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로 최근 공개된 검사 대상 선정 기준과 방식 등을 보면, 오히려 검사 기능이 약화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치 논란을 과도하게 의식해 ‘날기도 전에 힘부터 뺐다’는 얘기다. 금감원이 중심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첫해 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금감원은 오는 4월부터 본격적으로 금융사를 대상으로 종합검사에 착수한다. 사진은 지난해 윤석헌 금감원장 취임식. 사진=임준선 기자
# ‘관치’ 논란의 추억
최근 금감원은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2019년 종합검사 계획안’을 보고하고 종합검사 대상 선정 기준과 수검 부담 완화방안이 담긴 올해 검사업무 운용 계획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오는 4월 대상 금융사를 정하고 본격적인 검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종합검사는 금감원이 금융사에 행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칼’로 통했다. 그동안 시행됐던 검사는 금감원 검사 인력 20~30명이 약 한 달 동안 특정 금융회사에 상주하며 업무 전반과 재산 상황을 샅샅이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회사 건전성부터 경영과 지배 구조 등은 물론, 예산 집행과 인사 모두 검사 대상이다. 임원 해임이나 영업 정지 등 부정행위가 적발될 경우 제재도 강력하다.
그만큼 금융사로서는 부담이 컸다. 특히 왜, 어떤 부분을 검사받아야하는지 등 명확한 기준 없이 검사주기에 따라 대상을 선정하고, 백화점식‧저인망식으로 진행되면서 ‘군기 잡기식 검사’나 ‘경영 간섭’ 등의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다. 결국 2015년 3월 ‘금융사에 자율과 창의를 주겠다’는 취지로 축소하고 경영실태평가로 바꿨지만, 지난해 윤석헌 금감원장이 취임 이후 종합검사 부활을 전격 선언했다. 본격적인 시행 전부터 금융권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앞서와 같은 과거의 ‘추억’ 탓이다.
# “검사 방식 싹 바꿨다” 우려 일축, 자신감 내비치는 금감원
반면 금감원은 ‘금융사 길들이기’나 ‘관치’ 등 논란은 과하다는 입장이다. 검사 방식을 새롭게 바꿨을 뿐 아니라, 금융사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동시에 뒀다고 강조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검사에 초점을 맞췄다. 금융사가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이번 종합검사를 두고 ‘유인부합적 종합검사’라는 점을 강조한다. 일정한 기준을 정하고, 이 기준을 밑도는 회사를 우선 검사하는 방식이다. 기준을 충족하는 금융사는 종합검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기존에는 은행은 보통 2년, 보험사와 증권사는 3~5년 주기로 종합검사를 받았다. 과거 연평균 50회 이상 진행했던 종합검사 건수도 20여 건으로 줄였다.
검사대상 선정 방식은 구체적인 평가지표를 금융사에 미리 공개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금융사의 ▲소비자보호 실태 ▲건전성 ▲내부통제 ▲지배구조 ▲시장영향력 등을 부문별로 점검해 종합적으로 등급을 매기고, 점수가 낮은 곳을 위주로 선정하기로 했다. 중점 점검 분야는 금융사들이 최근 수 년 사이 대대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클라우드 등 차세대 시스템과 IT 보안관리 실태가 될 전망이다.
금융사 부담도 낮췄다. 종합검사 전후 3개월간 부분 검사도 면제하고, 검사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더라도 금융사가 지적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충분히 기울이면 다음 종합검사를 유예하거나 면제할 계획이다. 검사기간 연장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과거엔 기약 없이 금감원이 일방적으로 기간 연장을 해왔지만, 올해부터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미리 정한 일정에 맞춰 진행된다.
금감원의 새 종합검사 계획안 발표 이후 금융권 반응도 달라지고 있다. 여전히 “종합검사 방식이 바뀌면 얼마나 바뀌겠냐”는 목소리가 높지만 “검사 방식이 납득할만 하다”는 말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검사 방식이 어떻게 변하든 부담이 큰 건 마찬가지고, 추후 세부 계획을 더 봐야하겠지만, 이정도면 검사 과정에서 크게 불만스러운 점이 나올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 “과도하게 힘 뻈다” 검사 기능 약화 우려 나와
다만 종합검사 방식에 대한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금감원이 불필요하게 힘을 많이 뺐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안팎에서 나온 우려의 목소리와 논란을 과도하게 의식했다는 얘기다. 실제 최근 종합검사를 앞두고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는 금감원 내부에서도 “검사 전문성이 약화 된다”거나 “변경된 계획안을 악용한 금융사의 검사 방해 가능성이 있다”는 등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새 종합검사 계획안을 보면, 전반적으로 금융사들이 사전에 준비하고 대응할 수 있게 된 만큼, 이를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졌다. 특히 검사 기간 연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의 경우, 금융사들이 어떤 형태로든 자료 제출을 미루면 검사가 그대로 종료된다는 점은 새로운 부작용이 될 것으로 지적된다.
금융사로부터 종합검사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다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금감원은 모든 종합검사는 한국갤럽, 한국리서치 등 외부기관에 의뢰해 검사품질 점검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무작위로 선정한 금융회사 실무자들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심층인터뷰를 통해 검사 과정의 만족도와 개선, 보완할 점을 확인하겠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피드백을 받고 제도를 개선한다는 취지는 좋다. 금감원에 대한 금융사의 신뢰도도 더 높일 수 있고, 시간이 지나면 검사 효율성도 높아질 것”이라면서도 “설문 결과를 각 부서가 공유하고 대책을 마련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금감원 실무자들이 검사 과정에서 금융사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은 금융들과 야권, 금융위원회의 부정적인 시선을 뚫고 종합검사 부활을 추진해왔다. 반대 목소리가 높았던 만큼 가능한 힘을 뺄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면서도 “과거와 달리 소비자 보호라는 검사 목적을 분명히 했고, 기준과 방식을 명확하게 정한 만큼 종합검사를 두고 잡음이 나오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금감원이 검사 과정에서 어떻게 중심을 잡느냐가 성과를 가를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