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수산시장 킹크랩 선어 경매 현장.
[일요신문] 킹크랩 선어 저렴하게 구매하기 유튜브 영상에서 비롯된 논란이 소비자 피해와 현금 거래 관련 의혹으로 번지며, 노량진 수산시장을 운영하는 수협 노량진수산 주식회사(대표이사 안재문) 측에 관리 책임을 묻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앞서 본지는 제1397호(2019.2.14일자)에 ‘노량진 수산시장 선어 경매의 비밀’이라는 기사를 통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에 걸쳐 노량진 수산시장 새벽 경매장에 사람들이 몰리며 선어 킹크랩 가격이 상승했고, 신선하지 않은 물건들이 거래되며 피해를 본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 소비자 불만으로는 살에서 먹을 수 없을 정도의 짠맛이 난다거나 몸통에서 역한 냄새가 나고, 쪄보니 살이 흐물흐물 녹아버렸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이 같은 문제는 우선 킹크랩의 신선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시중가보다 저렴하다는 이유로 구매부터 하려는 소비자와, 신선하지 않은 물건임에도 일단 판매해 이윤을 남기려는 상인에 기인한다는 해석이 많다. 하지만 소비자 불만이 쌓여감에도 수협 측에서 제대로 된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본지가 경매장을 직접 찾은 날도 이 같은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중매인 1명의 부스에 2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줄을 서 선어 킹크랩의 구매를 원하고 있었다.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는 상황이라 킹크랩의 신선도를 점검할 여유는 없었다. 줄이 줄어드는 속도보다 상품이 줄어드는 속도가 빨라, 결국 구매를 원하는 사람보다 킹크랩이 먼저 떨어지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렇게 구매를 위한 경쟁이 심해지자 중매인의 부스가 아닌 경매장 바로 앞에서 킹크랩을 거래하는 풍경도 벌어졌다. 낙찰 받은 중매인 또는 중매인으로부터 물건을 받은 사람에게 즉시 흥정해 물건을 사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경우 문제가 생겨도 보상을 받을 수 없다고 조언한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25일 수협 노량진수산(주) 측은 “우선 경매장에서는 일반인에게 판매하지 않는 것이 방침이다. 하지만 상호 협의에 의한 거래를 막을 수는 없다”면서 “신선도 관련한 하자에 대해서는 ‘소비자 리콜제’ 운영으로 민원을 100% 해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리콜제는 신선도 불량 등을 이유로 수산물을 환불, 교환하는 제도로 수협 노량진수산(주) 측은 2002년부터 리콜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매장에 온 소비자들은 신선도 불량으로 인한 환불이 가능하다는 리콜제의 존재를 대부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다시 수산시장을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판매 상인과의 마찰을 꺼려 혼자 손해를 감내하는 편을 택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이에 대해 수협 노량진수산(주)은 소비자 리콜제는 홈페이지에도 게시하고 있고 홍보도 하고 있다고 했지만 2018년 연간 리콜 건수는 40건 정도에 불과한 상태다.
한편 킹크랩의 신선도 여부보다 큰 문제는 새벽 경매장에서 발생하는 현금 거래와 관련한 의혹이다. 노량진 수산시장 경매장에서 카드를 받는 중도매인을 찾아보기 힘들다. 본지가 몇 사람의 중도매인에게 카드 결제 가능 여부를 물었지만 가능하다는 대답은 단 한 번도 듣지 못했다. 오직 현금 거래만 가능했고 현금 영수증 발급 역시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세금 신고를 누락하거나 축소할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는 없는 상황이다.
경매장에서 벌어지는 현금 거래와 관련한 대책에 대해 묻자 수협 노량진수산(주) 경영본부 측은 “판매는 영업본부 담당”이라며 “담당자가 새벽에 근무한다, 새벽에 와서 물어보라”고 떠넘겼다.
소비자 피해와 현금 거래와 관련해 대표이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25일 사무실을 찾았으나 안재문 대표이사는 자리에 없었다. 대표이사가 관련 내용을 알고 있는지 묻자 수협 노량진수산(주) 경영본부 기획홍보팀장은 “해당 부서에서 보고했으면 대표이사가 알고 있을 것이고 보고하지 않았으면 모르고 있을 것”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김창의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