰 대회다. FIFA 월드컵과는 달리 올림픽의 위상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는 FIBA 대회를 대하는 미국 대표팀의 태도에서 알 수 있다. 농구 최강 미국은 FIBA 월드컵에 다소 어린 NBA 선수들을 출전시킨다. 지난 2014년 대회에 나선 12명의 선수는 전원 20대였다. 당시 미국팀은 평균 나이 24세의 어린 팀이었음에도 우승을 차지했다. 반면 2년 뒤 2016 리우 올림픽에서 미국은 카멜로 앤써니, 카일 라우리 등 30대 베테랑을 더해 신구 조화를 꾀했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경우 그간 FIBA 월드컵에서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통산 전적 8승 33패를 기록중이다. 1970년 유고슬라비아 대회에 처음으로 본선에 진출한 이래 올해 대회를 포함해 총 8회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1998년 이후 16년 만에 나섰던 지난 2014년 스페인 대회에서는 5전 전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특이사항으로는 70여 년의 대회 역사상 한 경기 최다 득점자가 대한민국 소속이라는 사실이다. 주인공은 바로 ‘농구 대통령’ 허재 전 감독. 그는 1990년 아르헨티나 대회에서 혼자서만 62점을 기록하며 대한민국의 117-115 승리를 이끌었다. 또한 대한민국이 처음 출전했던 1970년에는 신동파가 8경기에서 261점을 기록, 평균 32.6점으로 대회 득점 1위를 차지했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