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승리가 출연한 2018년 3월 ‘나 혼자 산다’ 방송에 유리홀딩스 사무실이 등장했다. MBC방송 캡처.
유리홀딩스는 유 대표의 성씨 ‘유’와 승리의 ‘리’를 따서 만든 회사라고 알려졌다. 유리홀딩스 공식 홈페이지에는 사업 분야로 몽키뮤지엄, 아오리라멘, BC홀딩스 등이 소개됐다. 모두 승리가 얼굴마담으로 사업을 추진했던 분야다. 몽키뮤지엄은 청담동에 있는 클럽으로 ‘승리클럽’으로 유명세를 얻었다. 아오리라멘 역시 승리가 연예인 지인들과 함께 카운터를 보는 등 입소문이 퍼져나가 단숨에 맛집으로 등극했다.
유리홀딩스는 연예인 매니지먼트업, 화장품 도소매업, 전자상거래업, 부동산 임대업, 주점, 일반음식점 등을 사업 목표로 2016년 1월 설립됐다. 2018년 경영자문 컨설팅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이때만 해도 유 대표에 대해 알려진 건 거의 없었다. 해외에서 수학한 금융인이라고 소개되는 정도였다. 학력과 경력도 마찬가지다. 유 씨가 토종 컨설팅 회사인 N 사에서 근무했으며, 그곳에서 베트남을 주 근거지로 삼고 활동한 것으로만 알려지고 있을 뿐이다.
유 씨가 직접 회사를 차린 뒤에도 N 사와의 관계는 이어졌다. 한 경제지에 따르면 유리홀딩스가 관리하는 투자회사 ‘BC홀딩스’는 2016년 8월 한 바이오업체에 60억 원을 투자했다. 이때 투자유치는 컨설팅회사인 N 사의 주도로 이뤄졌다고 전해진다.
이후 유리홀딩스 공동대표인 승리는 화장품업계, VR업계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고, 모든 투자의 전면에 승리가 앞장섰다. 몽키뮤지엄과 아오리라멘 등 사업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에도 승리와 매니저, 지인이 이사로 등재됐다. 유 씨는 철저하게 가려졌다.
사실 유 대표는 이미 한 차례 언론의 관심을 받은 바 있다. 그가 배우 박한별의 남편이기 때문이다. 애초 결혼 소식이 알려졌을 당시 박한별의 남편은 ‘훈훈한 외모를 가진 동갑내기 금융업 종사자’ 정도로만 알려졌을 뿐 철저히 베일에 가려 있었다. 이후 박한별의 남편이 유 대표라는 사실이 알려져 업계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한 매체는 ‘국내 유력 컨설팅 기업 N 사의 임원으로 능력을 인정받아 베트남 지사장까지 지냈다’고 유 대표를 소개한 바 있다. 박한별과의 결혼으로 유 대표가 매스컴의 관심을 받던 시점은 2017년 11월로 이미 유 대표는 승리와 함께 설립한 유리홀딩스의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었다.
승리의 문어발식 사업진출 중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모은 것은 사모펀드 시장 진출이다. 2018년 3월 방송 프로그램 ‘나혼자산다’에 사업가로 성공한 승리의 모습이 등장했다. 당시 방송에 나온 사무실이 현재 유리홀딩스가 입주해 있는 파르나스타워다. 파르나스타워 30층에 있는 유리홀딩스 사무실에는 BC홀딩스라는 기업로고가 전면에 드러나 있다.
승리의 방송 출연을 전후로 BC홀딩스는 본격적으로 사모펀드 시장에 발을 내딛었다. 증권가에서는 전면에 나선 승리 뒤에 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돌기도 했다. 유리홀딩스의 투자펀드 BC홀딩스는 2018년 페레그린파트너스와 손을 잡고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BCH페레그린파트너스’를 설립했다.
언론에는 승리가 사모시장에 진출한다고 보도됐지만 BCH페레그린파트너스의 등기부등본에는 유리홀딩스의 유 대표가 이름을 올렸다. 그동안 유리홀딩스가 전개한 사업 가운데 유 씨의 이름이 전면에 나온 것은 처음이다.
버닝썬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심화되자 유리홀딩스는 승리를 공동대표에서 배제시켰다. 단독대표로 올라선 유 씨는 버닝썬에서 일어난 의혹에 대해 자신은 지분을 투자했을 뿐이라고 선을 그어 대중의 비난을 받고 있다. 유리홀딩스는 버닝썬에 20% 지분을 투자했다고 알려졌다. 통상 20% 지분을 보유할 경우 관계사로 분류한다는 점에서 책임을 회피하기는 어렵다. 유리홀딩스와 관련된 승리의 지분관계와 유 대표의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다. 그러나 이와 상관없이 승리를 필두로 투자하고 진행한 화장품, 레미콘 사업 등에도 불똥이 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유리홀딩스가 입주해 있는 파르나스타워 30층에는 과거 유 씨가 몸담았던 N 사도 입주해 있어 둘 간의 관계에도 의구심이 남는다. N 사 홈페이지에는 여전히 유 씨가 베트남 지사장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같은 층에 있는 두 회사가 사무실을 함께 쓰고 있는 건 아닌지도 의심이 든다. 이에 대해 유리홀딩스 관계자는 “대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N 사 관계자 역시 “그런 것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