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2일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2019 제8차 이사회’. 사진=KBSA
[일요신문]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이하 협회)가 성형외과 의사를 신임 심판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그야말로 ‘파격 인사’다. ‘파격 인사’와 관련한 아마야구계 반응은 다소 엇갈리는 모양새다.
2월 2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2019 제8차 이사회’가 열렸다. 이날 열린 이사회에선 협회 분과위원회를 이끌 새로운 위원장들이 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일요신문’에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신임 심판위원장을 발탁하며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야구 관계자 A 씨는 “신임 심판위원장은 심판·경기인 출신이 아닌 성형외과 의사”라고 알렸다.
협회 심판위원장 직은 2018년 7월 말부터 공석이었다. 2016년부터 심판위원장 직을 맡았던 황 아무개 씨가 각종 논란에 휘말리며 직무 정지를 당한 까닭이었다.
황 씨는 심판위원장 재직 당시 ‘고교 감독과 술자리를 가졌다’, ‘특정 심판 2명을 운전기사로 부렸다’는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황 씨가 직무정지 처분을 받은 뒤 협회 심판위원장 역할은 박휘용 심판위원회 부위원장이 대행했다.
심판위원장 대행체제 7달 만인 2019년 2월 말. 협회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 신임 심판위원장을 임명했다. 3월 6일 협회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신임 심판위원장으로 선임된 건 김영길 부회장”이라면서 “김 부회장은 성형외과 의사 출신이 맞다”고 밝혔다.
협회 정관에 따르면, 성형외과 의사 출신이 심판위원장 직을 맡는 데 제한은 없다. 여기에 심판위원장은 무보수 직이다. ‘이권 개입’과도 큰 연관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아마야구계 현장 분위기는 다소 술렁이는 모양새다. 무슨 까닭일까.
일부 아마야구인들은 ‘비심판-비경기인’ 출신 심판위원장의 현장 이해도가 떨어질 것을 염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마야구계는 지난 몇 년간 적지 않은 심판 관련 이슈로 내홍을 겪은 바 있다.
현장에선 “아마야구 심판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란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그런데도 협회는 신임 심판위원장으로 ‘비야구인 카드’를 꺼냈다. 아마야구계 일각에서 성형외과 의사가 아마야구 심판 수장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심판위원회는 야구, 소프트볼 종목 심판 평가와 처우개선 업무를 담당한다. 심판위원장은 심판위원회의 수장이다.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연합뉴스
‘일요신문’ 취재에 응한 아마야구 복수의 관계자들은 “말 그대로 파격인사”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파격 인사를 바라보는 아마야구인들의 시각은 다소 엇갈리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아마야구 관계자는 “심판위원장 직에 ‘비심판-비선수 출신 인사’를 앉힌 건 야구인으로서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장 이해도가 낮은 인물이 심판위원장을 맡게 되면, ‘아마야구 심판 관련 시스템을 개선하는데 어려움이 있지 않느냐’는 우려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야구인은 “황당한 인사다. 심판위원장은 말 그대로 심판진 운영을 총괄하는 임무를 맡는다. 심판장 개념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성형외과 의사가 심판위원장 자리에 어울리는 것 같진 않다. 비법조인이 대법원장에 임명되는 일은 없지 않나. 따라서 심판위원장 임명 관련 건은 협회 내부적으로 조정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다른 시각도 존재했다. 아마야구 관계자 B 씨는 “심판의 권위적인 태도 및 비위 행위 등은 아마야구에서 불거지는 논란의 단골 소재다. 심판 관리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외부 인사가 심판위원장 직을 맡는 것이 더 나을지 모른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처럼 신임 심판위원장 인사와 관련해 일부 시각차가 존재하는 가운데 협회 관계자는 “심판위원회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 정확한 인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과거 심판위원회는 심판원들로만 구성됐었다. 이제 심판은 심판 고유의 역할을 한다. 심판위원회는 심판에 대한 평가나 처우 개선과 관련한 임무를 별도로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협회는 심판위원으로 야구계 내·외부 인사 11명을 초빙했다. 위원 11명 가운데 심판 출신은 야구와 소프트볼에서 각각 2명씩, 총 4명이 포함됐다. 나머지 절대다수 위원은 경기인 출신이다. 위원장은 위원들의 논의를 거친 뒤 이사회 결의를 통해 임명했다”고 덧붙였다.
아마야구는 ‘한국 야구의 뿌리’라 불린다. 그런데, 일부 야구인들은 아마야구 운영 전반을 책임지는 협회의 인사·행정에 물음표 가득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 건 협회에 던져진 숙제다.
성형외과 의사를 심판위원장으로 앉힌 협회의 ‘파격 인사’가 어떤 결과를 도출해 낼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젊은 피’ 강조하던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77세 고령 경기력향상위원장 선임한 배경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로고. 사진=KBSA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2월 22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19 제8차 이사회’에서 신임 경기력향상위원장으로 김소식 전 대한야구협회 부회장을 임명했다. 김 씨는 대한야구협회 부회장뿐 아니라 MBC 프로야구 해설위원, 새누리당 중앙위원회 지도위원을 역임하며 굵직한 경력을 쌓아온 인물이다. 그런데, 김 씨의 경기력향상위원장 임명을 두고도 아마야구계에선 말이 많다. 아마야구계 일부 관계자들은 김 씨를 임명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 의문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야구 원로인 김 씨가 우리 나이로 77세(1943년생) 고령인 까닭이다. ‘일요신문’ 취재에 응한 아마야구 관계자 C 씨는 “2017년 김응룡 회장 취임 이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이사회는 ‘경기력향상위원장으로 젊은 피 수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끊임없이 냈다”고 주장했다. C 씨는 “고령의 야구 원로를 신임 경기력향상위원장으로 임명한 건 그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강조하던 방향과 정반대”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야구 관계자 D 씨는 “77세 고령의 야구 원로를 다시 초빙한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 든다”면서 “인사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협회가 보였던 행동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관계자는 “인사에 절대 기준은 없다고 본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김소식 신임 경기력향상위원장은 대한야구협회 부회장직을 수행하는 등 오랜 기간 한국 스포츠 발전에 헌신한 인물이다. 아무래도 (이사회가) ‘김소식 위원장의 풍부한 경험을 높이 사지 않았나’ 판단된다”고 전했다. [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