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에는 LG그룹과 KB금융그룹이 ‘블록체인,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신기술 기반 공동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LG그룹에 따르면 양사는 첫 번째 과제로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인프라 설계’를 선정했다. LG그룹은 “컨소시엄형 사업의 경우 신뢰와 확장성이 중요한데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전했다. 블록체인에 대한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관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LG트윈타워 앞 간판. 사진=박은숙 기자
사실 LG그룹은 예전부터 블록체인에 관심을 가져왔다. LG그룹의 블록체인 개발을 담당하는 계열사 LG CNS는 ‘하이퍼레저’, ‘R3’, ‘이더리움 기업연합(EEA)’ 등 일명 3대 블록체인 컨소시엄에 모두 가입해 있다. 또 지난해 6월 기업용 블록체인 플랫폼 ‘모나체인’을 통해 한국조폐공사의 ‘블록체인 오픈 플랫폼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
그렇지만 일반 소비자에게는 LG그룹의 블록체인 기술이 와닿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 8일 출시한 스마트폰 ‘갤럭시S10’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극적으로 접목시켰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10은 모바일 보안 플랫폼 ‘삼성 녹스’를 지원할 뿐 아니라 블록체인 기반 모바일 서비스들의 개인 키를 삼성 녹스와 함께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삼성 블록체인 키스토어’를 탑재했다”고 전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89.4%다. 국민 대다수가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면 많은 소비자들에게 기술을 어필할 수 있다. 블록체인 종합서비스 업체 체인파트너스 리서치센터는 “애플 및 중화권 경쟁사들도 (갤럭시S10을) 분명히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이라며 “주요 스마트폰 업체들이 블록체인 기능을 탑재한다면 이는 블록체인 대중화를 획기적으로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LG전자가 출시 예정 스마트폰에 블록체인 관련 기술을 탑재할지 여부는 아직 전해지지 않는다. LG전자는 오는 22일 스마트폰 ‘G8 ThinQ’를 출시할 예정이고, ‘V50 ThinQ’를 4월 중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아직 세부 기능에 대해 공개된 사항이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Mobile World Congress) 2019’에서의 LG전자 모습. 사진=LG전자
LG전자는 최근 디앱에도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앱이란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탈중앙 분산 애플리케이션이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상에서 작동하는 것이 특징이며 삼성전자 갤럭시S10에도 디앱 기능이 탑재돼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는 건 맞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결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LG CNS의 커뮤니티 화폐에도 주목하고 있다. 향후 LG페이와 연계하면 다양한 사업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LG페이는 LG전자가 2017년 출시한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로 카드리더기에 스마트폰을 가져다 대면 결제가 되는 방식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2015년 출시한 삼성페이와 비슷한 방식이지만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차이가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LG페이 사용자는 적은 편이다.
커뮤니티 화폐는 현재 시범 사업 단계지만 향후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LG그룹은 KB금융과 MOU를 맺으면서 “수요에 따라 가격이 변동하는 암호화폐 사용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LG CNS 관계자는 “커뮤니티 화폐의 완벽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기술적 검증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며 “금융·공공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 중이다”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LG 스마트폰, ‘적자의 늪’에서 헤매는 사연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LG전자의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은 14.3%로 삼성전자(60.3%), 애플(16.7%)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LG전자의 점유율은 2017년 17.4%에 비해 하락한 수치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부인 MC사업본부는 2015년 이후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3분기 MC사업본부의 영업손실은 4678억 원으로 2017년 1~3분기 5205억 원에 비해 줄긴 했지만 매출도 8조 2353억 원에서 6조 2718억 원으로 하락했다. LG전자의 스마트폰은 점유율도 줄고 있지만 회사 매출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최근 출시작인 ‘갤럭시S10’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일부 휴대폰 유통사에서는 갤럭시S10을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는 지경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사전구매 개통기간을 기존 3월 11일까지에서 3월 30일로 연장했다. LG전자 입장에서는 올해 상반기 출시 예정인 ‘G8 ThinQ’와 ‘V50 ThinQ’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안병덕 LG전자 모바일마케팅담당은 “고객과 소통하는 마케팅 활동으로 LG G8 ThinQ의 다양한 매력을 알려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그렇지만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원가 효율화 노력으로 감내하기에는 (MC사업본부의) 매출 감소폭이 가파르다”라며 “5G 개화가 기회지만 선진시장의 유의미한 확산은 내년을 기약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