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리 차오와 저스틴 로.
말레이시아에서 태어난 게리 차오는 대만과 홍콩과 싱가포르와 중국과 동남아 지역을 아우르며 인기를 끌던 스타였다. 뛰어난 무대 퍼포먼스와 넓은 음역대를 자랑하는 가창력으로 유명했던 그는 2001년 대만에서 데뷔한 후 홍콩으로 진출해 골든 멜로디 어워드에서 남자 가수상을 수상했다. 물론 성공하기까진 힘든 세월이 있었고, 한때는 약물에 의존하며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역경을 딛고 스타덤에 올랐다. 게리 차오가 홍콩에서 데뷔해 신인상을 수상하던 2006년, 이 지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가수는 저스틴 로였다. ‘잭 틴’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저스틴 로는 홍콩계 미국인으로 뉴욕에서 태어나 웹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서른 살이 다 되어 데뷔했지만 반응은 엄청났다. 2006년 한 해에만 6번의 콘서트를 했는데 모두 매진 사례였던 것. 이후 중국 본토와 홍콩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같은 시기에 스타가 된 두 가수는 친분을 쌓았다. 저스틴 로가 아이를 낳자 게리 차오가 대부가 되어 주었다. 2008년에 게리 차오가 말레이시아에서 콘서트를 할 때 저스틴 로는 게스트로 무대에 올라 주었다. 하지만 다음 해, 두 사람 사이에 ‘사건’이 일어난다. 2009년 9월 22일, 게리 차오와 저스틴 로는 몇몇 지인들과 함께 홍콩 센트럴 지역에 있는 어느 술집에 간다. 자정이 넘어 9월 23일 새벽 1시쯤 되었을 때, 게리 차오는 화를 내며 술집 문을 박차고 거리로 나왔고, 그 뒤를 저스틴 로가 따라 나왔다. 그는 얼굴이 붉게 취해 있었다. 두 사람은 길거리에 언쟁을 벌였고, 이때 갑자기 차오가 로에게 주먹을 날렸다. 거리에 쓰러진 로는 일어나 반격을 가했고, 뒤따라 나온 지인들이 싸움을 말렸다.
게리 차오와 저스틴 로의 심야 난투극 당시 모습.
결국 그날 저녁 7시에 게리 차오는 기자회견을 열어 50개가 넘는 미디어의 카메라 앞에서 고개 숙여 사과해야 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내가 잘못했다. 어떤 책임이라도 지겠다. 벌을 받아야 하면 받겠다”며 그는 바짝 엎드렸다. 그러면서 저스틴 로를 감쌌다. “저스틴은 나에게 전혀 위협을 가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 둘은 싸운 게 아니다. 단지 내가 통제력을 잃었을 뿐이다.”
그랬다면 그들은 왜 그런 몸싸움을 벌인 것일까? 여기에 대해 게리 차오는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어느 술집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때 저스틴 로와 일행은 인터뷰에 방해 될까 싶어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런데 게리 차오가 보니, 일행들이 저스틴 로를 따돌리며 놀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것은 오해였다. 저스틴 로와 사람들은 그저 장난을 치고 있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게리 차오는 자신의 절친이 그런 대접을 받는 것에 화가 났고, 인터뷰를 마친 뒤 저스틴 로를 데리고 거리로 나와 따졌다. 왜 사람들이 당신을 놀려먹고 있는데 그걸 참느냐고. 그러면서 일행들을 공격했는데 이를 저스틴 로가 말렸고, 취한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은 게리 차오는 폭력적인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게리 차오의 주장이었다. 저스틴 로에 의하면 술집에서 두 사람이 흥에 겨워 즉흥 연주를 하고 있었는데, 드럼을 치는 게리 차오가 자꾸 박자를 놓치자 저스틴 로가 불평했고, 이에 기분이 나빴던 게리 차오가 술집을 나서면서 로와 논쟁을 벌이다 주먹다짐까지 갔다는 것이다. 이후 운전기사의 증언도 나왔는데, 처음엔 그렇게 유명인인 줄 모르고 차에 태웠고, 운행 중에 갑자기 게리 차오가 발로 문을 차는 바람에 차를 멈추었다고 했다.
게리 차오와 저스틴 로의 심야 난투극 당시 모습.
결국 사건은 게리 차오의 참회에 가까운 사과와 저스틴 로의 마음 넓은 용서로 흐뭇하게 마무리되었다. 그런데 1년 뒤,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이 사건이 소환되었다. 모델 기무라 루이가 자서전에서 자신이 어떤 두 가수와 모두 관계를 가졌고, 셋이서 함께 옷 벗기 게임도 했다고 공개한 것. 이름을 명시하진 않았지만, 자서전에 언급된 두 가수는 누가 봐도 게리 차오와 저스틴 로였고 사람들은 혹시 두 사람이 1년 전에 싸운 게 기무라 루이 때문이 아니냐고 쑥덕였다. 한편 문제가 커지자, 기무라 루이는 그 모든 내용은 픽션이라고 둘러댔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