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규 당선인은 1990년 ‘구기종목선수의 체격 및 체력에 관한 분석적 연구’라는 논문을 써 용인대 논문집 제6호에 실었다. 이 논문에는 1979년 정선태 씨가 동아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으며 남긴 논문 ‘체격과 체력이 스포오츠에 미치는 요인 분석에 관한 연구(경남 지역 여고생의 구기종목 선수를 중심으로)’에 담긴 실험 결과와 같은 내용이 담겼다. 정선태 씨는 자신의 논문에 농구와 배구, 핸드볼, 테니스 선수의 체격과 체력을 각기 분석했다. 이 가운데 배구와 테니스 데이터는 안용규 당선인의 논문에 고스란히 복제됐다.
정선태 씨의 1979년 논문과 안용규 당선인의 1990년 논문. 데이터가 완전 일치한다. 실험 날짜만 바뀌었다.
안용규 당선인의 논문 도용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안 당선인은 1994년 ‘복싱 선수의 경기 전 경쟁 불안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용인대 논문집 제10호에 단독으로 올렸다. 이 논문에 나온 실험 결과는 충남의 한 중학교에서 교사로 재직 중인 A 씨가 1993년 공주대에서 석사 학위용으로 쓴 논문 ‘투기 종목 선수들의 시합 전 경쟁 상태 불안에 관한 조사 연구(태권도, 유도, 복싱, 레슬링 종목을 중심으로)’의 실험 결과가 그대로 담겼다. (관련 기사: [단독] 안용규 한체대 총장 당선인, 논문 표절 의혹 제기돼)
특히 이번 도용 논란은 10년 전 실험의 시기까지 조작했다는 의혹이 번져 총장 자리를 노리는 학자로서의 낮은 연구 윤리 의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앞서 제기된 표절 논란 관련 논문에는 실험 시기가 삭제돼 있었지만 이번에 제기된 표절 의혹 논문에는 시기가 아예 바뀌어 있었다. 정 씨가 1978년에 했던 실험 날짜는 안용규 당선인의 논문에 1988년으로 바뀌어 적혔다.
안용규 당선인은 최근 제기된 표절 의혹과 관련해 “논문 표절 문제는 2007년 2월 이후부터 이야기하게 돼 있다. 정부에서 2007년 2월 이후부터 이 문제를 이야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07년 2월 이전 것은 논문 표절에 관한 문제는 크게 다루지 않는다”며 “관행이라는 면을 감안해 줬으면 좋겠다. 2007년 교육부 연구규정 지침이 강화되고 표절의 정의가 분명해지기 전까지 학계는 많은 연구자가 뛰어난 학자의 연구 결과를 많이 인용하고 원문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널리 알리는 게 미덕인 시절이었다. 논문을 작성하는 ‘기법’의 일부였다”고 말한 바 있었다.
안용규 당선인의 총장 가도에 먹구름이 꼈다. 안 당선인은 2018년 11월 한체대 제7대 총장으로 당선됐다. 교육부의 임명 제청과 국무회의 의결, 대통령 승인 관문을 남겨두고 있다. 안 당선인은 2012년 제6대 총장 선거 때도 당선된 바 있었으나 개인적인 추문과 교수진을 향한 향응 및 접대, 아들 편입 문제 등의 의혹이 제기돼 고배를 마셨다. (관련 기사: 대통령 동서 행보에 시끄러운 교육계…한체대 총장 인준에 쏠리는 눈)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