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부터 강단에 서기 시작한 안용규 당선인은 한체대 교수로 임용된 1995년 직전까지 용인대에서 조교수 생활을 했다. 안 당선인은 1993년 당시 강사였던 이재봉 씨, 조성담 씨와 함께 ‘태권도 선수의 경기 전 경쟁 불안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썼다. 이 논문은 용인대 무도연구지 제5집 제1호에 실렸다.
A 씨의 논문(좌)과 안용규 당선인 등 3인의 논문(우). 아예 문단 자체가 똑같다. 이 문단은 안 당선인의 표절 의혹 논문에도 똑같이 포함됐다.
문제는 이 논문이 표절 의혹작이라는 점이다. 충남의 한 중학교에서 교사로 재직 중인 A 씨는 1993년 공주대에서 석사 학위용으로 ‘투기 종목 선수들의 시합 전 경쟁 상태 불안에 관한 조사 연구(태권도, 유도, 복싱, 레슬링 종목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을 썼다. 안용규 당선인 등이 쓴 논문은 A 씨의 논문 구조를 쏙 빼닮았다. 아예 인용 표시 없이 통째로 같은 문단도 발견됐다.
이에 대해 안용규 당선인은 “A 씨는 운동하던 후배다. 그가 쓴 논문은 내가 거의 다 도와준 논문이다. 내가 자료를 준 것도 있다”며 “그 당시 학위 논문인 경우 미발행작이니 학회나 논문집 등에 내라고 권장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 당선인 등이 쓴 논문에는 A 씨의 이름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았다. 공동 저자로라도 이름을 올려 주는 게 맞다.
그는 이어 “관행이라는 면을 감안해 줬으면 좋겠다. 2007년 교육부 연구규정 지침이 강화되고 표절의 정의가 분명해지기 전까지 학계는 많은 연구자가 뛰어난 학자의 연구 결과를 많이 인용하고 원문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널리 알리는 게 미덕인 시절이었다. 논문을 작성하는 ‘기법’의 일부였다”며 “공직에 진출해서 요직에 등용되는 선배 세대 학자가 청문회에서 논문 표절 혹은 복제로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본다. 현재의 엄격한 기준으로 비춰보면 표절 규정에 일부 어긋날 수 있지만 스포츠 경기 규정이 세대마다 바뀌듯 연구 규정도 바뀌어온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A 씨의 논문(좌)과 안용규 당선인의 논문(우). 아예 데이터가 똑같다.
문제는 안용규 당선인의 또 다른 논문에서 인용 표기 미준수나 단순 표절, 복제가 아닌 설문 조사 결과 도용 정황이 발견됐다는 점이다. 안 당선인은 1994년 ‘복싱 선수의 경기 전 경쟁 불안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용인대 논문집 제10호에 단독으로 올렸다. 이 논문에 포함된 설문 조사 결과는 A 씨의 논문에 나온 설문 조사 결과 가운데 복싱 부분과 똑같았다. 한 석사생의 학위 논문 설문 조사 결과가 쪼개진 뒤 아예 도용돼 타인의 연구 결과로 세상에 다시 나온 꼴이 됐다.
교육계는 안용규 당선인의 이런 반응을 전해 듣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익명을 원한 한 교육계 인사는 “지금 안 당선인에게 제기된 문제는 출처를 깜빡 하거나 인용 표시를 까먹는 단순한 표절 시비가 아니다. 남의 설문 조사 결과를 가져오는 건 논문이라는 게 생긴 태초부터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현재의 엄격한 기준 때문에 문제시 되는 게 아니라 학자로서의 기본 윤리 문제”라며 “뛰어난 학자 논문을 가져오는 게 미덕이었다는데 안 당선인이 가져온 건 후배 석사생 논문이었다. ‘미덕’은 이런 데 사용되라고 있는 단어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와 관련 안용규 당선인은 “논문 표절 문제는 2007년 2월 이후부터 이야기하게 돼 있다. 정부에서 2007년 2월 이후부터 이 문제를 이야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07년 2월 이전 것은 논문 표절에 관한 문제는 크게 다루지 않는다”며 “A 씨에게 허락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A 씨는 “당시 안 당선인이 틀을 잡아 주고 조언을 해준 건 맞지만 내 논문이 이렇게 사용된 건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안용규 당선인은 2018년 11월 한체대 제7대 총장으로 선출됐다. 교육부의 임명 제청과 국무회의 의결, 대통령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안 당선인은 2012년 제6대 총장 선거 때도 당선된 바 있었다. 하지만 개인적인 추문과 교수진을 향한 향응 및 접대, 아들 편입 문제 등의 의혹이 제기돼 낙마했다. (관련 기사: 대통령 동서 행보에 시끄러운 교육계…한체대 총장 인준에 쏠리는 눈)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