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현섭 교수의 박사 학위 논문(위)과 A 씨의 석사 학위 논문(아래). 데이터가 일치한다.
지난해까지 한체대 학술연구교수로 있었던 A 씨는 2010년 논문 ‘지구성 운동이 NSE/PS-2m 알츠하이머 형질전환 생쥐 뇌의 미토콘드리아 기능 개선에 미치는 영향’로 한체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 논문은 표절 의혹에 휩싸였다. 한체대에서 2009년 박사 학위를 받은 엄현섭 건양대 스포츠의학과 교수의 논문 ‘지구성 운동이 NSE/PS2m 알츠하이머 형질전환 생쥐의 Aß-42로 유도된 세포사멸과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과 동일한 실험 결과가 A 씨의 석사 학위 논문에 포함된 까닭이다.
A 씨의 석사 학위 논문은 학위 수여 뒤 교체됐다고 나타났다. ‘논문 갈이’가 있었던 셈이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A 씨의 최초 석사 학위 논문과 국립중앙도서관 및 국회도서관 등지에 보관돼 있는 A 씨의 새 석사 학위 논문에는 각기 다른 실험 결과가 포함됐다. 석사 학위 1개에 논문은 2개가 됐다. A 씨는 자신의 석사 논문을 학위 논문 공개처인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학술연구정보서비스에 비공개 처리하기까지 했다.
A 씨의 원 논문(왼쪽)과 새 논문(오른쪽). A 씨의 원 논문에는 엄현섭 교수의 실험 결과와 동일한 내용이 실렸지만 나중에 교체된 새 논문에는 새로운 실험 결과가 담겼다.
한체대의 ‘논문 갈이’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체대에서 2007년 석사 학위를 받은 지방 사립대 B 교수의 최초 석사 논문에는 같은 해 한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김승석 박사의 논문에 포함된 실험 결과와 동일한 내용이 담긴 바 있었다. B 교수는 자신이 최초 석사 학위를 받은 논문을 새 실험 결과가 담긴 논문으로 2012년 바꿨다. (관련 기사: [단독] 한체대 석사생, 표절 논란된 논문 5년 뒤 교체... ‘논문 갈이’의 실체)
A 씨의 석사 논문 2부 인준지에는 심사위원의 서명과 날인이 나란히 담겼다. 심사위원장은 현재 한체대 대학원 주임 교수인 조인호 교수였다. 조 교수는 이와 관련 “나는 졸업 직전 논문만 인준했다. 새롭게 등록된 논문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 씨는 “한체대에서 연구할 때 박사와 함께 실험을 하곤 했다. 실험 결과 여러 개 가운데 내가 하나를 쓸 수 있었는데 실수로 박사가 이미 쓴 실험 결과를 썼다. 박사의 논문에 담긴 실험 결과와 중복돼서 쓴 걸 나중에 알게 돼 지도 교수님의 허락을 받고 공문을 받아 도서관에 들러 수정한 논문을 제출했다. 교체 시기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석사 논문 2부에 모두 포함된 인준지의 심사위원 서명과 날인에 대해서 “첫 논문 심사를 받을 때 인준지를 30여 장 받았다. 새 논문에 그걸 썼다”고 답했으며 최종 승인 받은 논문을 학위를 받은 뒤 수정한 데 대해 “이게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A 씨의 해명에 큰 우려를 표했다. A 씨의 논리라면 표절 문제로 물의를 빚은 정치인 등 유명인은 표절을 한 뒤 학위를 받고 나중에 논문을 고쳐도 아무런 문제가 되는 까닭이다. 공문서 위조 의혹도 제기했다. 한 교육계 인사는 “A 씨의 해명 논리로 보면 이제껏 표절로 문제된 정치인 등 유명인은 모두 바보가 된다. 나중에 논문을 고치면 되는 걸 몰라서 다들 표절 시비로 어려움을 겪은 게 아니었다”며 “심사위원장이 허가하지 않은 새 논문에 예전 논문 인준지를 가져다가 쓴 것은 공문서 위조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엄현섭 교수의 박사 논문에서 발견된 문재인 대통령 동서 김한수 배재대 교수의 서명.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