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2010년대 후반에 들어 전문가와 대중들이 선택한 ‘미인’의 확연한 세대교체가 이뤄진 점을 보면 그 변화 양상에 관심이 모이지 않을 수가 없다. ‘일요신문’은 지령 1400호 특집으로 미인들의 세대교체 및 ‘미적 기준’ 변화상을 알아보기 위해 전국 성형외과 30곳(서울 24곳, 제주 제외 광역시 포함 지역 6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소녀시대 윤아는 성형외과전문의가 뽑은 가장 아름다운 연예인으로 선정됐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이돌 올라가고, 배우 내려가고
성형외과 전문의들이 뽑은 대한민국 3대 미인이라면 ‘김희선, 김태희, 한예슬’이 손꼽혀 왔다. 2010년대 중반까지 이들의 이름은 순서에만 조금 차이가 있을 뿐, 반드시 상위권에 올랐다. 1990년대부터 치자면 약 20년 이상 최고의 미인 자리를 수성해 온 셈이다.
하지만 2019년은 달랐다. 성형외과 전문의와 병원을 내원하는 고객들이 뽑은 가장 아름다운 연예인의 상위권은 모두 연령대가 낮은 연예인들이 차지했다. 특히 이들이 모두 현직 아이돌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먼저 성형외과 전문의가 뽑은 가장 아름다운 연예인에는 윤아(11표)가 가장 높은 득표수를 보였다. 2007년 걸그룹 ‘소녀시대’로 데뷔한 윤아는 비슷한 시기 배우로도 활약하면서 방송 무대는 물론 드라마판에서도 굴곡 없는 비주얼을 선보인 바 있다.
성형외과 전문의들이 말한 윤아의 매력 포인트는 ‘눈’이었다. 한 전문의는 윤아에 대해 “전체적인 비율 면으로 봐도 완벽하지만 웃을 때 자연스럽게 휘어지는 눈매가 가장 아름답다.(지금 기술로) 완벽하게 따라 만들 수 없는 매력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린은 성형외과 고객들이 뽑은 가장 이상적인 외모의 연예인 1위에 올랐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윤아를 바짝 뒤쫓은 미인은 같은 소속사 후배 아이린(7표)이었다. SM엔터테인먼트의 막내 걸그룹인 ‘레드벨벳’으로 2014년 데뷔한 아이린은 윤아와 달리 연기자의 길로는 큰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만큼 방송 무대가 아닌 곳에선 보기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린은 전문의는 물론 여성 고객들이 꼽은 ‘가장 선망하는 연예인’ 조사에서도 단연 1위(10표)를 차지했다.
전문의들은 아이린에 대해 “어느 한 곳을 아름답다고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눈썹부터 입술까지 완벽한 조화를 갖췄다”고 평가했다. 지역 소재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일반적으로 아이돌은 무대화장 때문에 이목구비의 정확한 모습을 판단하기 어려운데 아이린의 경우는 메이크업을 차치하더라도 눈썹과 눈, 콧망울로 이어지는 T존 부위가 또렷해 더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것 같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상위권을 현직 아이돌들이 차지한 가운데, 클래식한 미인으로 꼽히는 김희선(5표)과 한예슬(3표)도 전문의들이 꼽은 미인 연예인에 이름을 올렸다. 김희선을 선택한 한 전문의는 “클래스는 원래 쉽게 변하지 않는 법”이라는 짤막한 소견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명불허전’ 김희선 역시 상위권에 머물렀다. 사진=힌지엔터테인먼트 제공
#변화의 이유는 ‘SNS 발달’ 덕분?
세대교체에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바탕이 되기 마련이다. 전문의들이 바라 본 2019년 현재 사회의 미적 기준 역시 20년 전인 2000년에 비해 확연히 달라졌다고 했다. 30명의 성형외과전문의 가운데 25명이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고 한 목소리로 답했다.
변화의 이유로는 ‘대중들이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미적 기준의 변화(13표)’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다. 연예계 등 미디어로 마주할 수 있는 ‘획일화된 미적 기준’을 따라가던 예전과는 달리, 개인이 기준을 세워 아름다움을 선택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이런 변화의 바탕에는 SNS의 발달이 있었다. 원진성형외과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선호하는 성형 스타일이 특정 연예인으로 한정됐다면 최근에는 연예인 뿐 아니라 (SNS 스타 등) 인플루언서의 스타일도 인기가 많아졌다”라며 “SNS의 발달로 다양한 사진 자료를 접할 수 있게 되고, 그로 인해 사진 간 상호 비교나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미적 기준의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플루언서들에게 영향을 받기 쉬운 10대의 경우는 자연스러움보다 확실한 변화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선 관계자는 “연령이 어린 경우는 성형을 감추지 않고 성형 후 달라진 모습이 확실한 것을 원하는 편이다. 반면 20~30대는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식”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고객들이 선망하는 외모의 유명인으로 연예인이 아닌 일부 유튜버 등 SNS 인플루언서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또 다른 서울 소재 성형외과 전문의는 “많진 않지만 10대들 가운데는 뷰티 유튜버나 인스타그램 유명인들의 사진을 들고 와서 이렇게 수술해달라고 하기도 한다”라며 “처음에는 일반인 사진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유명 인플루언서라고 하더라. 연예인이 아닌 사람들의 영향력을 실감했다”고 답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취재 후일담] 남성 고객들 “차은우처럼 만들어주세요”…1990년대 미남 연예인은 인기 없어 성형외과의 여성 고객들이 선택한 미인 연예인은 조금 식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남성 고객들이 선택한 “이 사람처럼 해주세요”의 주인공들은 어떨까? 사진=판타지오 제공 익명을 요구한 한 남성 고객 위주 성형외과 전문의는 “보통 20대 초반 정도 연령대가 낮은 고객들이 차은우의 사진을 들고 방문하곤 한다”라는 뒷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그는 “눈과 코, 턱선 부분이 가장 이상적인 외모 부위로 꼽힌다. 똑같이 닮게 해 달라는 것보다는 이런 분위기가 나게 해 달라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1990년대~2000년대 초반까지 남성들의 ‘워너비’로 꼽혀 왔던 정우성, 고수, 원빈, 장동건 등은 과거의 영광이 무색하게 현재 성형업계에서는 다소 뒤로 처져 있는 상황이다. 차은우가 선호도 최상위권을 차지하기 전에도 지드래곤(턱선), 지창욱(눈), 임시완(코) 등 ‘예쁘장한 남자’가 남성들의 선호 명단에 주로 오르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전문의는 “미용 성형을 택하는 남성들은 연령대가 낮기 때문에 최근 여성들이 선호하는 꽃미남 계열로 성형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선이 굵은 미남으로 분류되는 1990년대 정석 미남들은 이제는 크게 인기가 없다. 여성들이 부담을 갖지 않을 정도의 ‘예쁜 남자’가 선호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김태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