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로 변신한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사진 고성준 기자
[일요신문]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최근 택시기사로 변신해 화제다. 과거 일회성 이벤트로 택시운전에 나선 정치인들은 많았다. 이 최고위원은 최소 두 달간 일반 택시기사들과 똑같이 생활하는 것이 목표다.
카풀앱 도입 논란으로 택시기사들의 분신자살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최고위원이 파악한 택시업계 문제점은 무엇일까. 그가 운전하는 택시에 직접 탑승해 청년 정치인 이준석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이 최고위원과의 일문일답.
―올해 2월 1일부터 택시 운전대를 잡아 딱 한 달이 됐다. 진상 손님은 없었나.
“뉴스에 나온 택시기사에게 동전 던진 손님 같은 분까지는 다행히 없었다. 다만 택시기사를 투명인간 취급하는 경우는 많더라. 뒷자리에서 자기들끼리 심한 음담패설을 하거나, 애정 행각하는 경우도 흔하다. 택시 콜을 부르고 10분이 지나도 안 나와서 ‘취소할까요’ 물어봤더니 ‘미터기 켜고 기다리면 되잖아요!’라며 소리 지르는 사람도 있었다. 미터기 켜고 가만히 서있으면 10분 있어봐야 요금 1000원이다. 그런 분들이 많아서 놀랐다.”
―카풀앱 출시를 반대하며 택시기사들이 분신자살까지 했다. 현장에 있어보니 문제를 풀 실마리가 보이나.
“택시운전하며 여러 가지 시험을 하고 있다. 손님에게 물을 준다든지 USB 충전 서비스 제공 등을 생각해봤다. 손님들 불만은 그런 부가서비스에 있는 게 아니었다. 내가 타고 싶을 때 안 잡힌다는 게 불만이었다. 그런 불만을 해소시킬 수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 택시기사 생계와 관련해서는 낮 시간 때 한 시간에 5000원도 못 버는 경우가 많다. 피크 시간대가 아닐 때는 대중교통과 택시 환승할인을 도입하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카풀앱 도입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은 반대인가.
“출퇴근 시간 수요를 카풀앱에 뺏기게 되면 택시업계 기반 자체가 무너지게 된다. 카풀앱이 꼭 도입해야 하는 혁신적인 제도인지도 모르겠다. 벌써 카풀앱을 통해 여성을 노린다는 괴담이 돌더라. 자격 없는 사람들을 어떻게 관리할 건가. 지금 같은 형태라면 반대한다.”
―승차거부, 불친절, 난폭운전 등 시민들은 택시에 대한 불만이 많다.
“처우만큼 고급화된 인력이 들어온다. 주 6일 하루 12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서비스 정신 강요하기는 힘들다. 택시는 거리가 돈이더라. 같은 거리라면 무조건 과속해서 빨리 도착하면 이익이다. 난폭운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요금부과체계를 개편하는 등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택시업계 정말 어렵나. 한 달간 얼마나 벌었나.
“구정연휴가 있어서 초반에는 많이 벌었다. 하루에 사납금 내고 나면 한 4만 원 정도 남는다. 나이 많으신 기사 분들은 하루 12시간 운전을 다 못하시고 중간에 쉬는 시간이 많다. 저보다 적게 버시는 경우도 있다.”
―택시운전 하며 접한 민심은 어떤가.
“문재인 정부에 굉장히 불만이 많더라. 새벽에 주점 주방일 하시는 분들이 많이 탄다. 최저임금인상 비판을 엄청 하신다. 그 분들은 이미 최저임금보다는 많이 받던 분들이다. 최저임금인상으로 주방보조나 서빙알바가 잘려서 힘들다는 거다. 본인 임금은 안 오르고 일만 힘들어졌다고 하소연하신다.”
―택시 운전은 언제까지 하나.
“최초 목표는 2달간 하는 거였다. 하다 보니 아직도 실험해볼 게 많다. 얼마간 더 할 수도 있을 거 같다.”
택시운전사로 변신한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고성준 기자
―인지도는 높은데 2012년 정치입문 이후 아직까지 국회에 입성하지 못했다. 운이 없었다고 해야 하나.
“2016년 총선 출마를 준비했는데 주변에서 용산이나 목동 등 새누리당(현 한국당) 우세 지역 출마를 권유하시더라. 당선이 쉬운 곳에 가면 공천이 어렵고, 공천이 쉬운 곳에 가면 당선이 어렵다. 공천 때문에 높은 사람 눈치 보기 싫었다. 국민에게는 머리 숙일 수 있는데 다른 정치인에게 머리 숙이기는 싫다. 그래서 어려운 지역인 노원구 상계동을 선택했다. 김용태 의원이 양천구을에서 내리 3선을 했다. 양천구을은 보수정당에 어려운 지역이다. 김 의원이 계파 눈치 안보고 소신발언 할 수 있는 것은 양천은 김용태 아니면 안 된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정치인이 되고 싶다.”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입장이 주요쟁점이 됐다. 박근혜 키즈로 불렸지만 탄핵 정국 때 탈당하면서 배신자라는 비판이 꼬리표처럼 따라 다닌다. 보수표 얻는 데 불리하지 않나.
“지난 총선 때 당선되지는 못했지만 한국당 강연재 후보보단 많이 득표했다. 탈당을 후회하지 않는다.”
―김병준 전 한국당 비대위원장은 ‘태극기부대도 보수가 품어야 할 자산’이라고 했는데.
“태극기부대도 여러 부류가 있고 각자 하는 주장이 다르더라. 합리적인 분들은 당연히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태극기부대도 진화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김진태 의원이 법률가라서 그런지 의외로 문제가 될 발언을 얼마 안한다. 그 분 주장에 대부분 동의 안하지만 그래도 ‘저 정도 주장은 용납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김진태 의원이 주장한 5•18유공자 명단공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저도 명단공개가 필요하다고 본다. 오히려 호남지역에서도 명단공개를 요구하시더라. 유공자 가산점 때문에 비유공자들이 취업과정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거다. 개인정보가 과도하게 유출되지 않는 선에서 공개되어야 한다.”
―바른미래당은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내년 총선 전에 도입될 수 있겠나.
“저는 솔직히 시험제도 바꿔서 이득 보는 게 맞나 싶다. 연동형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공천 싸움 심할 텐데 차라리 소선거제로 지역구에서 열심히 뛰는 게 낫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한다. 연동형비례대표제 하더라도 우리 당이 유의미한 인재풀을 구성 못하면 국민들이 안 뽑아 줄 거다. 지금은 당 지지율 높이고 인재영입 하는 데 매진해야 한다.”
―지난 지방선거 바른미래당 공천과정을 보면 한국당보다 나은 게 뭐냐는 비판도 있었다.
“인정한다. 훨씬 지저분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당 대주주라는 사람이 ‘3등할 사람 내보내면 안 된다’ 이런 소리나 해서 후보들 사기를 꺾었다.”
―안철수 전 대표 복귀를 기다리는 당원들이 많은데.
“돌아와도 선거 때 대주주 행세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자기 세력 지분 찾으려는 의도로 총선 전에 복귀해서는 안 된다. 지난 지방선거 때 인재영입위원장 맡아서 누굴 영입했나. 자기 사람들만 챙기려 하지 않았나. 돌아오더라도 공천에는 개입하지 말고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
―최고위원으로서 바른미래당이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보나. 여당에선 영향력 없는 정당이라고 조롱하고, 아무개 기자는 ‘어차피 없어질 정당인데 대충하라’는 말까지 해 논란이 됐다.
“저는 바른미래당이 정의당 식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본다. 심상정, 고 노회찬 의원같이 인지도 있는 일부 의원만 살아남는 방법이다. 인재영입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지 않으면 당이 살아남기 어렵다. 내년 총선 때 다른 당보다 후보 평균연령이 한 스무살 어려질 수 있도록 젊은 인재들을 대거 출마시켰으면 좋겠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