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왼쪽)과 임우재 전 삼성전기 상임고문. 연합뉴스
이날 기일은 공개재판으로 진행됐다. 앞서의 공판들이 ‘본 재판이 가사이혼소송인 만큼 개인신변과 관련된 사실관계가 노출될 우려가 있다’며 비공개로 진행한 것과 대조적이다. 실제 이부진 사장 측 변호인단은 공판이 시작하자 ‘비공개’로 심리를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공개재판이 원칙이다. 이부진 사장과 임우재 전 고문은 통상적인 일반인이라고 볼 수 없어 비공개로 진행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다만 “인적사항이나 사생활 등이 노출될 수 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사안에 따라 적절히 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기일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임우재 전 고문이 법원에 출석하지 않은 것이다. 이부진 사장과 달리 임 전 고문은 수원지법 성남지원, 서울가정법원 등에서 열린 이혼소송 과정에서 대부분 기일에 참석해왔다. 임 전 고문 측 변호인은 “불출석한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일각에서는 임 전 고문이 고 장자연 씨와 통화기록 등장 등 구설에 휘말린 만큼 공식석상에 나서는 것을 부담스러워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2014년부터 이어져온 이 사장과 임 전 고문의 이혼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두 사람이 이혼하고, 이 사장 재산 중 86억 원을 임 전 고문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아울러 자녀 친권 및 양육권자로 이 사장을 지정했다. 임 전 고문 측은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논란이 있었다. 이혼소송 항소심을 담당할 가사3부의 강민구 부장판사가 장충기 전 삼성 사장에게 안부문자를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임 전 고문은 “재판부와 삼성그룹 오너 일가의 긴밀한 관계로 재판이 객관성을 갖고 진행될지 우려된다”고 법관 기피신청을 낸 것이다.
서울고법은 재판부를 변경할 만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임 전 고문의 신청을 기각했지만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은 1월 초 임 전 고문의 신청을 받아들이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 재판부는 “기피신청 대상 법관과 장충기의 관계, 원고(이부진)와 장충기의 지위 및 두 사람 사이의 밀접한 협력관계 등을 비춰 보면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다고 의심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기존 재판부인 가사3부가 최근 대법원 파기환송 취지대로 재배당 요청, 현 재판부로 배당됐다.
이날 재판은 15분 만에 끝났다. 심리 말미 재판부는 양측의 주장에 대한 증거와 참고서면 등을 추가로 제출해달라고 하면서 “법관 기피신청 등으로 항소심 기일이 연기되면서 1년의 준비기간이 있었다. 따라서 그동안 준비한 자료 등을 미리 내달라”고 양측 변호인단에 요청했다. 이에 따라 이부진 사장과 임우재 전 고문의 항소심 재판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음 기일은 오는 4월 16일 열릴 예정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