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1400호를 맞아 실시한 ‘우리 시대 최고 경제부총리’ 설문조사에서 1위에 오른 이헌재 전 부총리. 임준선 기자
이번 설문조사에는 전국의 주요 국내 대학 경제학과 교수들과 경제연구소(신한금융미래전략연구소·LG경제연구원·포스코경영연구소·기업은행연구소·현대경제연구원), 경제사회단체(경제개혁연구소) 등 전문가 50명이 참여했다. 개개 질문에 대해 복수응답을 허용했다.
경제전문가들이 선택한 ‘우리 시대의 최고 경제부총리’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다. 이 전 부총리는 총 62표 중 25표를 받았다. 이헌재 전 부총리는 IMF 외환위기 사태 직후인 1998년 은행감독원장에 오르며 이듬해 초대 금융감독원 원장을 지냈다. 2000년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후 공직에서 물러나 있던 이 전 부총리는 노무현 정부에서 공직에 복귀, 2004년 2월~2005년 3월 경제부총리를 역임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 중단 위기에서도 이 전 부총리는 시장 불안을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설문에 참여한 이들은 이 전 부총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재계뿐 아니라 금융시장에 대한 이해가 높았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경제철학이 있었다’, ‘강력한 추진력과 리더십을 가졌다’, ‘유연한 자세로 상황에 맞는 정책을 펼쳤다’ 등을 꼽았다.
문재인 정부 초기 경제부총리를 맡은 김동연 전 부총리(2017년 6월~2018년 12월)는 10표를 받아 2위에 선정됐다. 김 전 부총리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경제철학이 확고하다’, ‘유연한 자세로 상황에 맞는 정책을 펼쳤다’, ‘각 부처간 이해관계를 조율하며 정책을 수립했다’는 등의 평가를 받았다.
김대중 정부인 2001년 1월~2002년 4월 경제부총리를 역임한 진념 전 부총리가 9표를 받아 3위, 경제부총리는 아니었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직을 수행한 윤증현 전 장관(2009년 2월~2011년 6월)이 4위(4표)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최고의 경제부총리’와 ‘아쉬웠던 경제부총리’ 조사 모두에서 2위를 차지해 눈길을 끈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박은숙 기자
전문가들은 ‘이를 밀어붙일 수 있는 추진력’과 ‘거시경제 분석에 대한 전문성’, ‘경제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판단력’, ‘상황에 맞는 유연성과 부처 및 경제정책기관들의 정책 조율능력’ 등도 강조했다.
최재선 중앙대 교수는 “거시경제 이론과 경제정책 간 합리적 연결고리를 찾는 지혜와 이를 정권이나 재계에 휘둘리지 않고 정책으로 실현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한식 서강대 교수는 “뚜렷한 경제철학에 기초한 정책수립과 이를 추진하기 위해 부처 간 이해관계를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을 강조했다. 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본인의 경제철학에 근거해 경제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냉철한 판단력이 필요하다”며 “또한 이에 기반했을 때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더라도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추진력도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익명을 요구한 한 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경제부총리는 개인 특성이 중요하기보다 당대 관료조직의 대변자 성격이 강하다”며 경제부총리의 개인역량을 따로 평가하는 것은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배동주 기자 ju@ilyo.co.kr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최고 2위 김동연, 아쉬움도 2위…최악은 최경환 전문가들은 꼽은 가장 아쉬웠던 경제부총리로는 박근혜 정부 시절 최경환 전 부총리가 뽑혔다. 최 전 부총리는 총 59표 중 24표를 받았다. 전문가들이 최 전 부총리가 “경제정책에 정치논리를 개입시켜 오늘날의 가계부채 문제를 결정적으로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아쉬웠던 경제부총리’ 조사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그는 현재 국가정보원에서 1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수감돼 재판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최희감 아주대 교수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경제를 극단적으로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는 “부동산 경기부양으로 경제를 살리려는 정치적 논리로 주력산업이 무너지고 성장동력이 꺼지는 근본적인 경제위기를 방조했다”고 평가했다. 최경환 전 부총리는 현재 국가정보원에서 1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및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채용 외압을 행사한 혐의 등으로 구속수감돼 재판을 받고 있다. 앞서 ‘최고의 경제부총리’ 2위로 선정됐던 김동연 전 부총리는 ‘아쉬웠던 경제부총리’에서도 8표를 받아 2위를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정치권의 영향에서 경제정책을 수립하느라 고군분투하면서도 불분명한 태도를 취해 재임 기간 내내 불확실성을 증폭시켰다는 이유에서다. 전봉걸 서울시립대 교수는 “자기 철학에 맞는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최재선 중앙대 교수는 “자유민주주의체제에서 시장경제체제를 연구한 분으로서 경제학 이론에 존재하지 않는 소득주도형 경제정책 이론을 정립하기도, 실현하기도 어려웠을 것 같아 안타까워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필상 교수는 “청와대의 경제정책이 잘못됐다고 지적만 하고 막상 경제수장으로서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이며 소신 있는 정책을 펴지 못해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재촉했다”고 지적했다. 한국 경제 최악의 시기인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경제부총리였던 강경식 전 부총리와 IMF 협상을 이끌었던 임창열 전 부총리는 각각 7표씩 받으며 뒤를 이었다. 김기홍 부산대 교수는 “IMF 외환위기 사태에 대한 예측력과 준비가 부족했고, 해결 과정에서도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동호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는 “한국의 정치지도자들의 안목이 부족해 경제정책의 인재를 발탁하고, 이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지 않았다”며 “그러다보니 새로운 시대를 선도해나갈 혜안을 지닌 소신 있고 참신한 경제전문가를 키우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민웅기 기자 |
설문조사 이렇게 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전국 주요 대학 경제학과 교수들과 경제연구소(신한금융미래전략연구소·IBK기업은행경제연구소·LG경제연구원·포스코경영연구소·현대경제연구원), 경제사회단체(경제개혁연구소) 등 전문가 집단을 대상으로 진행했고 응답자 수는 총 50명이었다. 후보군에는 경제부총리의 위상과 역할이 제대로 정립되기 시작한 김영삼 정부와 문재인 정부까지 경제부총리를 역임한 인물들을 올렸다. 다만 이명박 정부에서는 경제부총리제가 폐지됐지만 기획재정부 장관을 역임한 강만수·윤증현·박재완 장관도 주목해야 한다고 판단하면 선정해도 된다는 조건을 달았다. ‘가장 좋은 평가를 내리는 경제부총리는 누구인가’,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 ‘가장 아쉬웠던 경제부총리는 누구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 ‘경제부총리에 꼭 필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 4개 질문을 했으며 각 항목에 복수응답이 가능하도록 했다. 민웅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