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사고와 관련, 황창규 KT 회장과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현안 질의가 열리고 있다. 박은숙 기자
황창규 KT 회장은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유료방송 합산규제(합산규제)는 다른 나라에 없는 규제”라며 “5G와 미디어는 밀접하게 붙어 있는 중요한 영역이기 때문에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미디어 상황이 변화했기에 정부의 통신 규제도 변화해야 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란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을 사업자별로 규제하는 것을 뜻한다.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전체 시장의 33.3%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해 특정 사업자의 독점을 막고, 방송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2015년, 3년 경과 후 자동적으로 효력이 없어지도록 하는 일몰을 조건으로 도입돼 지난해 6월 일몰됐다.
합산규제의 목적은 사실상 KT와 KT의 위성방송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의 시장 독점을 견제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IPTV와 위성방송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를 합치면 KT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30.86%에 달한다. 반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IPTV 점유율은 각 13.97%, 11.41%다. LG유플러스의 경우 현재 진행 중인 케이블TV 시장 1위 사업자인 CJ헬로 인수를 마무리하더라도 점유율이 24.43%에 그친다.
황 회장의 앞선 발언은 최근 KT를 중심으로 불거진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논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는 지난해 6월 일몰된 합산규제의 재도입이 논의됐다. 과방위 소속 정보통신방송 법안심사소위원회는 합산규제를 재도입하거나 KT가 KT스카이라이프를 분리 매각해야 한다고 봤다. KT는 과방위에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한 케이블TV 인수 추진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KT는 그간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로 KT가 주춤하는 사이 다른 통신사들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를 인수했으며, SK텔레콤은 지난 21일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 결정을 발표했다. KT를 제외한 두 개 통신사가 케이블TV 사업자를 인수합병하면서 유료방송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고된 셈이다. KT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지만, 국회 파행으로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 논의가 잠정 중단되면서 마땅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국회에서 빨리 결론을 내줘야 KT도 움직일 수 있다”며 “경쟁기업들이 분주히 움직이는데 KT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더욱이 KT는 불법 정치자금 제공 혐의까지 받고 있는 상태다. 지난 1월 경찰은 KT가 조직적으로 불법 정치자금을 후원했다고 결론내리고 황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과 KT법인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 조사가 시작된 가운데, KT 내에서는 ‘2차 횡령’ 문제까지 지적됐다. KT새노조의 설명에 따르면 일부 국회의원들이 검경 수사가 시작되자 후원금을 입금자인 KT 임원에게 반환했고, KT는 회사 명의의 공식 계좌를 만들어 후원금을 회수했으나 일부 임원이 이를 회사로 반납하지 않고 착복하거나 늦게 반환했다.
KT새노조와 시민단체는 이를 황 회장 측근 임원의 ‘2차 횡령’이라고 지적하며 서울중앙지검에 압수수색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오주헌 KT새노조 위원장은 “KT가 임원들에게 회사 명의의 계좌로 후원금을 반납토록 하는 것은 불법 정지차금 후원이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이란 방증“이라며 ”그럼에도 후원금을 반납하지 않은 임원들은 횡령을 한 셈”이라고 전했다. 오 위원장은 또 “후원금 전달의 가장 큰 목적은 황 회장의 국감 출석과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합병을 막기 위해서였을 것”이라며 “이외에도 당시 유료방송 합산규제 도입 등이 KT의 주요 현안이었다”고 말했다.
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검찰 조사가 본격화하면서 일부에서는 비록 국회가 정상화된다 해도 합산규제 문제는 KT가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그러나 과방위원장인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불법 정치자금 후원 건은 현재 과방위 의원들과는 관련이 없는 일인 데다 이미 알려진 터라 새로울 것 없다”며 “과기부와 KT가 제출한 공공성 강화 개선책 등을 보고 시장상황에 맞춰 규제가 필요한지 소속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고민하고 판단할 것”이라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하청인력 지인 추천 인센티브 5만원” 시끌시끌 KT가 최근 하청계열사 고용 사내 공고에 추천 사례금 5만 원을 지급한다고 명시해 비난을 사고 있다. KT새노조가 게재한 KT전사공지 내용을 보면, KT는 KT그룹 퓨처스타 지원자 모집에 따른 ‘추천 프로모션’ 안내문에 “고객접점 업무에 적합한 인재 분들이 가까이 계시면 지원을 적극 추천해주시기 바랍니다”라며 “지인추천 시 인센티브 지급”이라고 명시돼 있다. KT퓨처스타는 KT에서 운영하는 청년 교육훈련 및 취업지원 연계 프로그램이다. 2017년 9월부터 시작됐으며 청년 구직자 가운데 퓨처스타를 선발해 2개월의 교육을 거쳐 정규직으로 채용한다. 해당 과정을 통해 채용된 인원은 KT서비스와 KT텔레캅 등 KT 하청계열사에서 근무한다. KT새노조는 지난 21일 논평을 내고 “황창규 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일관되게 single KT를 강조하고 있으나 하청계열사 노동자들에게는 책임질 때만 single이고, 권리를 나눌 때는 하청업체일 뿐”이라며 “KT가 해야 할 일은 하청 계열사에서 일할 노동자 추천 사례금 5만 원을 지급한다는 엽기적 발상이 아니라 만연된 불법파견을 일소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노조에서 논평을 내고 지적한 내용이라 회사에서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여다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