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별 종목단체가 선수에게 지원금을 보내면 선수는 그 돈을 총무의 계좌로 보내야만 했다.
시도별 종목단체는 자기 지역 선수가 전국체육대회, 전국동계체육대회, 전국생활체육대축전, 도민체육대회 등에 출전하면 선수에게 훈련비 일부를 지원한다. 시도별 종목단체의 예산 규모에 따라 훈련비는 각각 다르다. 전국동계체육대회의 경우 서울시체육회는 40만 원을 지급하며 경기도체육회는 100만 원 가량을 지원한다고 알려졌다.
한체대 재학 선수는 전국 혹은 도 단위 체육대회에 자주 참여한다. 한체대 소속이지만 동시에 지역 소속이기도 한 까닭이다. 선수는 자신의 본적인 지역이나 현재 사는 지역 가운데 하나를 골라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보통 한체대 재학 선수는 본적지나 주거지 종목단체 가운데 지원이 더 잘 되는 곳을 고른다.
문제는 한체대 빙상부가 선수에게 지원된 개인 훈련비를 일방적으로 모두 거둬들였다는 점이다. 한 한체대 소속 빙상 선수는 “동계체전 때 시도별 종목단체에서 나오는 개인 훈련비를 모두 총무에게 보내야만 했다. 총무는 학생 가운데 하나로 정해졌고 그 학생의 통장이 공금 통장으로 사용됐다. 돈을 걷는 명분은 공금이었는데 어디에 사용됐는지 알 수 없었고 정산이나 회계 처리 공개 과정도 없었다. 남은 돈이 얼마인지도 당연히 몰랐고 돌려 받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선수가 대회 출전에 앞서 지원 받는 개인 훈련비가 시도별 종목단체의 예산 규모에 따라 천차만별인 까닭이다. 일정한 금액을 걷어갔다면 그나마 별 문제 없었을 테지만 한체대 빙상부는 선수 개개인이 받은 개인 훈련비 전액을 토해내도록 했다. 경기도체육회 소속 선수는 100만 원을 공금으로 내는 반면 서울시체육회 소속 선수는 40만 원을 공금으로 내야 했다.
더 큰 문제는 한체대가 각 종목 담당 교수에게 훈련 때 쓰라고 법인 카드까지 제공한다는 점이다. 전명규 교수는 학교의 지원을 받는 와중에 선수 개인에게 가야 할 지역별 종목단체 지원금까지 손을 댔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한 한체대 학생의 학부모는 “전 교수가 동계체전 때 필요한 선수단 물건을 구입해 달라고 부탁하며 한체대 법인 카드를 내줬던 적이 있었다”며 “공금으로 쓴다며 아이들에게 지급된 개인 훈련비를 모두 가져가 놓고 실제 쓸 때 한체대 법인 카드를 쓰는 걸 보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명규 교수는 한체대 빙상부 총괄 교수다.
비단 한체대 빙상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익명을 원한 한 한체대 관계자는 “입학하면 선수에게 통장을 만들어 오라고 하는 종목도 있었다. 비밀번호와 통장을 함께 제출하는 식”이라며 “이런 식으로 선수 개인의 돈을 갈취해 교수 마음대로 사용해서 문제가 불거진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번 교육부 감사 때 이 문제를 반드시 들춰 봐 다시는 선수 개인의 돈을 학교가 가져가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전명규 교수는 여러 차례 연락에도 아무런 답을 주지 않았다. 한편 한체대 빙상부는 남지은, 이슬이, 최민희 선수 등의 명의로 공금 통장을 사용했다고 파악됐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