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대구은행파크 전경.
[일요신문] 대구 FC가 성공적으로 ‘이사’를 마쳤다. 대구시민운동장이 자리하던 곳에 축구전용경기장이 새롭게 지어졌고 지난 9일 제주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역사적인 첫 경기를 치렀다. 만원 관중 속에서 열린 개장경기에서 대구는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한국형 스타디움의 탄생, DGB대구은행파크
대구는 K리그에서 최초로 시·도민구단 형태로 탄생한 구단이다. 이들의 창단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지만 2002 한일월드컵을 치러낸 대구스타디움(당시 대구월드컵경기장)의 존재가 큰 역할을 했다. 시민구단 창단으로 월드컵을 치른 이후 운동장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구단 탄생에 큰 역할을 했던 대구스타디움은 ‘구단 성장에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2002 월드컵이 치러진 일부 경기장이 그렇듯 대구스타디움 또한 대구 도심과 먼 거리에 자리를 잡았다. 떨어지는 접근성은 팬들이 경기장 방문을 외면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대구 구단은 경기장 부대시설 운영권도 가져가며 경기장내 팀 스토어를 열 수 있게 됐다.
대구가 새롭게 둥지를 튼 DGB대구은행파크는 이와는 180도 다른 환경이었다. 지난 1948년 개장한 대구시민운동장 주경기장 위에 새롭게 지어진 DGB파크는 대구 북구에 자리를 잡고 있다. 대구역 인근에 있으며 최대 번화가로 불리는 동성로까지 도보로 약 1.5km거리다. 대구스타디움은 동성로, KTX정차역인 동대구역에서 대중교통으로 45분이 소요되는 거리였다.
DGB파크의 아담한 규모도 장점으로 꼽힌다. 단 1만 2415명만이 입장할 수 있다. 개장 첫 날 DGB파크는 매진을 기록했다. 육상트랙이 깔려 축구경기 관전에 불편함이 있었던 대구스타디움과 달리 새 구장은 축구전용경기장으로 건설됐다. 관중석과 경기장의 간격이 7m라던 대구 구단의 설명보다 체감 거리는 더 가깝게 느껴졌다.
또한 대구의 ‘새 집’은 DGB대구은행파크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구장의 명명권을 판매했다. 타 스포츠에서는 최근 존재했지만(광주-KIA챔피언스필드,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등) K리그 내에서는 최초였다. 계약 규모는 3년간 45억 원으로 알려졌다.
DGB파크 관중석 바닥은 알루미늄 재질로 이뤄져 있다.
지난 9일은 DGB파크의 역사적 개장경기가 열리기에 더 없이 좋은 날이었다. 대구는 지난 시즌 9월부터 모든 대회를 통틀어 13경기에서 단 2패만을 안았다. 그 과정 속에서 구단 역사상 최초로 FA컵 우승이라는 타이틀도 안았다.
상승세는 이번 시즌에도 계속됐다. 개막전에서 지난 시즌 리그 우승팀 전북을 상대로 1-1로 비겼으며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는 3-1 역전승을 거뒀다. 원정 2연전(전주, 시드니)에서 패하지 않은 이들은 좋은 분위기 속에서 이삿날을 맞을 수 있었다.
날씨 또한 이들을 도왔다. 이날 대구 북구는 낮 최고기온 18˚C를 기록했으며 수일간 대한민국 전체를 괴롭혔던 미세먼지도 덜했다. 대구 유니폼색과 같은 파란 하늘이 많은 관중들을 반겼다.
매진에 가까운 예매율을 보인 이날 경기장은 빈틈없이 관중으로 들어찼다. 경기장 전체를 울리는 함성과 함께 경기가 시작됐다.
새집에서의 첫 슈팅은 대구 최고 스타로 떠오른 세징야였다. 세징야의 슈팅으로 포문을 연 대구는 경기를 주도해나가기 시작했다.
1만 2000여의 관중도 대구의 경기력에 힘을 보탰다. 장내 아나운서와 전광판의 주도 아래 DGB파크 특유의 ‘발 구를래’ 응원이 펼쳐지기도 했다. 관중석 바닥이 알루미늄 재질로 이뤄진 점을 활용, 모든 관중들이 발을 구르며 ‘대구’를 연호했다.
구장 개장 첫 골의 주인공은 에드가(맨 오른쪽). 사진=대구 FC 페이스북
경기 분위기를 잡은 대구는 결국 후반 30분이 지나며 골을 만들어냈다. 외국인 공격수 에드가가 후반 31분 첫 골을 만들어냈고 39분에는 김대원의 추가골까지 터졌다. 제주는 후반전 간간히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내기도 했지만 ‘수호신’ 조현우의 선방에 막혔다.
리드를 잡은 후반 막판, 경기장 분위기는 절정으로 흘렀다. 후반 35분 세징야는 코너킥을 위해 경기장 가장자리로 향하며 머리 위로 손을 올려 관중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관중석을 가득히 메운 팬들은 우렁찬 환호로 화답했다. 이후 전광판이 이날 유료관중 공식 입장 기록 1만 2172명을 발표하는 순간, 관중석은 파도타기 응원으로 뒤덮였다. 전 관중이 참여한 파도는 경기장 두 바퀴를 돌아서야 멎었다. 경기는 대구의 2-0 승리로 마무리됐다.
이날 승장 안드레 감독은 경기에 앞서 새 경기장에 대해 “대구뿐만 아니라 한국 축구에 기념이 될 만한 사건”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부천, 광주, 부산 등 축구전용경기장을 건설 중이거나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구단들이 있기에 축구 문화를 이끄는 선도자로서 책임감을 이야기했다. 그는 승리 이후 “이곳에서 팬들과 함께 써내려갈 역사를 생각하면 기대가 된다. 좋은 기억을 많이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 FC와 대구 시민들이 새 구장에서 어떤 역사를 쓸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K리그 홍보대사’ 러블리즈의 대구 방문기 지난 9일은 대구 FC가 새 홈경기장인 DGB대구은행파크에 들어서는 첫 날이었다. 홍보에 사활을 건대구는 축하공연을 펼칠 이들로 인기가수 김연자, 자이언티, 러블리즈를 초대했다. 또한 K리그 홍보대사로 2년째 활동 중인 ‘BJ감스트’ 또한 경기장을 찾아 열기를 더했다. 지난해부터 전국 K리그 경기장 곳곳을 누볐던 감스트는 이날 DGB파크를 찾아 킥오프부터 경기 종료까지 관중석에 앉아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 중에는 전광판에 그의 모습이 잡히자 자리를 ‘추적’한 팬들이 몰려 카메라 셔터 세례를 받기도 했다. 시즌을 거듭해 오며 팬들의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홍보대사를 대하는 잣대 또한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홍보대사로 위촉된 감스트는 개인 방송에서 K리그를 적극적으로 다루고 경기장 현장 또한 직접 방문하며 성원을 이끌어냈다. 지난 2016년에는 가수 박재정이 홍보대사를 맡아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 호평을 받기도 했다. 그는 2016년 K리그 홍보대사로 위촉, 다수의 경기장을 방문했고 한국프로축구연맹 채널을 통해 칼럼을 연재하기도 했다. 걸그룹 러블리즈를 향한 ‘대포 카메라’들. 가수들의 공연 중에서는 걸그룹 러블리즈의 무대에 특히 눈길이 쏠렸다. 러블리즈는 지난 2017년 K리그 홍보대사로 위촉된 바 있다. 러블리즈는 당시 홍보대사 활동과 관련해 일부에서 논란이 인 바 있다. 러블리즈의 홍보대사 활동에는 부족함을 느끼는 팬들이 존재했다. 이들은 지난 2017년 2월 열린 위촉식에서 “홍보대사로 경기장을 누비며 K리그를 널리 알리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K리그 22개 모든 경기장 출입이 가능한 AD카드도 발급됐다. 하지만 이후 이들을 경기장에서 만날 수는 없었다. 이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팬들이 존재하기도 했다. 이들은 대구 홈경기 이벤트에 나서는 러블리즈에게 반감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우려로 끝났다. 경기장 곳곳에서 ‘아이돌 방문’으로 인한 들뜬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하프타임 W석 출구 방면에는 러블리즈의 도착을 기다리는 팬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저마다 손에 ‘대포 카메라’로 불리는 대형 카메라를 집어 들고 있었다. 대포 카메라는 공연이 시작되자 테이블석과 W석을 위주로 다시 한 번 늘어서기도 했다. 이른바 ‘직캠’을 촬영하는 카메라도 눈에 띄었다. 팬들은 박수와 환호로 홍보대사 러블리즈를 맞이했다. 밝은 분위기 속에서 공연이 진행됐고 이들은 “대구 FC의 이번 경기 우승을 축하한다”는 인사도 남겼다. 감스트가 탄 택시를 둘러싼 팬들. |
DGB파크? 포레스트아레나? 경기장 명칭이 달리 불리는 이유 하나원큐 K리그1 2019 2라운드 대구 FC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는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새롭게 열렸다. DGB파크는 K리그 현실에 맞게 지어진 중소규모 축구전용경기장으로 개막 전부터 큰 기대를 받았다. 실제 경기에서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곧이어 열리는 12일 대구와 광저우 헝다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선 경기장이 다른 이름으로 불렸다. ‘포레스트아레나’라는 전혀 다른 명칭이었다. 이유는 무엇일까. 대구와 광저우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경기가 ‘포레스트 아레나’에서 열린다고 표기돼 있다. 사진=AFC 홈페이지 캡처 이는 AFC 규정 탓이다. 대구는 DGB대구은행과 3년간의 경기장 명명권 판매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AFC는 대회 공식 스폰서 이외의 브랜드 노출을 철저히 금지한다. 이 같은 규정에 따라 DGB대구은행의 이름을 노출하지 않고 포레스트 아레나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됐다. 경기장 명명권 판매는 세계적 흐름이다. ‘이청용 구단’으로 한국팬들에게 친숙한 볼튼 원더러스는 이청용이 활약하던 당시 ‘리복 스타디움’을 구장명으로 사용했다. 2014년부터는 새로운 계약으로 인해 마크론 스타디움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대륙별 연맹이 주최하는 대회에서 판매한 명명권을 사용하지 못하는 규정은 유럽에도 존재한다. 독일 명문 바이에른 뮌헨의 안방은 알리안츠아레나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만큼은 푸스발-아레나뮌헨으로 불리고 있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