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메르디앙 호텔이 버닝썬의 마약 판매를 묵인했다는 의혹이 있었지만 호텔 측은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일요신문’은 지난 22일 르메르디앙 호텔 운영법인 ‘전원산업’이 2017년 말 기준 버닝썬 지분 42%를 보유한 대주주이고, 10억 원을 버닝썬에 대여한 사실을 단독보도했다. 이후 ‘연합뉴스’ ‘한겨레’ 등 주요 언론들이 해당 내용을 보도하면서 큰 파장이 일었다.
여기에 르메르디앙 호텔과 버닝썬의 연결 고리는 지분 관계만 있는 게 아니었다. 르메르디앙 호텔 1층에는 ‘M컨템포러리’라는 갤러리가 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강 아무개 M컨템포러리 관장이 버닝썬 운영법인 ‘버닝썬엔터테인먼트’의 사내이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M컨템포러리는 2017년 9월 르메르디앙 호텔에 개관했는데 이때는 호텔 상호를 리츠칼튼 호텔에서 르메르디앙 호텔로 간판을 바꿔 새롭게 오픈한 시기였다.
르메르디앙 호텔의 M컨템포러리 투자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하지만 M컨템포러리 개관 당시 기자회견에서 르메르디앙 호텔 측이 M컨템포러리를 사업 파트너로 인정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단순한 공간 임대 관계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M컨템포러리 개관 3개월 전인 2017년 6월, 전원산업은 사업목적에 ‘미술작품의 설치 및 컨설팅업’, ‘문화기획 및 문화컨설팅업’, ‘작품의 판매 및 미술품 판매 대행업’ 등을 추가했다. 르메르디앙 호텔도 M컨템포러리에 상당한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이다.
M컨템포러리 개관 5달 후인 지난해 2월, 르메르디앙 호텔 지하 1층에 버닝썬이 문을 열었다. 버닝썬엔터테인먼트 사내이사진에는 이성현·이문호 버닝썬 공동대표, 아이돌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 그리고 강 관장이 이름을 올렸다. 승리는 지난 1월 이사직을 사퇴했다.
이성현 대표는 전원산업 이사 출신이고, 이문호 대표는 승리의 친구로 알려졌다. 즉 버닝썬의 사내이사는 모두 르메르디앙 호텔이나 승리와 연관된 인물들이다. 여기에 M컨템포러리도 과거 승리와 인연을 맺은 바 있다. M컨템포러리는 2017년 12월부터 2018년 3월까지 ‘Hi, POP- 거리로 나온 미술, 팝아트展’을 개최했다. 이때 오디오가이드로 참여한 사람이 승리였다.
버닝썬의 오픈일자는 지난해 2월이지만 버닝썬엔터테인먼트 법인은 2017년 11월에 설립됐다. 강 관장은 버닝썬엔터테인먼트 법인 설립 때부터 사내이사를 맡았다. 르메르디앙 호텔과 강 관장, 승리는 버닝썬 오픈 이전부터 관계를 맺어 왔던 셈이다.
폭행 시비, 마약, 성폭행, 경찰과의 유착 의혹이 있는 클럽 버닝썬. 사진=박정훈 기자
뿐만 아니다. M컨템포러리는 지난해 4월 ‘샤갈특별전- 영혼의 정원展’을 개최했다. M컨템포러리는 이때 오프닝 파티 티켓을 판매하면서 버닝썬 입장권을 같이 판매했다. 또 샤갈특별전 개막 날 버닝썬에서 애프터 파티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M컨템포러리와 버닝썬은 같은 건물에 입주한 별도의 사업체가 아닌 협력 관계였음을 알 수 있다.
샤갈특별전에는 각종 연예인뿐 아니라 조희연 서울특별시 교육감,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정치권 인물들도 방문했다. 그만큼 미술계에서 위상이 높은 M컨템포러리가 버닝썬과 사업적 관계를 맺으면서 버닝썬과 르메르디앙 호텔에 기여한 것이다.
M컨템포러리가 버닝썬과 사업적으로 협력했다고 해서 마약 등 불법적인 사건과 연관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강 관장이 버닝썬엔터테인먼트 이사로 활동 중이기에 논란이 일고 있는 각종 버닝썬 사건·사고와 관련한 책임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르메르디앙 호텔 측은 버닝썬에 단순 투자만 했을 뿐, 직접적인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르메르디앙 호텔 관계자는 “우리가 클럽이나 갤러리에 대한 전문성이 없어 M컨템포러리에 위탁 운영을 맡겼다”며 “M컨템포러리와 버닝썬의 관계는 우리가 관여할 부분이 아니어서 잘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최 아무개 전원산업 대표와 경찰의 유착관계 의혹까지 불거져 ‘버닝썬 게이트’로 확전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24일 “최 대표가 강남경찰서 경찰발전위원으로 활동하며 강남경찰서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며 “버닝썬 관계자가 아무런 검증 없이 경찰발전위원으로 참여한 것은 관련 규정 위반일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의심스러운 유착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