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 불법 수출된 한국발 플라스틱 쓰레기. [그린피스 제공]
[제주=일요신문] 박해송 기자 = 한국에서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된 일부 플라스틱 쓰레기가 제주도에서 반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MBC PD수첩은 지난 2월 3일 평택항을 통해 되돌아온 한국 쓰레기 1200톤의 출처가 제주도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폭로했다.
PD수첩에 따르면 지난해 7월과 10월에 두 차례에 걸쳐 한국에서 필리핀으로 불법 플라스틱 쓰레기가 총 6500톤이 수출됐다. 당시 재활용이 가능한 합성 플라스틱 조각으로 신고를 했는데 필리핀 세관에서 컨테이너를 검사하던 중 재활용이 불가능한 쓰레기와 유해 폐기물이 섞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필리핀 현지에서 논란이 확산되자 한국과 필리핀 양국 정부는 쓰레기를 반환하기로 합의했고 필리핀 정부는 지난 1월 필리핀 민다나오섬 미사미스 오리엔탈 터미널에 보관 중인 플라스틱 쓰레기 1200톤을 평택항으로 반송했다.
한국산 쓰레기는 제주도에서 생산된 후 제주항을 통해 필리핀 세부로 보내졌다가 인근 지역에서 문제가 발생하자 다시 필리핀 민다나오섬으로 보내진 것으로 확인됐다.
필리핀에 불법 수출된 한국발 플라스틱 쓰레기. [그린피스 제공]
현재 제주시는 도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쓰레기 일부를 압축쓰레기로 만들어 보관하고 있다. 제주시는 이 압축쓰레기를 외부로 반출해 일부를 처리해 왔는데 이번 폭로가 있기 전까지는 발전소나 시멘트소성로에 보조연료로 사용하기 위해 반출한다고 알려져왔다.
하지만 이번 폭로내용을 보면 사실상 중간처리업체가 알아서 하게끔 맡기는 시스템이었으며 업체가 동남아시아로 수출할 것이라는 사실을 계획서에 버젓이 적시했음에도 이를 말리거나 제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제주환경운동연합은 13일 성명을 내고 “필리핀에서 반송된 한국 생활쓰레기의 출처는 제주도”라며 “과잉관광과 과잉개발 중심의 정책 방향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충격적인 사실은 필리핀으로 문제의 쓰레기가 반출됐고 돌아오는 과정에서 이 쓰레기가 제주도의 압축쓰레기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떠한 책임이나 사과도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라며 “더 큰 문제는 이렇게 필리핀으로 간 쓰레기의 양이 정확히 얼마인지 알 수 없는 상황으로 필리핀 민다나오섬에 방치되고 있으며, 심지어 군산항 물류창고에는 8000여톤이 넘는 압축쓰레기가 수출을 명목으로 2년간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제주도의 쓰레기 문제가 도내를 넘어 국내외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라면서 ”물론 중간처리업체의 비양심적인 행태로 발생한 사태이지만 결국 이번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제주도에 있다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최종 관리와 감독의 역할이 제주도에 있고 처리에 대한 허가를 행정이 내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제주도는 즉시 이번 사태에 대한 분명한 사과를 도민과 국민, 필리핀 정부에 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 사태를 발생시킨 업체에 단호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며, 부실한 행정행위에 대해서도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의 중요한 원인은 과잉개발과 과잉관광으로 급격하게 증가한 인구와 관광객을 제주도의 환경기초시설이 감당할 수 없음에도 이에 대한 수용력을 고려, 검토하지 않고 무작정 대규모 관광개발을 밀어붙인 제주도의 잘못된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ilyo99@ilyo.co.kr