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산 전분’에 대해서만 식약처에 신고하고 허가받은 영국 생리대 ‘나트라케어’. 최근 ‘스티렌 부타디엔’이라는 성분이 확인되며 신고서의 신빙성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사진은 나트라케어의 생리대. 홈페이지 캡처
국제공인시험기관인 A 연구소는 최근 나트라케어 제품 가운데 ‘울트라 패드(2017, 2018년 판매분)’의 접착제 성분 시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제품 접착제에서 ‘스티렌 부타디엔(Styrene Butadiene)’이라는 성분이 확인됐다. 이는 나트라케어의 판매처인 ‘바디와이즈 아시아’가 수입 및 판매를 위해 식약처에 신고한 ‘품목 허가‧신고‧심사 신고서’의 내용과 다르다. 신고서에서 접착제의 성분에는 전분만 기입돼 있기 때문이다.
2006년 식약처에 제출되고 허가받은 나트라케어 신고서는 생리대의 접착제로 ‘스티렌 부타디엔’이 아닌 ‘초산전분’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신고서 ‘성상’ 항목에서는 ‘손으로 압축했을 시 전분 특유의 뽀드득 소리가 나는 미세하고 흰 분말로 무미(無味)’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 외의 재료는 나와 있지 않다. 스티렌 부타디엔의 유해성 유무와는 별개로 신고서 내용이 실제 생리대의 성분과 다른 것이다.
A 연구소는 2017년과 2018년에 판매된 생리대 나트라케어의 접착면에서 ‘스티렌 부타디엔’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나트라케어 측은 “2006년 신고서를 접수하던 당시에는 지금과 규정이 많이 달랐다. 당시엔 전(全)성분이 아닌 주성분에 대해서만 기입해도 됐었다”며 “접착제에는 전분을 비롯한 여러 재료가 들어가는데 전분이 가장 많이 들어가거나 가장 큰 효과를 냈기 때문에 전분에 대해서만 접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식약처 측은 “신고서를 접수할 때 전성분에 대한 신고서를 접수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나트라케어의 신고서가 기준에 미흡했음에도 이를 허가해준 것이다.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전분은 그 자체만으로 점도를 가질 수 없다. 단국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김인용 연구전담조교수는 “전분을 접착제로 쓰기 위해서는 유기계 화합물을 첨가하거나 수분을 가해 가열한 뒤 건조해야 하며, 건조된 전분만 가열해선 점성이 생기지 않는다”며 “따라서 전분만 들어가진 않고 다른 것도 같이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신고서에는 원재료(전분) 외에 다른 접착제 또는 수분 등이 같이 기입돼야 했지만, 나트라케어가 식약처에 제출한 신고서는 그렇지 않았다.
결국, 성분 시험 결과 나트라케어 접착제에 스티렌 부타디엔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지만, 식약처에 접수된 신고서에는 이 성분이 언급되지 않은 것이다.
일요신문은 ‘생리대 파동’으로 시끄러웠던 2017년 9월 보도([단독공개] 식약처, 수입 생리대 ‘엉터리 신고서’ 허가 논란)를 통해 식약처가 나트라케어의 미흡한 신고서를 허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나트라케어는 보도 1년이 지난 뒤에서야 식약처에 새로운 신고서를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트라케어의 국내 위생용품 수입 업체 ‘바디와이즈 아시아’ 측은 “당시 보도(2017년) 이후, 신고서를 수정 및 보완해 다시 접수했다. 식약처의 기준에 비해 신고서가 더 채워져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다시 보완하는 작업 중에 있다”고 밝혔다.
‘왜 신고서 수정에 1년의 기간이 걸렸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나트라케어는 외국 제품이다. 국내 제품이면 빠르겠지만 영국 본사에, 그리고 제조 공장이 있는 그리스 등에 정보를 요구하는 데에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식약처에 자료를 제출하기 위해선 각 나라에서 공증까지 받아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다”며 “식약처의 기준도 자주 바뀐다. 소비자를 위해 더 엄격한 기준으로 바뀌는데, 여기에 맞춰가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늦어지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시험 기관은 2017년과 2018년 판매된 제품에서 스티렌 부타디엔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 시기에 해당되는 신고서에 스티렌 부타디엔 성분이 있는지 물었으나, “너무 오래된 자료는 확인이 어렵다”고 답했다.
이처럼 식약처는 당시 부족한 신고서를 통과시켜줬고 나트라케어는 ‘수입 생리대’ ‘유기농 생리대’ ‘친환경 생리대’라는 이름으로 생리대 시장에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국내 생리대 업계가 2017년 깨끗한나라의 릴리안 부작용 논란으로 직격탄을 맞자, 나트라케어는 반사효과를 얻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약국에서만 조금 팔리던 나트라케어가 이제는 안 들어간 마트가 없다”며 “전국 유통 채널을 확보했고, 생리대 사태로 가장 큰 이익을 본 곳이다. 매출이 크게 성장했더라”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물론 (국내 업체와는 달리) 해외로부터 수입하는 업체는 식약처에 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해외 본사에서 기업 (기밀) 정보를 잘 전달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나트라케어의 수입이 시작되던 당시) 식약처의 수입업체에 대한 검사가 엄격하진 않았다. 식약처도 수입하는 내용과 원자재에 대한 정보를 직접, 일일이 확인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
‘스티렌 부타디엔’의 정체 친환경 접착제? 의견 분분 스티렌 부타디엔은 2017년 생리대 유해물질 파동이 일었을 때 유해물질로 의심받았던 물질들 중 하나였다. 당시 일부 생리대 제조업체는 스티렌 부타디엔 공중합체(SBC)에 대해 ‘친환경 접착제’라고 주장했지만, 여기에는 의견이 분분하다. 스티렌 부타디엔은 공중합체 형태로 만들어져 공업용 접착제로 사용된다. 국내외 다수의 생리대에는 백시트(속옷 부착용)를 위해 ‘핫멜트접착제’라는 것을 사용하는데, 이는 보통 독일기업 헨켈사로부터 수입된다. 여기에 스티렌 부타디엔 공중합체가 성분 중 하나로 들어간다. 고분자화학 전공인 한 교수는 “스티렌 부타디엔은 석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성분 중 하나다. 중합체로 만들면 안정성을 가지며 상업에서는 플라스틱 제조 등에 사용된다. 과다흡입을 하거나 오래 노출되면 (몸에) 굉장히 안 좋을 것”이라며 “하지만, 생리대의 유해물질과 부작용이 문제가 된다면 스티렌 부타디엔보다는 다른 첨가물질 때문일 가능성이 더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친환경’이라는 말은 좀 애매하다. 재료의 원천은 자연이었지만, 우리가 석유에서 나온 걸 보고 친환경적이라고 하진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생리대 유해물질 파동이 일었을 당시에도 스티렌 부타디엔의 유해성을 두고 주장이 엇갈렸다. 임종한 인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티렌’과 ‘부타디엔’은 각각 모두 독성이 있는데, 다만 두 물질을 합쳐서 스티렌 부타디엔 공중합체를 만들 때 독성을 없앴을 수는 있다. 확실한 것은 그 물질의 구조를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식약처는 “스티렌 부타디엔 공중합체는 국제보건기구(WHO)가 정하는 발암물질에 속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수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