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미세먼지 속에서도 K리그1 개막전은 지난해 대비 유료관중 44.7% 증대를 달성했다. 사진은 1만 8541명이 운집한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사진=인천 유나이티드
[일요신문] 프로축구가 긴 겨울잠을 깨고 돌아왔다. 지난해 개막 1라운드 대비 44.7% 증가한 관중(7만 9355명)이 K리그1 6경기에 운집했다. 선수들도 경기장을 찾은 관중에 골로 화답했다. 모든 경기에서 득점이 나오며 경기당 평균 2.33골이 터졌다. 산뜻한 출발을 알린 K리그의 향후 순항에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따른다.
지난 시즌 K리그는 최근 흐름에 비해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유난히 두드러졌다. 득점이나 도움 등 공격 포인트 부문 순위 상당 부분에 외국인 선수들이 이름을 올렸다. 말컹, 제리치, 주니오, 무고사 등은 치열한 득점 선두 경쟁을 벌이며 흥미를 더했다. 특히 말컹은 1년 내내 가장 많은 화제가 집중된 ‘뉴스메이커’ 중 한 선수였다.
연말 시상식에서도 ‘외인 돌풍’이 이어졌다. 2018 K리그 대상 베스트 11 부문에서는 6명의 선수가 영광을 안았다. 외인 수상자들은 수비(리차드), 미드필드(네게바, 로페즈, 아길라르), 공격(말컹, 주니오) 등 전 포지션에 고르게 분포됐다. 35년의 K리그 역사에서 역대 최다 수치였다.
개막전서 남다른 존재감을 선보인 조던 머치. 사진=경남 FC
이 같은 흐름은 올 시즌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K리그 12개 구단은 어느 때보다 외국인 수혈에 집중했다. 각 구단에 포진한 외국인 선수들이 지난해보다 더 좋은 활약을 펼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이번 시즌 K리그에 새롭게 모습을 선보일 외국인 선수들은 이력서만으로도 화려한 면면을 자랑한다. 가장 큰 화제를 모은 주인공은 경남 FC의 조던 머치다. 아시아 무대에 첫 발을 내딛는 그이지만 한국팬들에게는 익숙한 이름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무대에서 김보경, 윤석영, 이청용 등과 한솥밥을 먹은 까닭이다.
잉글랜드 연령별 대표팀을 거친 머치는 EPL에서 다년간 활약하며 검증된 자원이다.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친 시기는 2013-2014 시즌이다. 그는 소속팀 카디프 시티에서 김보경과 함께 중원에 서며 1시즌간 7골 6도움을 기록했다. 한국 데뷔전에서도 후반 45분 짧은 시간만을 소화했지만 인상적인 활약으로 김종부 감독을 미소 짓게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남은 신입 공격수 룩 카스타이노스의 영입을 발표하며 ‘FIFA가 선정한 10대 유망주 후보 23명’이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룩도 자국 리그 활약을 인정받고 이탈리아 세리에A 명문 인터밀란까지 진출한 경력이 있다. 하지만 이후 다소 하락세를 걸었고 커리어 반전을 위해 한국 무대를 찾은 만큼 절치부심하고 있다. 김종부 경남 FC 감독은 “유럽 엘리트 코스를 밟은 선수라 마음을 움직이기 쉽지 않았다”며 영입 후일담을 전하기도 했다. 룩은 리그 개막전서 후반 교체 투입돼 분위기를 익히며 본격적인 출격 준비를 마쳤다.
개막이 임박한 시점에 수원 삼성은 호주 출신 공격수 아담 타가트 영입 소식을 알리며 이적 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타가트는 호주 연령별 대표팀뿐만이 아니라 A대표팀 일원으로도 활약하며 월드컵에도 출전한 경력이 있는 선수였다. 21세이던 2014년에는 호주리그 득점왕에 오르기도 했다. 여전히 발전가능성이 있는 연령대(1993년생)라는 점도 팬들이 그를 반기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 1일 울산과의 개막전에서 팀은 패배했지만 개인으로선 데뷔전에서 골을 기록하며 더할 나위 없는 출발을 알렸다.
FC 서울 아시안쿼터 미드필더 알리바예프는 개막전 이후 더욱 뜨거워진 케이스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지난해 11월 A대표 간 평가전 등에서 우즈베키스탄 대표팀 소속으로 대한민국을 상대하며 좋은 활약을 선보인 바 있다. 데뷔 무대를 가진 K리그에선 기대 이상이었다. ‘깜짝 활약’을 선보이며 서울의 개막전 승리 주역이 됐다.
#존재감 발휘하며 출격 대기 중
이외에도 몸 상태와 적응 등의 문제로 아직 경기에는 나서지 못했지만 많은 눈길이 쏠리는 이들이 있다. 첫 손에 꼽히는 주자는 인천 유나이티드의 베트남 공격수 응우옌 콩 푸엉이다. 인천은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돌풍의 주역 콩 푸엉에게 경기력뿐만 아니라 ‘마케팅’ 효과까지 기대하고 있다. 이제 첫 라운드가 지났을 뿐이지만 이미 온라인 반응은 뜨겁다. 과거 박지성을 향한 대한민국의 관심이 그랬듯, 인천의 소셜 미디어는 베트남 팬들의 활동으로 붐비고 있다. 개막전 결장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많았던 것도 이러한 팬들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르면 오는 10일부터 첫 출격이 예상되는 알렉산다르 페시치. 사진= FC 서울
#클래스 확인한 ‘재학생’
새로운 시작을 알린 K리그가 기대되는 이유는 신입생의 존재뿐만이 아니다. 짧게는 1년부터 다년간 K리그를 지켜온 터줏대감들이 여전한 실력을 선보이고 있기 떄문이다.
2015 시즌부터 어느덧 5년째 활약하며 K리그 대표 외국인 선수 반열에 올라선 전북 현대 공격수 로페즈. 프로 생활의 절반 이상을 한국에서 보낸 그는 여전히 빠르게 달렸고 강력한 슈팅을 내뿜었다. 로페즈는 개막 직전 외국인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올 시즌 가장 큰 활약을 펼칠 선수’ 1위로 선정된 바 있다.
에드가는 하나원큐 K리그1 2019 개막 1호골의 주인공이 됐다. 사진은 에드가의 골장면. 연합뉴스
지난해 뒤늦게 적응에 성공하며 후반기에만 18골을 몰아쳤던 울산 현대 공격수 주니오는 올 시즌 첫 경기부터 가벼운 몸놀림을 선보였다. 페널티킥 성공으로 마수걸이 골을 넣었을 뿐 아니라 전방에서 팀 공격을 주도하는 노련함도 보였다.
#우려 사는 외인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모든 외국인 선수가 개막전과 함께 웃을 수는 없었다. K리그 MVP 1회, 득점왕 3회에 빛나는 수원 공격수 데얀은 울산을 상대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문전에서 기회를 잡기도 했지만 골문 밖으로 슈팅을 날리며 아쉬워했다. 교체 투입된 팀 동료 타가트가 짧은 시간 안에 득점에 성공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득점 2위(24골)를 차지하며 강원을 이끌었던 제리치도 개막전 부진에 울었다. 최전방 자리에 선발로 투입됐지만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지난해 보인 위력적인 슈팅은 보기 힘들었고 수차례 상대방에 공을 헌납했다.
리그 최강 외국인 선수를 여럿 보유했던 전북도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로페즈는 건재하지만 지난해 기대치를 밑돌았던 아드리아노와 티아고가 그대로 남았다. 높은 연봉에 이적도 여의치 않다는 후문이 들려왔다. 이들은 대구와의 개막전에서 벤치에도 앉지 못하며 팬들의 우려를 더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