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 씨가 갖고 있던 차는 국내 최초 부가티 베이론 그랜드 스포츠였다. 그랜드 스포츠는 오픈카 형태로 이 차 차주로 알려지면서 이희진 씨도 덩달아 화제가 됐다. 이 씨도 이 차를 30억 원에 매입했다고 할 만큼 초고가의 차였다. 초고가의 차를 몰고 나와 유튜브나 방송에서도 소개된 바 있다.
이희진 씨가 부가티를 계약한 후 딜러 전시장을 찾는 모습. 이희진 씨 블로그.
‘일요신문’은 이희진 씨가 자신의 유명세를 만들어준 부가티 판매를 시도하는 정황을 포착했다. 슈퍼카 업계 전문가들은 ‘이미 팔렸다’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 특히 독일 차량 판매 사이트에 이 씨의 부가티 베이론이 올라와 있기도 하다.
지난해 4월 이희진 씨는 1심에서 징역 5년과 벌금 200억 원, 추징금 약 130억 원이 선고됐다. 이 씨가 차를 어떻게 판매하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엄청난 액수의 벌금과 추징금을 선고 받은 만큼 국가에서 이 씨 차를 가압류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가에서 경매로 판매하고 있는 것’이라고 추정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은 이렇다. 2016년 9월 검찰은 이희진 씨와 이희문 씨 형제에게 각각 66억, 61억 원 추징보전을 청구했다. 검찰이 추징보전 하면서 이희진 씨는 청담동 써니빌딩 등이, 이희문 씨는 자동차 브랜드 ‘토요타’가 입점해 있던 청담동 53-5번지 빌딩과 부가티 베이론 등이 가압류됐다. 청담동 53-5번지 빌딩, 부가티 베이론은 이희문 씨가 대표로 있는 미래투자파트너스 소유로 돼 있었다.
이희문 씨는 53-5번지 빌딩을 매물로 내놨다. 토요타가 임차를 이어가지 않고 나가면서 이 씨 형제 측은 건물 구매하면서 빌린 돈의 이자비용만 지불하면서 엄청난 손해가 났다는 얘기가 있다. 토요타가 건물에서 나간 이유는 이희진 씨 사건의 여파로 이미지 손상을 우려했기 때문인지, 혹은 매물로 빌딩을 내놨기 때문인지 알려진 바는 없다.
이희문 씨 측은 2017년 5월에 이 빌딩을 306억 원에 판매했다. 당초 350억 원 이상 가치가 나간다는 평가보다 크게 줄어든 액수였다. 이 돈으로 2017년 5월 29일 이희문 씨 이름으로 걸려 있던 61억 원을 냈고 같이 걸려 있던 부가티 베이론의 검찰 추징보전도 풀리게 된다.
부가티 베이론은 추징보전이 풀렸지만 이 차는 차고에 약 1년간 방치돼 있었다. 이 씨 형제 모두 구속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상황이 반전된 건 지난해 11월 이희문 씨가 구속영장 만료로 출소하면서다.
2016년 청담동 이희진 씨 소유의 슈퍼카가 주차된 주차장 전경. 가운데 차가 부가티 베이론이다. 최준필 기자
2019년이 되면서 이희문 씨는 이 차를 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기 시작했다. 차를 팔면 20억 원에 이르는 현금이 한번에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차를 팔기 쉬운 상황은 아니었다. 국내에 단 한 대 있는 부가티 베이론 그랜드 스포츠 모델인데 이 차 이미지가 ‘이희진 차’라고 고정됐기 때문이다.
슈퍼카 업계 관계자 A 씨는 “국내에서 이 차 살 사람은 없다고 봐도 된다. 20억 원 넘게 지불할 만한 사람 중에 ‘이희진 차’ 탄다고 알려지고 싶은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슈퍼카 업계 관계자 B 씨도 “너무 소문이 안 좋게 났다. 이 차를 사서 구설에 오르고 싶은 사람은 없다. 국내에서 팔기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B 씨는 최근 이 씨가 해외 판매를 알아보기 위해 프랑스에서 정비사를 불렀다는 얘기도 들려줬다. 20억 원 이상 하는 차이기 때문에 꾸준한 정비 기록이 있어야 하는데 1년이나 방치돼 있으면서 정비 기록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독일 한 차량 사이트에 이희진 씨 부가티 베이론이 올라오기도 했다. 차량 가격은 약 176만 유로, 우리 돈 약 22억 5000만 원에 달한다. 이 가격도 독일과 FTA 체결 국가에 한하고 아닐 경우에는 약 27억까지 가격이 올라간다.
한 독일 차량 판매사이트에 등록된 이희진 씨의 부가티 베이론.
흥미로운 점은 판매 사이트에 올라온 정보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다. 글 제목에 부가티 베이론의 첫 번째 오너가 판다(‘Bugatti Veyron Grand Sport 1st OWNER’)고 써 있는데 이희진 씨는 이 차의 첫 번째 오너가 아니었다. 앞서의 슈퍼카 업계 관계자 A 씨는 “이희진 씨는 약 700km 주행한 부가티 베이론 중고차를 일본에서 약 17억 원에 사 왔다. 이 씨가 첫 번째 주인이 아니다”라고 귀띔했다.
이 차량은 최근까지 성남시 소재 한 수입 차량 판매장에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앞서의 B 씨는 “최근 이 차량이 약 20억 원에 누군가에게 팔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9일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 부가티 베이론이 도로 주행을 하고 있는 사진이 찍히기도 하면서 실제로 판매됐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B 씨는 “판매가 되지 않았다면 절대 찍힐 수 없는 사진”이라면서 “슈퍼카도 아니고 부가티 베이론 같은 하이퍼카(슈퍼카보다 윗급)는 팔리지 않았다면 무조건 트레일러로 운반한다. 주행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이희진 피해자 모임 대표 박 아무개 씨는 “이 씨 형제 앞으로 아직 벌금과 추징금이 엄청나게 남아 있는데 이 차가 판매돼 이 씨 주머니로 들어갔다면 검찰의 잘못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추징보전을 다시 청구해서라도 20억 원을 피해자에게 돌려주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